한국 음식문화를 생각하며

류 현옥

5편: 콩나물 비빔밥

우리 선조가 채소가 귀한 겨울, 방안에서 콩나물을 키워 밥상을 화려하게 했던 것은 김치만큼 기발한 일이다.

늦가을 김장을 하여 옹기에 담아 얼지 않게 땅속에 묻어 놓고 한겨울 내내 먹은 각종 김치는 채소저장법 으로는 물론이고 영양학 상으로 뛰어난다 .이 김치에 곁들어 안방에서 키운 콩나물이순한맛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온갖 미네랄과 유산균을 포함한 질 높은 최상의 음식 김치는 한국의 상징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

나는 안방 윗목에서 콩나물이자라는 것을 보며 성장했다. 물을 담은 큰 사구위에 나무 가지를 걸치고 그 위에 구멍 뚫린 옹기에 불은 콩을 담아, 먼지 앉지 않게 삼베 포로 덮어 두고 시시로 물을 주었다. 이렇게 키워낸 콩나물 맛은 대량으로 키운 공장 콩나물이 따라갈 수 없다. 곡식은 조건이 되면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는 데, 싹이 터지는 순간에 생산되는 효소가 인체의 노화방지를 한다고 알려진지도 오래다.

명절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숙주나물(녹두 나물)도 키웠고, 보리에 싹을 내게 하여 말린 후 갈아서 만든 질금가루(엿기름)로 조청을 만들었다.

콩나물 비빔밥은 내가 좋아한 음식 중의 하나이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입속에 침이 돈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첫 물을 주기 전에 바가지에 콩나물을 가득 뽑아 담았다. 무쇠로 된 검은 밥솥의 밥이 부르르 끓어오르면 뚜껑을 열고 준비한 콩나물을 법위에 골고루 펴서 깔고 솥뚜껑을 닫는다.

맛있는 양념장을 준비하는 동안 밥은 뜸이 들고 콩나물은 맛있게 대쳐진다

주걱으로 콩나물과 밥을 저어 골고루 섞어 넓적한 사발에 담아 준비한 양념장을 골고루 쳐서 비빈다.

내가 ‘맛있다’고 하면 어머니는 ‘양념장 맛’이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간장에 젓국과 식초를 섞어 맛을 본 후에 미리 다져 놓은 청량고추와 마늘을 넣었다. 잔파를 곱게 썰어 넣은 후에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을 친 양념장은 어머니의 전문 양념장이다. 고추장을 넣으면 텁텁하여 깔끔한 맛이 나지 않으며 특히나 신선한 콩나물 맛을 죽인다고 했다.

우리 어머니는 일 년 내내 콩나물을 길렀다.

여름이면 부엌 한구석으로 콩나물 단지가 자리를 옮겼다. 잊지 않고 물을 주면 어느새 콩나물이 자라서 노란 콩대가리를 내밀었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오늘은 새 콩나물로 니가 좋아하는 콩나물비빔밥을 해묵자.” 하셨다.

어머니는 소금으로만 간을 맞춘 콩나물국을 끓였는데 나는 콩나물을 건져내어 밥 위에 올리고 양념장으로 비벼서 먹은 후에 국물을 마셨다.

또 하나 특식은 추운겨울 가을에 대량으로 담아 익힌 불그스름한 멸치 젖살을 골라내어 밥을 펄 때 뜨거운 밥 속 사이에 넣었다.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드리고 고춧가루를 뿌리고 다시 뜨거운 밥으로 덮었다 밥을 먹기 시작하여 멸치 젓 살이 보이면 밥상을 둘러앉은 형제들이 모두 생선이 나왔다며 좋아했다 .

멸치젓 밥에 곁들어 어머니는 콩나물 김치 국을 심심하게 끓였다.

큰 올케는 우리 형제들이 모두 미식가들이라고 말한다. 맛 신경을 훈련시킨 어린 날 어머니의 이 음식들일 것이다.

배고프다고 뭐든지 다 맛있는 게 아니고 아무리 배가고파도 맛없는 음식은 맛이 없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웃으며 음식을 같이 먹은 사람과는 원수가 될 수 없다는 한시를 풀어서 설명 하시면서 음식을 맛있게 같이 먹으면서 우정이 두터워진다고 했다.

