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를 읽어내는 또 하나의 기호 :
도자기 ➀

인류 역사에서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하면서 가장 오래 사용된 인간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고고학적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우선 그곳에서 출토된 생활 토기들의 파편을 통해 그 연대를 추측하는 기사를 흔히 본다. 이것은 인류 식량을 보존하거나 또는 음식과 물을 담는 유용한 도구로서 토기(시간이 흐름에 따라 후에는 도기로 대치되고 있다)를 사용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류문명과 함께 태동한 도자기가 먼저 예술과 문화로서 화려하게 꽃핀 곳은 동양이었다.

특히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도자기를 발달시켰으며, 당․송대에 걸쳐 도자기 문화를 번성시키기 시작하여 19세기까지 그 명성을 이어갔으며, 주변의 한국, 베트남, 일본 등은 물론 멀리 서아시아나 유럽 등지의 도자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역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통해 우수한 도자기 문화를 일찍이 향유해왔다. 임진왜란을 통해 우리나라 도공들을 붙잡아 감으로써 당시 도기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일본은 자기문화를 꽃피우게 되고 이후 동양에서 도자기 문화의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동양의 도자기 문화가 실크로드와 해양을 통해 서양으로 전수된 이후 유럽에서 그 문화가 더욱 화려하게 꽃피워졌다. 우리가 흔히 `본차이나`라고 하는 것은 영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현재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대표적인 종류의 도자기이다.

이렇듯 도자기는 그릇의 범주를 넘어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훌륭한 문화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특히 동․서문명 교류사라는 관점에서 도자기 문화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하나의 문명의 이기가 어떻게 전파․보급되어 공통의 목적을 갖고도 어떻게 다양한 양식을 가지고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어, 각 문화권의 독특한 문화양식을 읽을 수 있다.

– 도자기는 도기(陶器)와 자기(瓷器)로 구분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도기와 자기의 구분 없이 일반적으로 도자기라는 용어로 통칭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도기를 뜻하는 ‘Keramik’과 자기를 뜻하는’ Porzellan’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혼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도기와 자기의 구분은 재료가 되는 ‘흙’과 흙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불의 온도’가 그 구분기준이 된다.

도기는 우리가 흔히 찰흙이라고 하는 붉은 색의 진흙으로 만들며, 섭씨 500도에서 1,100도 전후로 구워지는 그릇이고, 자기는 대개 흰색을 띄는 순도가 높은 흙, 곧 자토로 만들어 1,300도 이상에서 굽는다. 불의 온도가 중요한 것은 바탕 흙에 포함되어 있는 광물이 1,100도 정도에서 녹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기와 도기의 이러한 기본적인 차이와 함께 완성된 형태에서 기능적 특징으로는 다음과 같다.

자기가 물을 전혀 흡수하지 않는데 반해 도기는 물을 흡수하며, 비쳐보았을 때 도기는 빛을 통과시키지 않는 반면 자기는 밝게 비친다. 또한 가볍게 튕겼을 때 자기는 맑은 소리가 나며 내구성이 뛰어난 반면 도기는 탁한 소리가 나며 내구성이 자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용도의 차이로는 자기는 얇은 식기로 사용되는데 비해 도기는 두꺼운 식기와 위생도기(부엌, 욕실 등의 장식으로)로 사용되고 있다.

– 도자기의 피부 ‘유약’

유약은 도자기의 표면에 바르는 유리질을 말하는데, 도자기를 만드는 흙인 ‘자토’가 몸과 살이라면 ‘유약’은 피부라 할 수 있다.

고려청자의 기법이 고려말 몽고의 침입이후 전승되지 않고 그 명맥이 끊어진 것도 바로 고려청자의 신비로운 빛을 탄생시킨 이 유약의 비법이 전승되지 않았음을 생각해 볼 때, 도자기에 있어 유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유약이라 부르는 고온유는 1,200도 이상의 온도에서 도자기의 표면에 달라붙는 유리질을 말하는 것으로, 이 고온유는 청동기를 제작하는 기술을 가진 고대 중국의 은나라시대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유리질이나 일반 유리는 도자기의 태토에 붙지 않는데, 유리를 도자기라는 흙덩어리에 입히는 기술 그 자체가 유약의 비법이다.

유약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기본재인 장석, 규석 그리고 도석을 아주 잘게 분쇄하고, 여기에 융합재에 해당하는 나무재 또는 석회석 혹은 대리석을 일정량 섞어 물기를 가하면 찰기가 생기게 된다. 이를 초벌구이한 기물에 입히고 1,300도 정도의 불을 때면 유리질을 입힌 도자기가 탄생하는데 이 유리질이 바로 유약이다.

유약을 만드는 방법은 동서양이 무척 다른데 여기서 동양과 서양의 도자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동양(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도자기를 자연의 일부로 보아, 도자기를 만드는 원료를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소재를 사용하여 오랜 경험을 통한 장인의 예술적 감각을 통해 도자기를 완성하였다.

산에 있는 돌(장석 또는 규석 혹은 도석)을 찾아 이것을 물레방아나 연자방아로 분쇄해 식목의 불에 태운 재를 섞어 유약을 만들었고, 불을 땔 때도 산에서 구한 나무를 말려서 장작으로 만들어 불을 때 도자기를 빚었다.

서양에서는 1709년에 독일 마이센 요에서 한 연금술사가 처음으로 백자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 백자는 동양의 단단한 경질 자기가 아닌 연질 자기였다.

그 뒤 1760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화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어, 도자기 유약의 화학적 연구가 시작되었고, 그리하여 천연의 원료를 화학적으로 분석하여 특정성분을 유출 분리하여 순도를 높인 원료를 사용하여 유약을 조합하는 방법이 발견된다. 이것이 인공원료 즉 화학원료 유약의 시작이다.

2020년 5월 8일, 1170호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