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2)
절대수명과 상대수명

절대성과 상대성

단지 시험에서 95점을 맞았다고 해서 공부를 잘했다고 할 수 있는가? 설령 95점을 받았더라도 99점이나 100점을 얻은 학생이 같은 반에 10명이나 된다면 공부를 잘한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는 비록 절대적인 점수로 시험성적을 표시하지만 실제 평가는 종종 그 사람의 등수(상대적인 성적)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육상선수가 비록 빠르기는 하지만 호랑이나 치타에 비하면 느린 것이 아닌가? 빠르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 비교해서일 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절대적인 수치(예:킬로미터, 킬로그램)를 사용하여 물건을 측정하거나 점수를 가지고 어떤 능력을 평가한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사물을 평가할 때에는 상대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비록 빠르게 움직이지만 코끼리는 큰 몸집에 비하여 느리게 움직이는 것으로 느껴진다.

권투나 레스링, 유도 등은 몸무게가 비슷한 사람끼리만 경기를 한다. 100㎏이나 되는 사람과 50㎏인 사람과 경기를 한다며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몸무게에 따라 비슷한 체중끼리 경기를 하도록 하는 것은 상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선수간의 우열을 판별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반면 달리기나 멀리뛰기에는 체중이나 다리의 길이에 대한 제한이 없다. 따라서 단거리나 멀리뛰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대부분 키가 크고 체중도 많다. 하지만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아주 불공평하다. 190㎝의 키다리가 6m를 날아간 것이 과연 160㎝짜리 선수가 5m를 뛴 것보다 멀리 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농구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키가 큰 사람은 골을 넣기가 쉽다. 하지만 키가 작은 사람은 그만큼 불리하다. 신장 2m의 선수가 넣은 골과 160cm 선수가 넣은 골을 같은 2점으로 처리하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일까? 농구경기에서 키가 작은 선수가 골을 넣었다면 3점으로 처리해 주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농구도 신장 190cm를 기준으로 선수를 분리하여 같은 신장 조건을 갖춘 선수끼리만 경기를 해야 하는 것이 공평한 것이 아닐까?

크기, 속도, 수명

동물의 나이를 서로 비교하면 대부분의 경우 몸집이 클수록 수명도 길다. 사람의 몸무게는 60㎏인데 수명은 70년 정도이다. 10㎏ 정도의 몸집을 가진 개나 고양이의 수명은 약 10년이다. 매우 작은 곤충들은 수명이 일년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개구리나 새들도 수명이 몇 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호랑이나 곰, 그리고 고래 등은 사람보다 몸집이 훨씬 크지만 수명은 사람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몸집이 클수록 긴 수명을 살고 작을수록 삶의 기간은 짧다고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몸이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수명이 짧다. 예를 들자면 호랑이는 사람보다 4배 빠르므로 사람과 똑같은 크기의 호랑이라면 그 수명이 사람의 1/4이 된다. 하지만 호랑이는 사람보다 2배는 크므로 수명이 2배정도 길어야 하므로 호랑이의 실제 수명은 사람 수명의 반정도(1/4 × 2)인 30˜40년이 된다.

작고 움직임이 빠른 동물은 짧은 동안 살고 크고 느린 동물은 좀더 오래 살도록 하는 것은 자연이 모든 생명체의 상대적인 수명을 같게 하기 위해 고안한 공평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생물의 몸집과 움직이는 속도를 감안한 상대수명을 서로 비교하면 절대수명의 엄청난 차이에 비하여 대부분의 경우 상대수명이 거의 비슷함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의 시간으로 재는 절대수명은 천차만별이라도 크기와 속도를 감안한 상대수명이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으니까 자연은 참으로 모든 동물에게 공평한 삶의 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같은 사람들 중에서도 키가 큰 사람이 오래살고 몸이 민첩한 사람이 빨리 세상을 마감하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물론 현실은 반드시 이를 충족시키는 것 같지 않다.

쥐의 1년과 사람의 100

시간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절대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아주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짧은 낮잠 동안의 꿈에서 아주 긴 시간을 느끼기도 하고 매일 단조로운 일만 하는 경우 지나간 일년이 아주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또한 많은 경험을 하면서 한해를 보낸 때에는 그 해가 아주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들의 감정에 따라서도 동일한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감옥이나 군에서 보내는 시간은 매우 느리게 지나가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애인과 보내는 시간은 무척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감정적인 면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동물에 따라서 느껴지는 시간은 상대적이다. 설령 같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느끼는 시간은 같을 수 있다. 만약 쥐가 느끼는 1년이 인간이 느끼는 70년과 같다면 쥐의 일생이 인간에 비해 매우 작더라도 상대적으로는 동일한 기간만큼 사는 것이다.

사람보다 빨리 움직이는 쥐는 속도만을 감안할 때 사람보다 몇 배는 수명이 짧아야 한다. 하지만 쥐는 사람에 비하여 20배는 작다. 이와 같이 크기까지를 고려하면 쥐가 1년을 사는 것은 사람이 80년을 사는 것과 아주 공평한 셈이다. 이와 같이 동물의 크기와 움직이는 속도를 감안한 상대수명을 가지고 보면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상대수명은 별 차이가 없다. 하루살이는 사람보다 100배 정도 빠르므로 수명은 100배 짧아야 하고 크기는 1000배 작으니까 절대수명은 사람의 10만배(100×1000) 정도 작을 것이다. 그러니까 하루살이가 비록 일주일 정도만 살더라도 그것은 상대적으로 사람이 70년 사는 것고 비슷한 것이다.

반면 오래 산다는 거북이를 생각해 보자. 거북이는 사람보다 4배 느리고 크기는 2배 작으니까 수명은 2배[4×(1/2)] 정도 길 것이다. 따라서 거북이는 150년 정도 산다. 하지만 그것을 상대적으로 볼 때에는 인간의 70년과 비슷한 것이다.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새가 몇 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불쌍해 하지만 그 새는 자기 고향에서만 70년을 살았던 사람보다 긴 생을 영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같은 이치로 사람들 중에서도 전 세계를 누비는 지금의 사업가가 누린 70년이 그 옛날 산속에서 나무꾼으로 보낸 70년에 비하여 몇 배는 긴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편집실)

2020년 6월 26일, 1176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