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 가족과 코로나 비루스

류 현옥

퇴직자 하인 부인의 일정이 퇴직 전만큼이나 규칙적 이 되기까지는 기간이 걸렸다 직장여성이 가정주부로 바꾸는 전환기이었다. 오래 기다린 정년퇴직자가 되었지만 편하게 즐길 수가 없는 그녀였다. 근무처에 얽매인 생활구조에서 해방된다 하여 아침에 일어나도 되고 늑장을 부리며 더 누워있어도 되는 그녀의 사정이 아니었다.

모든 다른 직업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역시 퇴직생활에 적응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에 맞추어 시작되던 하루의 출발이 마치 나사하나 빠진 기계처럼 느슨하게 발동에 걸려 탄력성 없는 용수철처럼 흐늘흐늘 움직이는 하루하루로 귀한 시간 보내게 될 것 같아 걱정하고 미리준비를 했었다.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지시하는 대로 짜였던 직업여성에서 해방되어 스스로가 정하여 움직여야하는 한다. 일생이 끝나가는 마지막 과정으로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관리해야만 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년기에 들어서서야 여생의 남은 귀한시간을 요령 있게 꾸려나가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하인 부인은 대퇴골절 염증으로 투병하다 그녀보다 10년이나 먼저 조기정년에 들어간 남편과 선천적 신체장애자 아들과 한 집에 살고 있었다. 아들은 컴퓨터 전문가로 공무원이지만 자립할 수 없는 사정이라 45 세가 될 때까지 그녀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유일한 자식이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긴 재산으로 15년 전에 교외에 단독 전원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아들의 출퇴근은 일 년치로 예약하는 택시 회사에서 맡아서 하고 있었다. 조기정년퇴직자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맡은 셈이고 하인부인은 퇴직 전날까지 풀타임으로 일을 했다.

하인가족의 하루는 아침 6시 5분전이면 집 앞에 와서 정거하는 아들을 데리려온 택시소리로 시작된다. 그녀는 부엌의 유리창문을 통해 택시의 도착을 확인한 후에 장애자 아들의 가방을 다시 점검한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준비해둔 초코라드와 미리 싸둔 빵과 과일이든 플라스틱박스를 가방 속에 넣고 아들이 신발을 신고 자켓 입는 것을 거들었다.

롤라토를 밀고 나 가는 아들의 가방을 들고 뒤따라 나가면 남편은 부엌창문을 통해 지켜보았다.

아들이 택시에 앉으면 가방을 무릎위에 올려주고 운전사 쪽으로 가서 운전사가 창문을 열고 건네주는 영수증에 서명을 했다. 그녀는 서명을 할 때마다 “내 아들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 라고 혼자 속으로 말했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들은 혼자 걸어 나가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계단에서 넘어져 척추 골절로 수술을 했고 왼쪽으로 구부러진 어깨로 몸 전체의 평행을 잃게 되어 대문 앞에 정차한 택시 까지도 롤라토에 의지하여야 했다 . 40살이 넘으면서부터 아들에게도 노쇠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 일상생활에 도움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이층에 자리한 아들의 방을 오르내리는 것까지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15년 전 새집으로 이사를 올 때만 하더라도 아들이 혼자 층계를 오르내릴 수 없을 때를 생각하지 않았다. 온 집안을 가득채운 새 집의 향기, 새 벽지의 냄새가 그녀를 매혹시켰다. 그전에 누군가 살다가 나간 집이 아니라는 것 하나만으로 다가올 장래를 잊게 했다.

남편이 대퇴수술 후 얻은 만성병은 병원균이 관절을 침입하여 만성질환이 되었고 항생제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자 병균에 대한 공포가 그녀의 사고를 지배했다. 남편은 건강보험은 물론 연금보험공단과 오랜 투쟁 끝에 조기 정년에 들어갔고 조용하게 집에 앉아 집안 일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말수가 적고 자상한 남편이 집에 있다는 안도감으로 풀타임근무에 집중 한 그녀다. 아들을 태운 택시가 떠나면 그녀의 출근시간까지는 두 시간 여유가 있다. 남편과 아침을 먹은 후 남편을 위해 간단한 점심 준비를 했다.

