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중인환시 (55) 미노스의 황소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는 테세우스

미노스의 황소

옛날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Knos)라는 나라를 미노스(Minoan) 왕이 지배하고 있던 때의 이야기다.

<미노스>는 제우스(Zeus)와 에우로페(Europe)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라다만티스>와 <사르페돈>이라는 동생과 같이 컷다.

세 형제가 모두 왕의 자식이다 보니 서로가 크노소스의 왕이 되려고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날도 세 형제가 왕위를 놓고 다투던 중에 형 미노스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가 이렇게 왕위를 놓고 서로 다툴것이 아니라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청해서 누구의 소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결정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사람이 왕이 된다> 는 조건이다. 셋은 서로 자신이 왕이 될 것을 확신하며 그 말에 동의했다.

두 동생 <라다만티스>와 <사르페논>은 포세이돈에게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왕이 되는냐 마느냐 하는 매우 중요한 소원이었으니 이를 듣는 포세이돈도 귓전으로만 들을 수는 없는 일이 었다

<미노스>도 간절히 기도하면서 <나에게 흰 황소 한마리를 보내 주신다면 그 소를 제물로 하여 매년 포세이돈 신께 제사를 올리겠습니다>.

바다의 신은 포세이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건건마다 간섭하며 방해하는 <제우스>를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의 큰아들이 자신을 위해 매년 제사를 지내주겠다고 하니 아니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제우스가 신중의 신이라고 허풍떨어봤자 <당신 큰아들이 나를 위해 매년 제사를 지내 준다면 결국 내가 한수 위>라고 생각한 것이다.

<미노스>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하고 흰 소를 바다에서 뭍으로 내보내 주니 다른 두 형제는 왕이 되고자 했던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미노스는 포세이돈이 보낸 흰 황소를 보는 순간 너무나 잘 생긴 것에 제물로 잡는다는 것이 너무나 아까워 몰래 오양간에 가두어 두고 다른 소로 바꿔치기해서 제사를 지냈다.

이런 속임수를 모른다면 어찌 신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또 귀신같다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가, 모든 걸 다 안다는 소리가 아닌가 ?

화가 머리꼭지까지 오른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부인 <파시파에>가 자기가 보낸흰황소와 잠자리를 갖겠끔 주술을 걸었다. 이후 황소와 파시파에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상반신은 소이고 하반신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르스>다. 미노타우로스라는 말은 <미노스의 황소>라는 뜻이다.

미노스는 자기 부인에게서 태어 난 이 괴물을 죽이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포세이돈으로부터 더 무서운 벌을 받게 되지나 않을까 고민하던 끝에 당시 지상에서 최고의 대장장이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다이달로스>를 불러들여 이 괴물을 가두어 둘 수 있는 미궁(Rabyrinthos)을 지어 달라고 했다.

하늘에서는 제우스에게 번개와 불마차를 만들어 준 <헤파이토스>가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한다면 지상에서는 아들 <이카루스>와 밀납(초)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크레타섬을 탈출하려다가 아들 이카루스를 잃은 <다이달로스>가 최고의 대장장이었기 때문이다.

다이달로스는 일단 사람이나 짐승이 이 굴 속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 나올 수 없는 완벽한 미궁<Labyrinth)으로 만들었다.

괴물의 먹이는 인간이었다.

어느 날 미노스의 아들인 <안드로게우스>가 아테네 경기에 참가했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아테네인들이 아들의 우승을 시기해서 죽인 것이라며 매년 7명의 사람을 제물로 보내지 않는다면 공격해 들어 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약소국이었던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가 매년 7명의 사람을 보내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느 부모가 자식을 죽음의 길로 선듯 내어 놓겠는가 ?

이때 아이게우스에게는 <테세우스>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자기가 크레타로 가서 <사람을 잡아 먹는 괴물을 처치하고 오겠다>고 했다. 왕으로서는 반가운 말이었으나 차마 아들을 위험한 곳에 보낼 수는 없었다.

고집끝에 왕의 승낙을 받아 낸 테세우스는 <괴물을 처치하고 돌아 올 때는 흰 돛을 올리고, 내가 죽어서 돌아 올 때는 검은 돛을 달고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떠났다.

크레타에 도착한 테세우스는 미궁에서 살아 나오는 방법을 알고 있던 <아리아드네 공주>와 결혼한다는 조건으로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 실타래 끝을 쥐고 미궁으로 들어 가 괴물을 처치하고 실을 따라 밖으로 나오는 것이 방법이었다.

약속대로 결혼을 위해 아리아드네와 아테네로 돌아오던 도중 그녀의 심한 배멀미로 <낙소스>섬 바닷가에 누이고 잠시 옆의 섬에 다녀와 보니 아리아드네가 죽어 있었다.

슬픔에 빠진 테세우스는 검은 돛을 흰 돛으로 바꿔 달아야 하는 것도 잊어 버리고 귀항했다.

이제나저제나 바닷가에서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아이에우스>왕은 검은 돛을 달고 돌아오는 아들의 배를 보자 <아들을 잃은 내가 살아서 무슨 영화를 더 보리요> 가슴을 치며 지중해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19년 8월 23일, 1136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