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현 아동을 소개 합니다

제가 갓 난 아기였을 때, 보육원 앞에 버려진 나를, 보육원 원장님이 안고 들어와 키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육원의 규칙상, 만 18세가 되어서 저는 정든 보육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연하게 알게 된 친구의 소개로 공장에 취직이 되어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언제부터인가 대학생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버는 월급을 악착같이 모아, 3년 만에 4천만 원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그때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나보다 14살이나 연상인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는 신호를 보내도, 나를 그냥 동생처럼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말없이 나를 지켜주었고, 그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나도 덩달아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맥주 몇 병과 안주를 사들고 저의 방을 찾아 왔습니다. 나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이제야, 나의 정성이 그에게 전달되어졌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와 함께 밤이 새도록 마셨습니다. 다음날 몽롱한 의식 속에서 일어나보니, 내 서랍 속에 넣어 두었었던 4천만 원짜리 저축 통장과 도장이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짧은 편지 한 장, <미안해, 내가 반드시 다시 돌아올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황당한 마음이 되었지만, 그를 향한 원망의 마음이나, 속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다시 돌아온다는 그 말을 믿고 싶었습니다.

나는 제일 먼저 그렇게도 가고 싶었었던 대학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또 열심히 돈을 모았습니다.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나는 어느 종합병원 앞에 작은 커피숍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가게에 하루에도 여러 번씩 와서 커피를 사서 들고 가는 레지던트 한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과 사랑을 시작했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첫날밤을 지나고, 아침이 되었는데, 나는 그의 가슴에서 흉터자국 같은 것을 발견하고 놀래서 그에게 물었습니다.<이건 무슨 흉터야?> <응, 내가 고등학교 때 나의 신장이 망가져서 다 죽게 되었었는데, 누구인가 나에게 신장을 이식해 줘서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어! 그 때의 흉터야! 생명의 은인인 그 사람을 만나서 은혜를 갚아야 할 텐데, 아직도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우리 어머님 모시고 함께 살면 어때?>라고 말하자, 그는 너무나 고마워하면서 다음 달부터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살기로 하였습니다. 시어머니는 한없이 좋은 분이었습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들을 키워온 사람 같지 않게 온화하고 성품이 좋은 노인이셨습니다.

어느 날 나는 시어머니에게,<어머니와 함께 지내보니, 이렇게 좋으신데, 아버님은 왜? 어머님과 헤어지셨을까요? 남편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많이 괴롭혔었던 기억밖에 없다고 말하던데요!>라고 말하자, <아니다. 나도 그 당시에는 성질이 콸콸하고 거친 사람이었어. 그래서 부부싸움이 그치질 않았고, 어느 날, 화가 난 남편이 도저히 더 견딜 수 없다고 집을 나가고 말았지! 그러나 그는 참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버지였어!>

<아들이 고등학교 때, 신장이 망가져서 죽게 되었을 때, 내 신장을 떼어주고 싶었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헤어진 남편에게 연락을 했었지. 그는 즉시 달려와서 자기 신장을 기꺼이 떼어 주었고, 4천만 원이나 드는 수술비까지 다 감당해 주었었지!>라고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시아버님의 사진 있으면 한 번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사진 한 장을 찾아서 나에게 가져 왔습니다.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온 몸의 힘이 풀리면서 방바닥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사진 속의 그 사람은 내가 공장에서 일할 때, 내가 사랑했었던 나보다 14살이나 많았던 첫사랑의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왜? 그가 내가 죽기 살기로 작정하고 대학에 가려고 모아두었었던 4천만 원을 가지고 갑자기 사라지게 되었는지, 의문이 풀리게 되었습니다.

방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고 있는 나를 보고 시어머니는 놀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나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어머니, 아버님은 지금 어디 계셔요?>라고 물었습니다. <아들에게 신장을 떼어 주고, 얼마 되지 않아서, 후유증으로 그만 저 세상으로 먼저 가셨단다!>어머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지난날 나보다 14살이나 더 많았었던 첫사랑의 남자를 추억해보았습니다. <지금의 내 남편이 그의 자식이라니…. 내가 악착같이 모았었던 4천만 원이 지금의 내 남편을 살리게 되었을 줄이야……>나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이 모든 나의 비밀들을 그냥 가슴 속에 묻어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쩐지 남편을 지금까지보다 더 몇 배로,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망이, 가슴 가득히 밀려왔습니다.

며칠 후, 나는 남편과 함께 아버님을 모셔놓은 납골당을 찾았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이 자신의 친 아버지였음을 알고 그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나는 흐느끼며 오열하는 남편을 꼭, 끌어안아주면서, 그렇게도 사랑했었던 첫 사랑의 그 남자를 안고 있는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는 영정 속의 그를 향하여, <반드시 돌아온다던 약속을 지키셨네요!> 라고 가만히 말해 주었습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안수현 아동은 아빠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엄마 밑에서 제대로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을, 동네 주민들이 신고하고, 민원이 들어와, 아동전문기관이 조사에 착수하였고, 피해 아동으로 선별되어져 시설에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수현 아동은 2020년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열정과 에너지가 많은 아동으로 음악에 맞춰 줄넘기를 하는 방과 후 수업을 매우 좋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서당에서, 조선의 예절, 제기차기, 인절미 만들기, 연날리기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수현 아동은 특별히 태권도를 좋아하고, 장래의 꿈도 태권도 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교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는 수현 아동이 꿈을 이루어 나가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 해 철 선교사 드림

1187호 34면, 2020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