나는 이런 교훈을 들으며 자란 어린 날에 예상하지 못했던 타국생활을 하게 되었다. 고국 땅과 고향친지를 그리워하며 타향에서 친구를 찾았다. 어머니의 교훈대로 우리 밥상을 차려놓고 독일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그때마다 우리 한식이 큰 역할을 했다.

반백년을 사는 동안 김치를 즐기는 친구가 생기고 이제는 스스로 김치를 담아먹는다. 나에게도 작은 병에 담아 와서 맛을 보라고 한다. 잡채와 김밥을 맛있게 먹고 만두를 즐기는 친구들은 반백년을 지나면서 이제는 죽마고우만큼이나 우정의 깊이를 더해간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만큼 정 깊은 친구들이 되었다.

채식가가 늘면서 한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베를린 시내에 한식레스토랑이 40여개나 된다고 한다.

한국음식을 즐기는 친구들의 일반적인 정평은 싱싱한 채소로 만든 각종 반찬이란다. 조화를 이루어 포식하지만 속이 편하다고 한다. 식용유를 적게 써서 만든 음식으로 칼로리가 적어서 좋단다.

얼마 전에 베를린 시에 생긴 쌈 집이 한식애호가 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얇게 썬 생고기를 숯불에서 구워내어 상치위에 올리고 쌈장으로 양념해서 먹는 기발한 방법이 특유하고 조화를 이른 맛은 물론이고 영양학 상으로 만점이라고 칭찬한다.

해물 지짐의 맛은 이태리 해물피자를 연상하게 하지만, 그 맛은 월등다고 칭찬 한다.

한국여행에서 돌아온 독일 친구가 돌 솥 밥이 맛있었다며 콩나물을 넣은 비빔밥 흉내를 내보겠다고 초대를 했다. 베를린에서 십여 년을 채식 식당을 경영한 요리사다. 무거운 돌솥을 몇 개가져 왔는데 돌솥 숫자만큼 친구들이 온다며 내가 일찍 와서 봐 주면 좋겠단다. 내가 한식으로 친구들을 초대할 때는 배우겠다는 명목으로 미리 와서 도와주는 친구다 .

같이 요리를 하면서 맛을 보는 동안 그는 맛에 대한 뉘앙스를 설명했다. 한식 고유의 양념으로서만 낼 수 있는 맛에 대한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친구다.

큰솥에 밥을 안쳐서 끓어오르기를 기다려 준비한 콩나물을 넣고 약한 불로 뜸이 들기를 기다렸다. 콩나물이 익는 과정에서 풍기는 특유의 향기가 밥 향기에 가미하여 입맛을 돋운다고 설명한다. 양념장을 만들고 몇 가지 나물을 더 첨부하기로 했다.

호박, 당근을 가늘게 썰어 참기름에 복아 내고 무채를 순하게 양념했다. 돌솥은 미리 오븐에 넣어 뜨겁게 한 후 콩나물을 저어 섞은 밥을 퍼서 담아 내놓았다. 계란 프라이는 색깔로는 잘 어울리지만 채식요리 비빔밥에 맞지 않다고 단언을 했다.

모두 제각기 원하는 대로 나물을 올리고 양념장을 쳐서 비벼서 먹는데 뜻밖에도 고추장을 찾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잊었던 어머니의 말씀을 생각했다.

고추장은 맑은 맛을 죽이고 텁텁하게 한다고.

고추장에 발자미코 식초를 넣어 섞어서 내놓는 요리사 친구는

“어차피 국제적인 모임이니까 이태리 식초 발자미코도 참석시켰어. .!”

나는 속으로 발자미코야 말로 맑은 식초 맛을 내지 않고 시큼털털하여 콩나물 비빔밥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같이 음식을 즐기면서 친구의 정을 돈독하게 만드는 중이기에 이태리식 열정을 섞는 것도 크게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렀다.

아파트의 구석구석을 채우는 밥솥에서 대쳐지며 풍긴 콩나물 향기는 친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우정을 돈독하게 할 것이라고 믿으며.

2020년 5월 15일, 117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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