자동차로 반시간 거리에 있는 그녀의 직장 샤롯텐부르크까지 하인부부는 드라이브를 하는 것으로 정하여 그녀는 편하게 출근을 했다

온 가족이 다 같이 휴가를 떠난 지도 오래 되었다 아들이 연간 휴가를 받아 장애자 휴양지로 떠나면 둘이 일주일간 북해의 섬으로 가서 해풍을 즐기는 정도였다. 하인부인은 알레기성 기관지염을 자주 앓았고 북해의공기가 좋다는 것을 알지만, 아들과 남편 병치레로 간병인의 역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하인부인의 퇴직 후에도 가족의 일정은 정확하게 6시 5분전에 집 앞에 도착하는 택시의 신호로 시작되었다. 마치 태엽마우스처럼 톱니바퀴에 짜여 돌아가는 하인 가족의 일생생활에 작은 에피소드가 끼어들었다.

아들을 태운택시가 떠나면 노부부는 아침식사를 여유 있게 하고 7시 30분에 자동차를 타고 근처의 대형마트방문을 하는 일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 까지 규칙적으로 8시 30분에 차를 타고 10분이면 도착되는 대형 수퍼마켓 방문은 그녀가 오래 기원해온 일이다. 그 시간이면 막 도착된 채소와 과일이 진열되는 시간이다. 아무도 지나가며 만지지 않은 싱싱한 채소를 둘러보는 것을 즐기며 필요한 것을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을 했다.

어디를 아침마다 가느냐고 묻는 이웃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년퇴직 전 퇴근길에 들린 슈퍼에 진열된 채소나 과일에 그전에 먼저 와서 만진 다른 사람의 손때가 묻어 있는 게 싫었어요. 플라스틱에 포장된 채소만 샀지요.

환경보호운동이 일어나서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게 되자 슈퍼에서도 채소들을 그대로 쌓아놓고 파니 먼저 온 사람들이 이리저리 뒤지며 만지고 간 물건들이라 사서 집으로 들고 오는데 내적인 극복이 필요했어요.! “

그럴 때마다 그녀는 정년퇴직을 하면 제일먼저 슈퍼에 가서 다른 사람이 만지지 않은 채소와 과일과 새 물건만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 언제나 물건을 사오는 것은 아니었다. 남편과 함께 슈퍼를 둘러보는 일은 그녀를 만족시키는 일이었다.

그녀의 정년생활이 3 년쯤이나 지났을까? 지구의반대쪽에서 발병한 독감비루스가 비행기를 타고 유럽에 건너와 확산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뉴스의 내용이 그녀의 심적 평화를 파괴했다.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그녀의 속에서 분노가 일기 시작하여 합세했다. 장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지구의 반대쪽에 가서 연간 휴가를 보내고 돌아와 자랑하는 동료들을 증오했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주의사람들과 의 대화를 피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아들걱정도 털어 놓지 않았고 남의이야기도 듣지 않았다 . 아들이 장애자로 태어 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남편마저 장애자 로 조기 연금에 들어가자 자신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유독 불리한 조건의 생을 산다고 생각했다 .

별난 비루스로 감염은 다른 독감과 달라 폐렴으로 발전하여 사망률이 높다는 소식은 공포심마저 갖게 했다. 텔레비전 화면에 독감으로 죽은 시체를 담은 관들이 쌓여져있는 것을 본 후에 하인부인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루스의 행패는 그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으로 지구 위를 휘젓고 있었다. 뉴스마다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에서 세미나를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간 중국 여자가 비루스를 남겨두고 감으로써 시작했다고 하지만 기하급수로 번식하여 유럽을 뒤덮었고 이전의 독감 균과 달리 기온이 높은 아프리카까지 번졌다. 생활공간의시설이 미비한 중국 시장 통에서 생긴 병균이 설마 발달한 위생국인 독일에 자리를 잡을까 생각하며 먼 산의 불 보듯 했던 몇 주가 지난 후에 비상이 걸렸다

하루 감염자가 몇 십 명에서 몇 백 명으로 뛰어오르고 사망자숫자가 기아급수로 상승하자 방역대책으로 폐쇄가 시행되었다

하인 부인은 핸드백 속에 소독수를 준비해 다니며 시시로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 착용을 했다. 외출을 금하라는 정부 시책을 따르는 그녀는 하루 몇 번이고 틈만 나면 보이지 않는 비루스를 생각하고 치를 떨었다. 독일만 사망자가 5만 명을 훨씬 넘었고 계속해서 일일 1000명이 죽어간다는 보고는 하인부인의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2분마다 세 사람이 코로나로 죽어간다는 계산이다.

이 압도적인 숫자를 이해하고 감당할 수가 없어 남편에게 자신이 계산해낸 숫자를 믿을 수 있는 지 물었다. 남편 역시 전자계산기로 여러 번 찍으며 확인을 한 후 얼굴색이 변했다.

