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립개척』 – 유럽한인교회사 첫 성공 사례

교회 대형화를 거부하는 ‘프랑크푸르트우리교회’

기고: 김운경 YTN 독일리포터

지난 10월 마지막 일요일, ‘프랑크푸르트우리교회’(책임목사 김만종)는 2년동안 준비해오던 교회의 분립 절차가 완성되는 파송예배를 드렸다. 새로 태어난 교회는 프리드리히스도르프 소재 ‘우리하나교회’(담임목사 김영석). 이 역사적 현장에 참가한 신자들은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마침내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동안 분규로 인해 교회가 갈라지는 것만 봐오던 교민들은 한 교회가 성장해서 다시 새로운 교회를 탄생시키는 것을 보면서 이제 한인교회에도 새 기운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기독교계에서는 이것을 ‘분립개척’이라 부른다.

프랑크푸르트 우리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김만종 책임목사

2011년 2월, 한 신도의 사업장에서 10 명이 모여 첫 예배를 드린 것이 지금의 ‘우리교회’의 시작이었다. 그해 4월, 교인들은 한국에서 교회를 섬기며 대학에서 강의하던 김만종 목사를 독일로 청빙해서 ‘프랑크푸르트우리교회’를 설립했다.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신학박사를 취득한 김 목사는 유학생 시절 당시 오버우어젤에 있던 지금의 ‘한마음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했으며 학위 취득 후 귀국했다가 교우들의 요청으로 다시 오게 된 것이다. 10여년간의 독일생활을 통해 그는 누구보다 이 지역과 독일사정을 잘 알았다.

초교파를 표방한 ‘우리교회’의 모토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이웃이 좋아하는 교회”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 이 모토는 오늘날 사람들의 욕심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이웃들에게 외면 받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실상을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장일로에 있던 우리교회왜 분립인가, 교회가 커지는 것이 싫다?

고작 10 명으로 시작한 ‘우리교회’는 창립 8주년이 되었을 때 주일예배 평균 참석자 수가 500 명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조직이 커지면 원활한 운영과 관리를 위해 소위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의미의 시스템은 김만종 목사의 목회철학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교회 전경

김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교우들이 많아지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돌아보고 마음 쓰는 일이 어려워졌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영혼 한 사람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목회자로서의 제 마음입니다. 저는 교우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자녀들 이름까지 불러주며 기도하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김 목사가 교회의 대형화를 거부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게 하는 발언이다. 한국의 많은 목사들과 교회들이 지향하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났고 이대로라면 곧 예배당 수용 능력의 한계점에 다다를 즈음, 2018년 마침내 교회의 ‘분립개척론’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교회의 대형화가 아니라 소형화가 옳다는 담임목사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신도들은 한동안 갈팡질팡했다: “목사님, 꼭 그래야만 합니까? 다른 방안은 없을까요? 어떻게 정든 교우들과 헤어진단 말입니까?” 많은 교인들이 여전히 큰 교회가 좋았던 것이다.

많은 토론과 설득 끝에 같은 해 11월, 교인총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분립개척’이 채택되었다. 교회를 나누기로 했다. 목표를 정하고 나니 이제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분립개척 추진위원회와 실행위원회 설치 구체적 실천방안 마련

언제 분립할 것인가? 누가 분립되는 교회로 가고 누가 남을 것인가, 분립되는 교회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개척할 곳은 어디로 정하나, 지역을 정했다고 해서 독일교회를 임차할 수 있을까 등등… 분립개척 경험은 없는데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교인들은 ‘분립개척추진위원회’(‘분추위’)를 설치해서 지혜를 모아 차근차근 일을 풀어가기로 했다.

‘분추위’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했다. 여러 사례를 벤치마킹한다지만 이 일은 워낙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성도들에게 ‘분립개척’의 필요성부터 마을교회로서 ‘우리교회’가 지향하는 비전을 설명하는 일은 물론이고 새 교회의 목회자 청빙이나 양쪽 교회의 지속적인 관계 설정 등에 관한 원칙도 마련해야 했다. 분추위에서 큰 틀을 짜면 실행위원회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만들거나 개념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했다. 예를 들면 정관 개정같은 작업이다.

코로나와 분립개척 완료

이런 과정에서 코로나19를 만났다. 한때 전독일의 교회가 폐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가까스로 숨통을 터준 것이 온라인 예배. 하지만 매주 만나던 교우들의 얼굴도 보기 어려웠고 만나기는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분립개척은 차곡차곡 진행되어갔다.

김만종 목사의 의지는 단호했다. 마침내 프리드리히스도르프가 개척지로 선정되고 독일교회측과도 협의가 잘 이루어졌다. 분립된 ‘우리하나교회’의 목회자는 ‘프랑크푸르트우리교회’에서 5년간 함께 사역했던 김영석 목사가 청빙되었다. 분립개척의 얼개가 짜지고 가동이 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엄중한 코로나 상황에서 기적같은 일이었다.

프랑크푸르트우리교회는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되기보다는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교회’가 되고 싶어 한다. 우리교회와 우리하나교회 공동정관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명기되어 있다:

제2장_ 본회의 목적, 2조 d항 공동체의 건강함을 위해 교회의 대형화를 지양하고, 마을을 섬기며 선교적 역량을 발휘하는 영향력 있는 교회를 지향한다.

제14장_ 분립개척, 2조 주일예배 기준 정회원 출석 6개월 평균 200명 이상일 경우 총회의 승인을 거쳐 분립개척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다.

  • 프랑크푸르트우리교회
  • 0152 3353 5548
  • Albert-Schweitzer-Str. 30
  • 65451 Kelsterbach

1198호 10면, 2020년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