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furt에 살면서 (6)

황만섭

산책

오늘은 일요일(8/ 30)이다. 산책은 프랑크푸르트 중심을 흐르는 마인강변의 공원으로 결정했다. 전 신라식당 앞(대학병원 쪽)을 지나 중앙역 방향으로 이어진 다리(평화교, Friedensbruecke) 아래쪽을 새롭게 강변공원으로 연장시킨 곳이다.

원래 ‘평화 교’ 강 위쪽으로만 공원이 있었고 아래쪽에는 강물만 흘렀는데, 이제 대학병원 앞쪽의 강변을 메워 만든 공원이다. 평소 차를 타고 지날 때나, 전차를 타고 지나치면서 바라보기만 했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직접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이 공원을 걸어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곳이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이 있는 다리 아래쪽 마인강변을 ‘프랑크푸르트남항’이라고 한다. 이곳은 대단히 허술했던 곳으로 항상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었다. 이곳에 원통의 유리빌딩과 아파트와 사무실 주택들을 지어 새롭게 단장을 했다. 산책은 프랑크푸르트 남항 강변도로 길을 따라 건물들이 들어선 곳에서부터 시작했다.

건물 앞 언덕길이 끝나면서 내항(남항)에 걸쳐 있는 인도교를 건너 이어지는 강변 길을 따라 더 아래 쪽으로 걸어내려 가면 철교가 나온다. 철교가 시작되는 곳에는 운치가 좋은 식당도 하나 있다. 그리고 철교 옆에는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좁은 다리가 별도로 있는데 그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면 대학병원의 쪽의 강변 공원과 만난다.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더 부풀려 말하자면 환상적이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사는 교민들이나 근교에 살면서 프랑크푸르트시내를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코스를 권한다. 전혀 다른 프랑크푸르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맨손체조

세상에는 건강을 위해 알아야 할 지식과 음식, 어떤 운동을 해야 할 것인가를 소개하는 수많은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그 중에는 맨손체조를 권하는 사람도 많다.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뒷날 몸이 흐느적거리는 상태가 찾아온다고 경고까지 한다.

나도 내 근육을 좀 튼튼하게 만들어보겠다고 나의 굳어진 몸으로 맨손체조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아서 힘이 들었는데 그것도 자꾸 반복해서 하다 보니 이제 몸이 유연해지고 율동도 근육도 어느 정도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뭐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씨름판에 나가서 황소 한 두 마리 정도는 거뜬히 따올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운동을 하면 몸이 좋아진다고 하루 종일 운동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운동도 너무 많이 하면 노동이 된다. 몇 가지의 맨손체조동작을 정해놓고 운동을 하면서 횟수를 한없이 많이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적당한 횟수를 생각하다가 각각 33개씩까지만 하기로 정했다. 33이라는 숫자는 3.1독립선언서에 나오는 33인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분들이 고마워서 해본 생각이다. 그분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싸우신 영웅들이지만, 나는 내 건강 지키겠다고 지금 체조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산다는 것

산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은 모두다 행복에 속한다. 병들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아직 건강할 때 무언가를 찾아서 즐기며 추억을 만든다는 것 또한 행복을 만들어가는 행동에 속한다. 일광욕에 필요한 몇 가지를 챙기고 읽을 책과 마실 것, 먹을 것 등을 챙긴다는 것도 즐거움이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일생은 불행한 일생이 될 것이고, 비록 적은 것을 가졌더라도 감사해 한다면 확실하게 행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세상만사가 다 생각할 나름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힘들었지만, 나는 늘 감사해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어제 보다 오늘이 나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낳아질 거라고 믿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고통이나 어려움을 당할 때도 이보다 더 큰 고통과 더 많은 어려움이 아니었음에 감사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으앙’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일생을 살다가, 나이가 들면서 늙고, 병이 들어 신음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누구나 다 그렇게 떠난다. 그래서 억울해 할 것도 아쉬워할 것도 없다. 그 동안의 삶에 그냥 고마워하면서 웃는 얼굴로 떠나는 연습을 평소에 해두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누구나 젊어서는 에너지가 넘쳐 활동의 폭이 넓고 만남의 범위가 넘쳤다 해도 감당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나 부담이 없었다. 그때는 동분서주 하면서 좌충우돌까지 했어도 에너지가 남아돌기까지 했다. 나이가 먹으면서부터는 기력, 청력, 시력이 예전 같지가 않다. 이제 그런 점을 감안해서 활동의 폭도 만남의 범위도 줄이고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가 젊었을 때 많은 추억을 만들어 놓고, 늙어서는 그걸 추억하면서 살자”고 주위사람들에게 말해왔다. 그렇다. 늙어서는 적은 숫자의 사람과 만나는 절제가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 경쟁관계에 있지 않는 사람을 골라서 만나야 한다. 만나면 무조건 반갑기만 하고, 도토리 키 재기가 필요 없는 사람으로 한정해서 편안한 일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족벌, 학벌, 출생지도 필요 없고, 키가 크고 작고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나이가 많고 적고를 따지지 않고, 덩치가 크고 작고가 상관없어야 한다. 더욱이 돈이 많고 적고도 문제가 되지 않는 반갑고 즐겁고 유쾌하기만 해야 하는 만남이어야 한다.

코로나 극장

한때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흑사병(1346~1353, 페스트,)이 유럽을 덮쳤을 때, 당시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해야 감염을 막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때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무조건 교회에 모여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야 한다는 단순한 일념뿐이었다. 흑사병은 교회집회를 통해서 더욱 무섭게 펴져나갔다.

지금은 코로나정국이다. 외출이 두렵고 떨리는 순간들이다. 연극도 영화도 볼 수가 없다. 자연스레 집 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아져 작은 방 하나를 코로나 극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비록 아이맥스 영화관(IMAX 3D Cinema)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우리 두 사람이 애용하는 상상 속의 극장이다. 극장의 크기는 우리부부가 의자 둘을 놓고 앉으면 더는 앉을 공간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사를 할 때에 사무실로 사용했던 조그마한 골방이다. 책상과 의자가 있고, 서류 선반이 옆 벽에 걸려 있고, 뒤쪽 벽에도 작은 서류 장 하나가 붙어있는 공간으로 방이 좁다 보니, 24인치 컴퓨터는 시네마 스크린처럼 거창하게 보이고, 유튜브 채널에서는 각종 뉴스와 역사, 노래자랑 음악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차고 넘친다. 숨막히게 돌아가는 뉴스를 보다 보면 흥미진진까지 한다. 여기가 한국인지 독일인지 분간이 안 된다.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내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도 깜박 잊고 산다. 그래서 걱정이 태산이다. 때가 되면 늙어가야 하는 데 늙어가는 걸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되는 대목이다.

참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사전, 나무위키 참조

1200호 16면, 20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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