방역대책으로 시민의 공공생활을 정지시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공공기관은 다 문을 닫게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메인스트리트를 걷는 사람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니 눈에 보이지 않는 비루스가 거리에 떠돌아다닌다는 건가 ?!

그날로 부인은 두문불출하기로 했다. 말테지 서버스에게 필요한 생활품을 주문하여 집으로 배달하게 했다.

하인가족이 사는 스판다우구는 베를린 시에서도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이다. 하펠 강이 지나가고 곳곳에 자리한 호수와 숲속으로는 흐르는 빙하시대가 남긴 깊은 고랑들이 있다. 구청건물이 서있는 중심지를 나서면 사방으로 자연이 시작된다.

코로나의 1차 감염 파도가 왔을 때는 감염률이 제일 낮은 지역으로 자랑스러운 행정구역이었다. 여름이 지나고 2차 감염이 시작되자 감염환자수가 베를린시의 1위에 올랐다. 4개의 난민보호소가 곳곳에 자리하여 위생관리가 문제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걱정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감염자숫자가 위로 치솟고 있었다.

하인 여사는 갈색피부의 청년들이 몰려다니는 것을 피하며 국가행정을 원망했는데 결과가 이렇다며 흥분했다. 이제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에 전념을 다해야 할 뿐이다. 두문불출하며 집에 앉아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매일 다짐했다. 아들은 묵묵히 근무를 다녔고 남편은 말테자 응급서비스에서 갖다 주는 주문한 생활품을 받아 정금하는 일을 했다. 저녁이면 둘이 앉아 필요한 물건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저녁 뉴스에 코로나 변이성 비루스가 영국에서 출범하였다는 보도를 했다. 영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를 차단하거나 특별 조치를 할 때는 이미 그전에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위해 귀국한 유학생이 가지고 들어와 변이성 비루스에 온 가족 다섯 명이 감염되었다는 소식이다.

며칠 후에는 남아메리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각각 다른 형태의 변이한 코로나 비루스가 만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로 하인 부인은 택시에서내리는 아들을 문 앞에서 맞아 옷을 벗겨 지하실에 있는 세탁기에 갖다 넣었다. 남편은 아들이 속옷을 벗고 바로 샤워실로 들어가게 하는 일을 맡았다.

아들의 옷이 세탁기에서 밖에서 들어온 병균을 제거하는 동안 아들의 신발을 테라스에 내다놓고 소독수를 뿌렸다. 샤워를 끝낸 아들이 제 방에 들어가 옷을 입는 동안 화장실 소독작업에 들어갔다.

12월 말부터 시작한 예방주사는 3월이 되어서나 그녀 차례가 될 것이다. 방역당국의 편지를 받으면, 예약을 하고 또 기다려야 한다니 비루스를 피하며 인내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단념을 했다.

그녀의 종다리에 반점이 생긴 것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가렵지도 않고 통증도 없이 시작한 종아리의 반점은 날마다 조금씩 그 면적을 넓혀갔다.

무릎을 넘어서서 대퇴골로 넘어서는 것을 확인한 날 하인 부인은 불가피하게 피부과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렀다.

온갖 피부병을 들고 들어온 난민들이 와글거리는 피부과 병원 대합실에 가서 기다려야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남편은 너무 마음을 졸이는 것이 원인이고 매일 샤워장과 화장실에 뿌리는 소독제의 알레르기인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화장실 소독은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여유 있게 말하는 남편 역시 부인을 피부과 병원에 동행하여 같이 대합실에 앉아 빈대와 벼룩을 가지고 다니는 난민들 속에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진저리가 났다. 피부병은 정신적 불안이 외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니, 마음의 평온을 되찾기만 하면 저절로 없어질 것인데, 이를 기대할 수 없이 사태는 점점 더 심해져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전염병은 지금까지 지켜온 생활 규칙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일들에 대한 의심으로 하인 부인을 불안정한 상태를 몰아가는가하면, 세상에 대한 불신은 나날로 커져갔다.

종아리에서 시작한 반점이 하복부까지 기어오른 후, 조금씩 가렵기 시작했고, 불면증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자 그녀의 신경은 날카로워졌다.

어느 날 아침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침대 위를 덮은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긁은 피부에서 흐른 핏자국이었다.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긁은 자국으로 보기흉한 대퇴와 아랫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모닝드레스를 입고 거실에 가서 앉았다.

