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화가 반고흐 그림을 최초로 수집한 헬레네

재독화가 황수잔

‘예술컬렉션 마니아 헬레네(Helene Kröller -Müller)’

불타오르는 이지적인 눈빛, 깔끔하게 흐트러짐 없이 올려 빚은 헤어스타일, 목을 꼿꼿이 세운칼라, 근엄하고 자신만만한 헬레네의 사진이 크뢸러 뭘러 박물관(Kröller-Müller Museum) 입구에 걸려있다. 그녀가 풍기는 인상은 무척 냉정해 보이지만 헬레네, 그녀는 감정이 풍부하고 천재적으로 예술감각이 뛰어난 대단히 매력적인 예술컬렉션 마니아이다.

헬레네(1869-1939)는 독일 Müller&Co 회사를 경영하는 독일인 아버지 밑에서 비즈니스 감각을 키웠다. 1888년 네덜란드인 Anthony Kröller와 결혼해서 그녀의 이름은 Helene Kröller -Müller가 되었다. 남편 Kröller는 네덜란드 Müller&Co 지사의 경영주로서 사업은 대단한 성공을 이뤘다.

1908년 당시 네덜란드 상류층 부인들은 ‘예술감상’을 공부하는 것이 트렌트였다. 헬레네도 대학강사 H.P. Bremmer에게서 예술품을 감식하는 ‘예술감상’을 공부했다. 천성적으로 예술감각이 뛰어난 헬레네는 이해하는 것이 무척 빨랐다.

그녀는 1907년부터 예술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무명인 화가의 작품일지라도 감식해서 인정되면 사서 모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Bremmer 대학강사를 헬레네 빌라(Villa)로 초대해서 조언을 받았다. 헬레네의 예술에 대한 열성적인 관심과 탁월한 예술감각으로 시작된 컬렉션은 오랜 세월에 걸쳐 1만2천점이나 되는 수많은 작품들을 모았다.

헬레네의 예술에 대한 집념은 대단했다. 그것은 대단한 용기와 모험이었다. 컬렉션 대부분이 그림이었는데 조각품도 있고 네덜란드 도자기와 애호품인 중국도자기도 있다. 그녀의 빌라는 미술관처럼 예술품으로 가득했다.

1909년 헬레네는 당시 별로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화가 반 고흐 그림을 최초로 수집했다. 고흐는 생전에 그림 한 장 팔리지 않아 가난에 찌들려 살았다. 불면, 환각에 시달리다 자신이 아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한 그는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헬레네가 고흐 작품과 마주한 날은 네덜란드 출신 반 고흐 그림이 천재 예술감식인에게 발굴된 ‘영광의 날’ 이였다.

헬레네가 고흐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천재적인 상당한 예술성 가치를 인정했다. 그녀는 고흐 그림들을 계속 수집했다. 그렇게 모은 고흐 작품들이 272점(데생과 스케치 작품 180점, 그림 90점) 이나 되었다. 고흐가 처음으로 그린 고향 네덜란드 농촌에서 어두운 톤의 농부들이 일하는, 가난에 찌든 노동자들이 삶의 모습 그림에서 부터 남프랑스 ‘알’에서 그린 밝은 색상의 풍경화. 해바라기, 밤의 카페 테라스 등 다수의 인상파 그림들을 수집했다. 고흐 작품들은 헬레네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그림들이였다.

그녀는 현대미술가 Pablo Picasso, Corot, Renoir, Sisley, Fantin-Latour의 그림들을 수집했다. 1907년부터 1935년까지 오랜 세월동안 정열을 쏟아 하나하나 모은 작품들 1만2천점을 빌라에 모두 걸어 놓고 지냈다. 그녀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그림들 속에서 대단한 행복을 느꼈다.

헬레네는 사립박물관(Privatmuseum)을 건축해서 그림들을 전시했다. 그녀가 아끼고 사랑하는 전 예술작품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유능한 기업가인 남편 Kröller는 당시 5500헥타르나 되는 숲이 있는 넓은 대지를 구매했다. 1만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울창한 숲으로 희귀한 동물들과 식물들을 많이 보존하고 있었다. Kröller는 이곳에 수렵을 위한 집을 건축해서 여가선용으로 머물면서 사냥을 했다.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헬레네 부부는 자연속의 박물관을 건축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1921년 세계경제공황(weltweite Wirtschaftskrise)으로 남편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는 파산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헬레네는 예술품들을 보존하기 위해서 1935년 1만2천점의 전 작품들을 네덜란드 시에 박물관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모두 기증했다.

예술이 공존하는 호혜 벨루(De Hoge Veluwe)국립공원

1909-1923년 동안 남편 Kröller가 사냥을 즐기던 숲이 지금은 네덜란드에서 대자연이 펼쳐진 가장 넓고 오래된 자연과 건축 그리고 예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호헤 벨루 국립공원(De Hoge Veluwe)이 되었다. 광활한 넓은 대지에 숲이 있는 자연속의 공원은 관람객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곳곳에 유명한 조각가들 Jean Dubuffet, Marta Pan, Pierre Huyghe등 청동 조각품들이 세워져 있어 예술의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이곳에 그들 부부의 소원이었던 자연속의 크뢸러 뭘러 박물관 (Kröller-Müller Museum)이 건립되었다. 공원과 박물관은 입장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공원입구에 세워져 있는 흰색의 자전거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없이 펼쳐져 있는 숲이 우거진 공원 가로수를 따라 진귀한 꽃들과 고목나무들, 스쳐가는 동물들을 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1938년부터 박물관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헬레네는 박물관 관장으로 지내면서 고전파, 자연파, 인상파, 현대화 그림들을 장르별로 전시하지 않고 자유롭게 혼합해서 전시했다.

1939년 헬레네가 사망하자 네덜란드 당국은 그녀가 평생을 바쳐온, 보석처럼 빛나는 미술작품들과 함께 할 시간을 마련하였다. 그녀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작품 272점이 있는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전시실에 하루 동안 그녀의 시신이 들어있는 관을 머물게 한 것이다. 이로서 헬레네는 생의 마지막에 그녀가 가장 아껴온 고흐작품들과 다기 한번 맘껏 느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헬레네는 떠났지만 그녀가 생전에 열정으로 수집한 예술작품들은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현재 미술시장에서는 옛 거장들의 작품은 고가의 경매가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네덜란드가 낳은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명화 ‘해바라기’작품은 1천억 원에 이룰 것이라고 한다. 당시 헬레네의 뛰어난 예술품을 감식했던 천재적인 예술감각이 새삼 놀랍다.

1184호 20-21면, 2020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