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평화의 물결, Wien 신년음악회

유한나 (재독시인, 수필가)

새해를 열면서 오스트리아 빈(Wien) 필하모니 신년음악회를 텔레비전으로 감상하였다.

빈 음악협회(Musikverein)의 황금홀 무대에는 단원들이 마스크 없이 옆에 나란히 붙어 앉았다. 유럽에서도 코로나로 방역 조치가 강화된 가운데 마스크 의무화가 시행되고, 음악회나 오페라 등이 열리지 않았는데 웬일일까 했더니 단원들은 날마다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연습하였다고 한다.

매년 지휘자를 초빙하여 신년음악회를 여는데 이번 지휘자는 이탈리아의 거장 리카르도 무티 (Riccardo Muti)였다. 그는 1971년에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은 후 지난 50년 동안 여섯 번이나 신년음악회 지휘를 맡게 되었다. 만 79세의 노장 지휘자는 2천 여 비어있는 관중석을 향하여 아니 온라인으로 음악회를 감상하는 세계의 시청자들을 향하여 `´라고 말하였다. 가족이나 친구끼리도 마음 편하게 만나 대화와 교제를 나눌 수 없을 만큼 바이러스로 두려운 세상이고 삭막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음악은 그럴수록 더욱 희망과 평화를 나누어주는 사명이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본래 1939년 12월 말에 시작되었다가 1941년부터 세해 첫날에 연주회를 갖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는 이제 92개국 이상 약 5천만 명이 넘는 음악 애호가들과 시청자들을 팬으로 얻었다. 이번에 빈 신년음악회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청중 없이 열린 대신에 중국 상해를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케냐까지 음악 애호가들이 줌(zoom)으로 음악회에 참여하였다.

온 세계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2020년을 뒤로 하고 새해를 여는 첫 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주페 (Franz von Suppe 1819-1895)의 <파티니차 행진곡(Fatinitza Marsch)> 이었다. 신나고 씩씩한 느낌을 주는 이 곡은 마치 발자국을 저벅저벅대며 새해 안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후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곡이 연주되기 시작하였다. 본래 공학도들을 위한 무도회를 위한 곡으로 작곡된 <음의 파동 (Schallwellen)>이 연주된 후, <니코 폴카(Niko Polka)>가 이어졌다. 이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1859년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작곡한 곡으로 러시아 니콜라우스 영주에게 헌정된 곡이다.

다음 곡으로 요셉 슈트라우스가 러시아 연주 여행 중에 우울증을 극복하고 부인에게 걱정하지 말도록 곡을 만들어 보낸 <근심 걱정 없이 (Ohne Sorgen)가 연주되었다. 이 곡은 중간에 단원들이 ‘하하하’ 하며 웃는 웃음소리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새해에는 코로나 걱정을 비롯한 여러 근심 걱정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희망을 담은 곡을 고른 듯하였다.

2부 프로그램은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이 첫 순서로 연주되었다. 곡이 시작되면서 트럼펫과 트롬본 등 관악기의 웅장함에 이어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의 감미로운 곡조, 마지막 부분의 빠르고 경쾌한 서곡이 새해 힘찬 출발을 하도록 응원하듯이 들렸다.

두 번째 곡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Frühlingsstimmen)>이 연주되었다. 봄을 불러오는 듯한 경쾌하고 밝은 곡이 연주되는 동안에 환상적인 보라색, 생명력 넘치는 핑크색, 주황색 등 화려한 색상의 무용복을 입은 발레 무용수들이 나비같이 가볍고 경쾌하게 잔디밭을 누비며 춤을 추는 모습이 봄의 발랄함을 더하여주었다.

다음 순서로 연주된 <크라펜 숲에서 (Im Krapfenwald)>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러시아 여행 중 숲속에서 새소리를 듣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특별히 새소리를 내는 특수 악기가 연주되어 마치 내가 직접 숲속에 들어와 새소리를 듣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셉 1세 (Franz Joseph 1830-1916)의 즉위 40년을 축하하는 기념 무도회를 위해 작곡하였던 <황제의 왈츠 (Kaiser-Waltzer)>가 연주되었다.

이 음악회에서 처음으로 연주된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생인 요셉 슈트라우스의 <마게리타 폴카 (Margherita-Polka)>는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왕자와 마게리타 공주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하여 작곡한 곡이다. 이 곡이 연주되는 동안에 세 명의 발레리나와 한 명의 남자 무용수가 이층 건물 무대를 나비같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자유롭게 춤을 추어 축제 분위기를 북돋워 주었다.

앙코르 곡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An der schönen blauen Donau)>를 연주하였다. 이 곡은 본래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오스트리아 국민에게 패전의 우울함을 극복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심고 희망을 주기 위해 1866년에 빈 남성 합창단이 당시 작곡가였던 요한 슈트라우스에게 의뢰하였던 곡이라고 한다. 그 이듬해 작곡된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제2의 애국가´라고 불릴 만큼 오스트리아 국민에게 사랑받는 곡이 되었다.

꿈꾸듯 조용하게 흐르며 시작되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넘실거리는 강물이 되어 우리 집 거실까지 흘러넘쳤다. 모든 슬픔과 우울함, 절망감을 몰아내는 듯한 밝고 경쾌하고 자유로운 도나우강의 물결이 내 안으로도 흘러들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오스트리아 제국의 장군이었던 라데츠키에게 헌정하였던 <라데츠키 행진곡 (Radetzky-Marsch)>이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경쾌하게 연주되면서 2021년 신년음악회가 막을 내렸다. 전통적으로 이 앙코르 곡이 연주될 때 지휘자가 청중을 향하여 돌아서서 지휘하고 청중은 손뼉을 치며 기쁨으로 화답하며 새해를 축하하였던 전통적인 장면은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비롯한 동시대 음악가들이 작곡한 곡들은 150여 년이 지나도 우리에게 여전히 새로운 삶의 용기와 희망을 심고 기쁨을 선사하였다. 리카르도 무티는 이 음악의 사명, 예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도, 80세를 바라보는 나이도, 국경도 넘어서서 빈 신년음악회 지휘봉을 들었다.

지난 일 년 가까이 사람들을 꼼짝 못 하도록 위세를 펼쳤던 코로나도 빈 필하모니 신년음악회의 물결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희망과 평화의 물결처럼 우리도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심고 기쁨과 용기를 주는 강물로 흐르는 새해가 되기를!

1203호 16면, 2021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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