그녀는 그날 어떤 일이 있어도 피부과의사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거듭 되새겼다.

시간이 많은 연금 수령자로 피부과의사 대합실에 앉아 놓여있는 잡지를 뒤적거리며 여유 있게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의사 방에 들어가 진료를 받고 여러 가지 조언과 함께 처방을 받아 들고 나오면 될 것이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미 숙련된 일인데 그녀는 벌써 3주간 째 심사숙고하면서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집을 나가는 그 순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비루스가 사방에서 달려들 것이라고 상상했다. 집 입구에 서있는 상록수 가지와 영하의 온도에도 조금도 색깔이 변하지 않은 청록색 잎사귀 뒤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던 비루스가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갈 구멍을 찾아 달려들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인여사는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급기야 흐느끼기 시작했다. 참았던 눈물이 거침없이 흘러나오고 콧물까지 범벅이 되어 갇혀 있던 몸속에서 흘러나왔다.

남편이 일어나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그녀는 테라세 문을 열고 나가 찬바람에 온몸을 맡긴 체 눈물이 마를 때 까지 울었다.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고 쓰러질 것 같아 돌아서서 거실로 들어오려는 단계에서 테라세와 거실을 연결하는 문지방에 걸려 넘어졌다. 다시일어나려고 애를 쓰다가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남편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는 반시간은 지났을 때였다.

불려온 앰뷸런스차가 그녀를 병원으로 옮겨갔다. 하인 여사는 중환자실에서 일주일을 지난 후, 휠체어에 실려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그녀는 이미 옛 그녀가 아니었다. 코로나 방역대책으로 보호자의 방문이 허락 안 된 상태에서 일주일을 사경에 헤매다 깨어난 그녀는 말문을 닫았다. 그녀가 생전에 두려워 한 심신의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살아있다는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침상목욕을 하는 간호요원에게 단한마디도 할 수 없이 의존된 몸이었다. 침대에서 혼자 돌아누울 수도 없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소변은 요도에 연결된 고무호수에 의해 밖으로 빠져나오고 기저귀를 채워 대변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더더구나 희미하게 생각나는 것들에 대한 표현을 할 수 없는 점이었다. 그녀가 자주 남편한태 말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여 삶의 모든 가치를 잃은 상황이 되었다.

그녀의 삶은 그녀가 두려워했던 형태로 변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그녀의 소유가 아닌 타인의 손에 넘겨진 셈이다. 그녀의 의지를 떠난 것이다.

그녀 앞에 놓인 다리는 그 끝을 볼 수 없이 어둠과 연결되어 있다. 그 다리만 건너면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의 이별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이제는 다리 위에 올라서는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세상을 떠나가는 마지막 길이다. 영원한 휴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죽음의 단계이다. 그녀는 때때로 아들의 이름을 응얼거리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음식물을 씹어 삼키는 기능을 잃었다.

수술을 통해 복부에 구멍을 내고 실리콘 배관을 삽입하여 피부에 고정시켰다. 영양 죽이 위로 흘러들어 갈 때면, 그녀는 헛구역질 을하며 손을 저어며 거부했다. 그녀는 여러 번 배관을 빼어 병실바닥에 던졌다.

죽음은 모든 것과의 이별이다. 세상과 가족과의 이별이다. 하인부인은 이전의 자신과 이별을 하는 것으로 죽음의 과정이 이미 시작되었다. 인간은 스스로 결정해서 세상을 떠날 수가 없다. 자연의 법칙 아래에서 신의 결정으로 끝마치게 되어있다고 믿어온 그녀는 기다려야한다.

유독 하인부부는 자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다. 장애자 아들을 두고 가야할 것을 생각해서였다 하루도 혼자살 수 없는 아들을 같이 살던 집에 혼자 남겨두고 떠나가게 될 운명을 거부했다. 어느 한사람이 먼저 떠나는 날로 가족의 구조가 엉클어져 아들은 밸런스를 잃어 평행을 지탱 할 수 없을 것이다.

둘 중 한 사람이 쓰러질 경우, 온 가족은 파국적인 상황이 될 것이고, 애써 마련한 집을 그대로 유지해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리 준비해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 부인의 의도를 알지만, 남편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었다.

그 때마다 부인은 자신이 아들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할 경우에는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심고숙고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복지관리청에서 아들이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장애자 숙소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하인 씨는 혼자 남아 20년도 살지 못한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떠날 준비를 했다.

1210호 14면, 2021년 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