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한인문화예술협회 주최, 제1회 문학창작마당 은상 수상작

마른 깻잎 두 장

김 지훈

가끔 침대위에서 하릴없이 누워 인터넷을 검색하는 게 취미인지라 의미 없 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가도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면 의미없어 보였던 그 시간들도 어느새 의미를 찾아 나에게 다가온다.

우연히 어느 음식이야기를 다룬 블로그에서 본 짤막한 글.

깻잎에는 [파이토케미컬]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각종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화학물질로써 깻잎이 수분이 많은 참치 같은 재료를 감싸주면 김 밥이 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김밥에는 없는 깻잎이 참치김밥에는 꼭 들어가 있었던 걸까.

김밥을 꾹 눌러 말면 삐져나오는 참치기름을 흡수하기에는 깻잎 한 장으로 는 조금 부족해보이니 두 장 정도면 적당하겠다. 세장은 좀 많아 보인다.

깻잎을 보면서 타지에서 아등바등 거리며 살고 있는 내가 떠오르는 건 왜였 을까?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직장상사분이 지나가며 해주셨던 이야기가 뇌리 에 스쳐지나간다 ‘회사에서 존재감을 키워라, 네가 자리에 없을 때 너의 존 재가 확 드러날 수 있는 그런 직원이 되라’ 라는 말씀.

지금은 나는 이곳에서 어떤 존재일까?

간혹 사람들을 만나 먼 독일까지 오게 된 계기나 포부 등을 물으면 각자 나름대로의 큰 결심을 하고 건너온 터.

하지만, 현실에 부딪히고 실망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었나. 내가 이곳을 떠나도 사람들은 나의 흔적을 기억해줄까? 그저 스쳐가는 한 사람의 나그네는 아닐는지.아니, 나그네면 오히려 다행이다 그저 날아가는 먼지 한 톨은 아닐까? 그저 흘러가는 세월을 원망만 하면서 보내려고 하는 건 아니 었는지 반성해보는 요즘.

‘하얀 도화지가 되라’ 라는 말이 있다. 하얀 도화지에 본인이 그리고 싶은 것 을 마음껏 그리고 즐기라는 의미일 텐데, 나는 도화지보다는 참치김밥의 마른 깻잎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우연히 알게 된 깻잎의 비밀 나는 그것을 몰랐다면 아마 지금도 참치김밥에 들어간 깻잎은 그저 맛을 내기위한 재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꺼라 여겼을 것이다.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른 깻잎이 될 필요가 있다고 확신에 찬 어조 로 그대들에게 말하고 싶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알고 나서도 큰 뜻은 없는 그렇지만 알고 난 뒤에는 생각나게 만드는 그런 존재.

가끔 이런 생각이 나를 주저앉게 만들 때가 있다. 나름대로 큰 결심해서 이곳까지 왔는데 과연 나는 무엇을 얻은 걸까?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 에게 자신있게 나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자문자답을 해보면 어느 새 주눅들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자주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고 위로가 필요한 요즘.

주저앉고 싶고 아니 이미 주저앉은 이들도 손잡을 곳이 없어 방황하는 요즘. 어느 주말 내 스마트폰에 들어온 깻잎 두 장이 나를 깨웠다.

그 깻잎 두 장은 내가 지금까지 얻었던 어떤 수많은 생활상식보다 유용했으며, 우연히 알게 되어 반복해서 듣고 있는 그 어떤 노래보다 감미로웠다.

이곳에 사는 우리 이방인들이 그냥 묻혀가는 존재가 아닌 없으면 맛이 쉬어 버리는 참치김밥의 깻잎처럼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없으면 허전한 그런 존재 로 이곳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소망하며 이 글을 끄적인다.

1200호 17면, 20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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