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중인환시 (56)
헬레네는 어디로 갔을까 ?

지금으로부터 약 3100여년 전에 스파르타(Sparta)의 왕 <메넬라우스>에게는 아름다운 왕비 <헬레네>가 있었다.

이 헬레네 왕비는 요정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청받지 못한 질투의 여신 <엘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준다면서 던지고 간 황금사과를 두고 <제우스의 아내 헤라>, <전쟁의 여신 아테네>와 <아름다움의 여신 헬레네>가 다툼을 벌였던 그 <헬레네>다.

어느날 <스파르타>를 방문했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aris)가 돌아가면서 이 헬레네를 납치해 간 것을 알게 된 <메넬라우스>는 당시 최강국이었던 <미케네의 아가멤논>을 찿아가 아내를 찿아 오는 데에 도와 달라고 했다.

아가멤논이 그의 요청을 쉽게 들어 준 이유는, 헬레네가 처녀였을 당시 주변국의 젊은 왕자들은 모두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난처해진 헬레네의 아버지 <탄다레우스>는 <헬레네가 결정하는 남자를 사위로 삼겠다>고 하자 모두들 이 말에 동의하면서 <헬레네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에는 합심해서 돕겠다>는 맹세까지 했다.

이들의 맹세에 따라 그리스연합군을 만들어 트로이를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로이에도 <헥토르>와 같은 명장이 있다 보니 트로이전쟁이 9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록 승부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최고의 명장 <아킬레우스>간에 <크리세스>라는 여자포로로 문제가 생겼다.

아폴로 신전을 지키는 신관이었던 <크리세스>의 아버지가 포로가 된 딸을 돌려보내지 않자 아풀로에게 하소연을 하니 그리스진영에 전염병이 돌게 하여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아킬레우스가 크리세스를 돌려보내 줄 것을 요청하자 그녀를 돌려보내는 것이 아까웠던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의 여성포로를 자기에게 주면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이에 화가 난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포로를 아가멤논에게 주는 대신 자기는 이 싸움에서 손을 떼겠다면서 진지로 돌아가 버렸다.

아킬레우스가 어떤 장군인가. 포세이돈의 아들로서 영원불멸의 사나이로 만들기 위해 영세시킬 때 발목을 잡지 않고 했더라면 발목의 약점 없이 영원히 살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니던가.

전장에서 아킬레우스가 보이지 않자 그리스군은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이를 보다 못한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찿아가 전투에 참전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화가 풀리지 않은 채 끝까지 거절했지만 입고 있던 갑옷만이라도 빌려 달라는 친구의 요청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킬레스의 갑옷만 보고 다시 그가 나타난 것으로 안 그리스군에게는 사기가 충천했던 반면, 트로이 군에게는 반대의 결과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사건은 항상 터지기 위해 있다>했듯이 아킬레우스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와 싸우다 죽고 말았다.

<친구는 나 때문에 죽었다. 기필고 원수를 갚아 원한을 풀어 주리라>며 아킬레우스가 전장에 다시 나타났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만나자마자 한 칼에 해치우고 보란 듯이 성문 앞에서 시체를 마차에 끌고 다녔다.

이를 보다 못한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왕이 밤중에 아킬레스를 찾아와 아들의 시신만은 돌려 줄 것을 애원하자 부자간의 정을 생각해서 돌려주었다.

그 후에도 싸움이 계속되던 중, 아킬레우스는 전쟁의 씨앗이었던 <파리스>가 쏜 화살에 그의 약점이었던 발목에 맞아 죽게 된다.

<파트로클로스>에 이어 <아킬레우스>마저 죽고 없는 그리스군이 의욕을 상실하고 있던 어느 날 <오디세우스>가 그리스군이 이길 수 있는 계략을 알려 준다.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성앞에 세워두되 <시논>이라는 병졸하나를 같이 남겨두고 뭍에서 가까운 <테네도스>섬에 숨어 있게 했다.

이 거대한 목마 안에는 그리스 군사 7명을 숨겨 놓을 것과 목마를 설명하기 위해 시논을 남겨 둔 것이 오디세우스의 계략이었다.

<시논>이 트로이야군에 잡혀 심문을 받을 때 당연히 거짓말을 했다.

<나는 그리스군의 미움을 받아 따돌림을 당했고 트로이야에서 이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가면 그리스군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말은 믿은 트로이 군사들은 목마를 한시라도 빨리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벽을 부수지 않을 수 없었다.

목마를 성안으로 들어가기를 마친 트로이 군사들은 9년이 되도록 지루하게 이어졌던 전쟁이 끝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크게 잔치를 베풀어 술과 춤으로 밤을 지새며 놀다가 모두 잠에 취하게 되었다.

이를 확인한 <시논>이 횃불로 신호를 보내니 목마속의 군인이 뛰어 나오고 <테네도스>섬에 숨어 있던 군사들이 쳐들어와 닥치는 대로 죽이니 트로이 성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아가멤논>을 주축으로 한 그리스군이 트로이를 쳐들어갔던 단 한가지 이유는 납치당한 헬레네를 구해오기 위함이었는데 9년에 걸친 전쟁이 끝난 후에는 <메넬라우스>를 따라 스파르타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

2019년 10월 4일, 1141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