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중인환시 (57)
한 아들과 두 왕 그리고 세 남편을 죽음으로

중국인들은 중국의 4대 미녀를 두고 이들의 아름다움이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고 가라 앉을 정도였다느니, 보름달이 부끄러워서 구름 뒤에 숨었다느니, 기러기가 날아가다 날개 짓하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졌다느니, 만발한 꽃이 수줍어 스스로 오무라들었다>느니 하며 자연에 빗대어 자랑하고 있는 것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이외에 중국에 전해 오는 미녀는 없을까 하고 찿아보다가 춘추시대에 실존했던 정(鄭)나라가 필자와 같은 성이어서 흥미가 갔다.

정나라는 서주와 동주 때인 기원전 806년부터 기원전375년까지 한나라에 멸망할 때까지 431년동안 24명의 왕을 내면서 존속했던 나라다.

이 정나라에 하희(夏姬)라는 미녀가 있었는데 탕녀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어 같은 성을 쓰는 필자로서는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했다.

그야말로 서양에서 말하는 팜므파탈(Femme fatale) 인데 <남성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가는 여성>이라는 말이다.

하희는 꿈에서 어떤 신선을 만나 그와 백일동안 동거하면서 남성을 유혹하는 온갖 방중술을 배운 것을 이용해 남자들의 정기를 빨아들여 자신은 더욱 젊고 예뻐지는 대신 상대는 탈진상태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

심지어는 친오빠와 사촌오빠와의 근친상간을 서슴지 않고 저지를 정도였고 이를 알게 된 아버지 목공이 진나라의 <자만>에게 시집을 보내버린 때가 15세였다고 하니 상당히 조숙했던 모양이다.

한편 진나라로 시집간 하희는 첫날밤에 남편 <자만>이 복상사로 죽게 되자 <하어숙>에게 새로 시집가지만, 그 또한 아들 <하징서> 하나만을 남긴 채 양기를 모두 빼앗기고 탈진해 죽고 만다.

이조 성종 때의 <어우동>이 그와 동침했던 사내들의 이름을 팔이나 등에 새겨 두며 정분을 나누었다면, 정나라의 하희는 그와 동침한 사내들에게 속치마를 선물로 벗어 주며 사랑을 이어 갔다.

남편 하어숙(夏御叔)마저 죽게 되자 그의 친구들이 하희의 속치마를 들고 자랑하고 다녔다.

이때 <공손영>이라는 친구가 나 이외에 누구도 하희를 가질 수 없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진나라의 <영공>을 찾아가 하희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진나라 영공>은 <서른이 넘은 여인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랴>하며 무시하면서도 한번 만나나 보자는 정도로 생각하고 하희의 집을 방문하였더니 과연 천하절색의 미녀였다.

그날 밤 운우의 정을 나눈 뒤 하희는 역시 그에게도 사랑의 징표로 속치마를 벗어 주니 그녀의 방중술은 소문난대로인 모양이다.

하희의 아들 <하징서>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관계를 가진 남자들이 <너는 누구를 닮았냐> 라며 놀리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세월은 흘러 어머니의 방중술에 홀린 군주들의 도움으로 아들<하징서>가 18세가 되면서 진나라의 전 군대를 통솔할 수 있는 <사마의>에 오를 수 있었다.

<사마의>가 된 후에도 <진나라 영공>이 어머니의 속치마를 내보이며 자신을 놀리자 격분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영공을 죽이고 세자를 왕으로 세우니 이분이 <성공>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초나라 <장왕>이 <하징서>를 죽이고 어머니<하희>를 묶어 갔다.

장왕이 하희의 미모에 반해 후궁으로 두려했지만 재상 굴무(屈巫)가 나서며 <한 때 왕비였던 여인을 후궁으로 둔다면 주변국가에서 염치없는 초나라라며 비웃을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니 후궁으로 두려던 마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재상 <자반>이 <갖지 않겠다면 나에게나 주십시요>하니 <하희는 남편 잡아먹는 여자이거늘 어찌 죽음을 그리 자초하는가?>라면서 신하 <양로>와 결혼할 것을 허락했다.

얼떨결에 미녀 하희와 결혼한 <양로>는 어느 전쟁터에서 사망케 되는 데 그의 시체가 행방불명이었다.

하희는 남편 양로가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을 때도 양아들과 정분을 나누고 있었으며 이것이 발각되어 죽느냐 사느냐하는 난처한 입장에 몰려 있었다.

굴무는 하희가 행방불명된 남편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것처럼 속이게 하고 친정인 정나라로 도망가게 도와준 다음 그곳에서 그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하희는 굴무와 결혼하기 전까지 한 명의 아들과 두 명의 군주 그리고 세 명의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간 여인인데도 중국에서는 물고기를 가라앉힌 서시도 아니요, 달을 부끄럽게 만든 초선도 아니요, 기러기를 떨어뜨린 왕소군도 아니며, 꽃을 수줍게 만든 양귀비도 아닌 하희를 진정한 미녀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의 뛰어난 방중술 때문이 아닐까 ?

2019년 10월 11일, 114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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