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해로 (Kultursensible Altenhilfe HeRo e.V.)

제 14회/ 베를린에서 봉사를 마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무언가 할 일이 생긴다는 게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몰랐던 부분을 새로 알게 되고 나 자신과 미래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자원봉사 교육생 K)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경청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을 했습니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가 좋았습니다.”(자원봉사자 교육생 P)

지난 여름, 사단법인 <해로> 교육장에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했다. 교육에 대한 열의로 세대 차이는 무의미 했다.

그들은 교육이 끝난 후 적절한 도움현장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한다. 사실 현장 없는 교육은 무의미하다. 터득한 지식과 자기 인식능력은 환우를 통해 투영된다. 봉사자들은 현장을 경험하며 통과의례처럼 동기부여의 딜레마를 경험하기도 한다. 봉사는 무엇보다 내가 남을 돕는다는 어줍잖은 자기 만족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도움활동을 위해서는 꾸준한 동기 부여의 독려가 필요한 이유다.

20대의 나이 어린 유학생과 70대의 어르신 자원봉사자는 한 공간에서 교육을 통해 서로 다른 세대를 향한 공감능력을 성장시킨다. 아직 청춘인 이들은 교육을 통해 엑티브 에이징(Active Aging)의 참 맛을 조금씩 터득한다. 엑티브 에이징이란, 활동적이고 의미있게 나이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법 중 하나가 교육이다. 34시간의 시간 여행을 통해 교육생 스스로 의미있는 나이 듦에 대해 통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제2기 AUA(일상생활 도움활동/ Angebot zur Unterstuetzung im Alltag) 교육을 마친 후 한인 1세대 환우 도움활동을 전개한, 이승준 자원봉사자의 글을 지면에 함께 실어본다.

박경란/ 사단법인 <해로> Alltagshilfe 자원봉사팀장

후원문의/ 이메일: info@heroberlin.de, 홈페이지: www.heroberlin.de

베를린에서 봉사를 마치며/ 이승준

2020년 3월 중순부터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 방문학자로 연구를 하던 중, 코로나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이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을 보았다. 그러던 중 (사)해로(HERO)가 인터넷에 게시한 파독광부 및 간호사 어르신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했고 5월이 끝나갈 무렵 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해로를 찾았다.

해로에 따르면, 파독 광부 및 간호사 분들이 1966년 파독 이래 거의 55년이 된 시점, 이제 늙고 쇠약해 치매 등 많은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계신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배운 독일어를 점점 잊어버려 그들의 2세 및 독일 의료기관과의 소통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절로 아파왔다. 이에 부모님을 생각하며 작은 손길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해로에서 추진하는 7월 4일부터 8월 29일까지의 일상생활 자원봉사자(AUA) 2기 교육에 여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교육을 받으면서, 현재는 고인이 되셨지만 약 15년 전 투병과 재활을 위해 애쓰셨던 장인어른을 생각해 보았다. 마침내 짧은 기간이지만 현재 병석에 계시는 파독 광부 어르신 한 분을 일 주일에 한 번 씩 봉사하기로 결정했다.

다소 떨리나마 조금이라도 도와드릴 수 있다는 기쁨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첫 봉사날 어르신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 주셨던 것과 다소 어색해 하셨던 어머님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매번 어르신 댁으로 가면서 ‘잘 할 수 있다’는 다짐과 함께 나의 건강상태를 계속 확인했다. 특히 코로나를 염려해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았고 항상 위생수칙과 방역지침을 따르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노력했었던 것 같다.

댁을 방문해서는 침상에 누워계신 어르신께 인사와 함께 베를린과 독일, 한국의 날씨와 이런저런 소식을 알려드렸다. 어르신이 식사와 거동이 다소 불편하셔서 주로 침대에 계셨기 때문에 돌봄도 대부분 침대 주변에서 이루어졌다. 어르신 돌봄으로 지쳐있는 어머님을 도와드리기에 목욕 시키는 일을 돕기로 했다. 목욕은 원래 Pflege의 영역으로 AUA(일상생활 도움활동) 봉사자들의 임무는 아니었지만 나의 경우 장인어른의 수발을 했던 기억이 있어 돕겠다고 자청했다. 목욕 시에는 온수를 준비해 머리와 몸, 다리 순으로 씻겨드렸는데, 목욕 후 개운해 하셨던 표정이 떠오른다. 그 다음으로 길게 자란 손톱과 발톱을 열심히 정리해 드리기도 했고 휠체어를 이용해 거실로 모셔와 ‘전국 노래자랑’을 보여드리기도 했다. 이때 아이처럼 재미있어 하셨고 행복해 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일상생활 자원봉사자(AUA)로서 어머님의 어르신 돌봄을 조금 도와드리는 것 뿐이었지만, 어머님의 일상 회복과 즐거운 돌봄을 위해 힘든 것은 내가 먼저하려 했고 그동안 못하셨던 외출과 성당 방문 등을 하시도록 도와드렸다. 또한 어머님께 어르신이 재활하실 수 있다는 확신과 가족들의 믿음이 전적으로 필요함을 부단히 알려 드리기도 했다.

9월 6일 봉사를 마치면서, 나의 봉사가 어르신께 도움이, 그리고 어머님께 위안이 되셨기를 희망한다. 또한 어르신이 빨리 쾌차하셔서 일상을 찾으시길 기도한다. 특히 지난 50년 전 타국행을 선택했던 광부 및 간호사분들이 우리들에게서 잊혀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에 이들의 돌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해로(HERO)와 그 돌봄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테레사 수녀의 말씀을 생각해 보며, 이곳 베를린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간다. “침묵의 열매는 기도이고, 기도의 열매는 믿음이며, 믿음의 열매는 사랑이고, 사랑의 열매는 봉사이며, 봉사의 열매는 평화다.”

2020년 9월 25일, 1188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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