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엄마가 알려주는 가지가지 독일생활정보
(4) 포장육의 등급

4가지 : 싼게 비지고기? 알고 사자, 포장육 (1편)

싼게 비지떡? 이 말은 독일에 어언 20년을 살고 보니 독일에 딱 맞는 말이더라. 궁금하면 못 참는 내 성격에 판매원에게 귀찮은 질문공세를 해대는 바람에 이 이유있는 가격차를 제때제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 지난 호의 계란암호처럼 – 영문도 모르고 외관이나 가격만 보고 구매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셨을 것이다.

공산품은 반품이라도 되지만 신선한 먹거리는 그것도 안 되니, 이 “안개 속 장보기”는 언제 끝이 나려나?

노을이 엄마의 속 시원한 정보, 오늘은 포장육이다.


채식주의가 아니라면 계란만큼이나 육류섭취도 일상적인 것이다. ‘f’ 표시가 있는 전통 있는 좋은 정육점에서 사는 것을 추천하지만, 독일 정육점에서의 대화는 일방통행이란 없기에 독일어 장착은 기본이다. 더군다나 동네 경로당인지 반상회 날인지, 수다의 향연 덕에 고기 한 근 사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음 기회에 정육점도 다루어 볼 예정) 그러니 편하게 슈퍼 포장육을 사게 되는 것이다. 이때 너무 가격이 싼 포장육을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아서 제대로 알려드리고자 이번 주제를 정했다.

나도 정말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슈퍼에서 포장육을 살 때도 있다. 그런데 거언 20년 가까이 보지 못했던 희한한 라벨이 포장박스에 붙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1일. 그때부터 시행된 “Haltungsform”(사육형태) 표시 의무법 때문이다. 그간 난무했던 비일률적이던 포장육 정보표기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알려서 소비자와 농가, 동물들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크게 5가지 대원칙에 의한 4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도축 조건 한 가지가 더 있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4-5 종류 가축별로 다시 구분이 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돼지우리 같은 데서 산다” 고 하는 돼지고기 구분은 어떤지 우선 살펴보자.

상기 1-4 단계 구분은 이 라벨이 붙은 포장육을 취급하는 판매처에서만 적용됨을 미리 알려둔다. ALDI SUED, ALDI NORD, LIDL, EDEKA, REWE, NETTO, PENNY, KAUFLAND 같은 전국 체인망 대형 소매슈퍼들이 그곳이다. 소수의 소규모 소매체인망과 BIO유기농슈퍼를 제외하면 독일 동네슈퍼는 거의 다 포함된다. (2019년 4월 현재) 이런 슈퍼에서 살 수 있는 BIO 포장육은 4단계에 포함된다. BIO 와 라벨4가 동시에 찍혀있다.

BIO전문슈퍼들도 포장육을 취급하지만, BIO 유기농 고기들만 취급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이 라벨이 의미가 없다. 그래서 BIO 전문슈퍼에서는 이 라벨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상기 표의 의미는, 4단계의 차별적인 적정테스트에 합격했다는 표시가 아니고, 단지 축사상황이 이렇다는 설명에 불과할 뿐이다.

BMEL, 즉 연방식량농업부의 이 규정이 발표되고 난 직후, FOODWATCH와 같은 민간단체들과 반대세력 정치인들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구분은 사육환경만을 설명해 주는 것으로 끝나는 데에 그치는 것이고, 도축/성장과정의 환경이나 신선도에 대한 구분이 없어서 소비자들에게 변별력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이 제도로 인해 가축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사육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벨 1조차 마치 시험을 통과한 것처럼 보여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되는데, 실제 축사의 현실은 끔찍한 것이다. (굳이 설명 안하렵니다)

저의 사견이지만, 한 가지 또 아이러니한 것이 있다. 독일학교의 성적순위는 1부터 5점이며, 최고 점수는 1점이다. ‘수, 우, 미, 양, 가‘처럼. 대체로 1등급이 최고등급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기준을 거꾸로 뒤집어서 최하등급을 왜 1로 매겼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이는, 한국의 마트처럼 “최상급 1등급 AA+”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내신도 1등급이 최상급이라고 기억하는데… )

심한 비판을 받은 정부는 급기야 2020년 중반에 개선책 “Tierwohlkennzeichen” (동물복지표시법)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미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 제도도 후유증과 부작용을 낳고 있는 중이다. 진정 동물복지개선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농가들의 양심적인 협조가 동반되어야 하며, 그 개선을 위해 드는 비용의 일부부담은 구매자, 즉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제도를 도입하면 바로 고기 값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설사 비용을 시민과 정부가 부담한다 하더라도 진정 그것이 동물들의 복지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또 한 번의 강력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웃나라보다 더 나은 괴물을 발표해야만 하는 부담 때문일까? 2020년 중반은 이미 지났으며, 오늘도 BMEL 의 홈페이지에는 “현재 진행 중” 으로 표시된다.

이번에 자료조사를 하면서 영상자료도 함께 보았는데, 축사환경 통제는 선진국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여러분, 이 글을 읽으시고 나서, 값싼 포장육은 가급적 피해주시길 추천합니다!

이어서 포장육의 실제 구매에 대한 팁과 관련 영상은 다음호에 이야기 계속 하겠다.

1195호 17면, 2020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