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비추소서!

한 음악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고 17세 때 어머니를 잃었다고 합니다.

28세 때에는 청각 장애자가 되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청력을 잃어버린 그는 32세 때 자살을 결심했다. 인생은 그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절망의 순간에 결심을 합니다. 인류를 위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겠노라고.

이 결심은 결국 그를 독일을 대표하는 낭만파 음악의 선구자로 만들었고 음악의성인(樂聖)으로 칭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올해로 탄생 250주년(1770, Bonn)을 맞이하는 불멸의 음악가 베토벤입니다. 비록 청력을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잃어버리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음악의 역사를 바꾼 그는 지금까지 우리들의 가슴에 빛이 되어 살아 있습니다.

독일 땅에 한인천주교 신자들의 공동체 설립 5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1963년도부터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 광부 간호사들이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하여 신앙생활에 대한 열망과 노력을 경주하여 1970년 공식으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로부터 사제를 파견 받아 감격의 성사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신자들은 사제와 함께 기쁨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말씀을 전하며 기도생활과 애덕의 생활로 하느님의 참된 자녀로 살고자 애쓰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각고의 노력과 정성을 다 기울여 왔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고 실수도 많은 과정을 겪고 고치고 다듬어 가면서 머나먼 이국땅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노력을 하며 살아 온 세월이 어느덧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나이 50은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여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늘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며 하늘의 뜻을 실천하기를 기도하며 노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나약하고 실수를 반복하기는 하지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묵상하고 찾으며 주님의 말씀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살아가고자 소망합니다. 특별히 50주년을 맞이하는 저희 쾰른 천주교 공동체는 빛이신 주님을 본받고 빛이 되라 말씀하신 주님의 사명을 되새기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제일 먼저 감사하고자 합니다. 하느님께서 저희를 한국에서 이 머나먼 독일 땅으로 옮겨주셨고 여기서 배우자를 만나고 자녀를 만나고 친구를 만나 50년이 넘도록 여기서 살게 해주셨습니다. 주님께서 먹이시고 입히시고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당신께 영광 드리고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사제를 보내주시고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저희들은 주님과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드리며 가족과 이웃들에게 빛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소통하며 살고자 합니다. 먼저 하느님과의 소통은 기도로 이루어집니다. 기도 중에서도 특별히 생활 속에서 매일 드리는 일상 기도에 충실하겠습니다. 기도로 매일 주님을 만나며 주님을 찬미하고 감사드리며 주님께 영광과 흠숭을 드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이웃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살면서 생겨난 오해가 발전하여 미움이 되고 미움이 마음의 벽을 닫아 버리는 부끄러움을 자주 범했습니다. 한 핏줄 한민족이면서 오히려 더 미워하고 화해하지 못한 점을 성찰합니다. 오해를 깊게 세 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를 두 번 하면 사랑할 수 있다 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특별히 소통하지 못하고 오해와 불신 속에 살았던 형제자매들과 화해하는 50주년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세 번째로 정화하며 살고자 합니다. 세상 안에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어느 새인가 내 마음 안에 어두움과 얼룩진 때가 가득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밝은 빛이 필요합니다.

먼저 미사에서 주시는 성체의 빛입니다. 사랑하시는 당신의 외아드님께서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세상에 오시어 십자가의 제물이 되심으로 죽어야할 우리를 살리셨고 당신의 성체와 성혈을 우리에게 구원의 양식으로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고귀한 성체를 모심으로 빛을 받습니다.

또한 말씀의 빛을 받아야 합니다. 말씀은 우리의 인생을 다스리시고 우리를 올바른 진리로 이끌어 주시며 구원으로 인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살게 되면 우리는 인생의 밝은 빛으로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 참여하며 살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외국인으로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갈 것을 그리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곳이 우리의 정든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 문제와 관심사에 적극 참여하여 함께 협동하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곳은 바로 나와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야할 우리 삶의 터전입니다.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참여하며 도움의 빛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며 살고자 합니다. 세상의 빛이신 주님을 본받아 우리도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위하여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살았던 삶의 방향을 바꾸어 이웃에게로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물질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외로워하는 많은 이웃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대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살아가겠습니다.

5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결심한 사랑실천은 이제 시작입니다. 새로운 100년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사랑의 사도가 되어 주님께서 보시니 참 좋은 신앙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록 힘과 능력은 미소하지만 사랑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자신의 역사를 바꾸며 사람들의 가슴에 빛이 되어 살아있는 공동체가 되고자 합니다.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쾰른 한인천주교회 주임신부 조병환(요한세례자)신부

2020년 6월 12일, 1174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