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0년 (13)
구동독 재건 프로젝트 ➀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 통일은 외교적 노력과 흡수통일이라는 정치적 결단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1990년 10월 통일 이후에 정치, 행정 부분의 통합 작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반면에 경제 통합과 구 동독지역 재건 사업은 상당한 어려움이 대두되었다.

통일된 구 동독지역의 주민들은 같은 독일 국민이지만 구 서독지역 주민들과 현저한 경제수준의 격차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정치권에 서는 구 동독지역의 경제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구 동독지역 재건 프로젝트(Aufbau Ost)를 실시하게 되었다.

구 동독지역 재건(Aufbau Ost) 프로젝트는 구 동독지역(신연방주)의 경제, 재정 독립성을 높이고 실업률을 감소시켜 구 동독지역의 생활수준을 구서독지역의 수준과 동등하게 만들기 위한 통일독일의 경제정책이다.

구 동독지역 재건 프로젝트는 구 동독지역 주민들의 구 서독지역으로의 대량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독일 통일기금(Fonds Deutsche Einheit), 통일연대세(Solidaritätszuschlag), 연대협약(Solidarpakt) 등의 재원을 가지고 독일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서로 협력하여 시행하였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서 구 동독지역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심조직으로는 신연방주를 위한 특임관(Der Beauftragte der Bundesregierung für die Neuen Bundesländer)을 들 수 있다.

구 동독지역 재건 특임관 제도 도입

독일 통일 이후 정치적 통합은 용이하게 이루어 졌으나, 가장 큰 문제가 동, 서독의 지역적 격차를 줄이는 문제였다. 같은 독일연방공화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삶의 질이 서독과 동독 지역에서 많은 격차가 있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통일, 통합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통일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동, 서독 간의 지역 격차가 벌어진다면 동독 지역의 주민들이 서독으로 대량 이주하는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 동독 지역의 발전을 신속하게 추진할 정책이 절실하게 요구되었으며 이에

“신연방주(구 동독지역) 재건(Aufbau Ost)” 프로그램이 탄생하였다.

“구 동독지역 재건”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구 동독지역 재건 특임관”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 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된 것은 게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 총리 시절이었지만 그 이전에도 “구 동독지역 재건 담당 조정관(Koordinator)” 또는 “연방 특임관” 등의 이름으로 구동독지역의 경제 발전 업무를 담당하는 기능은 존재하였다.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는 그의 측근인 요하네스 루데비히(Johannes Ludewig)를 연방총리실 구 동독지역 재건 담당조정관으로 임명하고 1995년에는 그를 연방경제부 차관 겸 연방정부의 구 동독지역 재건 담당 특임관으로 임명하였다. 콜 총리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던 루데비히는 총리실에서 독일 통일에 관한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하며 비교적 많은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1997년 루데비히의 후임으로 루디 가일(Rudi Geil)이 임명 되었으며 가일은 연방경제부 차관으로 주로 신연방주의 경제, 건설 업무에 중점을 두었다.

1998년 9월 27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콜 총리의 기민당(CDU)/기사당(CSU)-자민당(FDP) 연립정부가 패배하고 사민당(SPD)-녹색당(Die Grünen) 연립정부가 출범하자 슈뢰더 총리는 총리실 차관이었던 롤프 슈바니츠(Rolf Schwanitz)를 구 동독지역 재건 특임관으로 임명하였다.

지난 정부, 콜 총리에게 신연방주 특임관의 소속 부처를 총리실로 하고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사민당(SPD)이 집권하자 특임관제도의 소속 부처는 경제부처에서 다시 총리실로 환원되었다.

슈바니츠는 신연방주 담당 특임관실이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독립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 부처로부터 통일 및 구 동독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여 자체적으로 정책을 결정하였다. 슈바니츠는 연방정부의 독립된 장관은 아니었지만 신연방주에 대하여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할 기능은 보유한 셈이었다.

슈뢰더 총리 아래 구 동독지역 재건 특임관의 주된 업무는 구 동독지역 재건 상임위원회, 연대협약의 연장 문제, 구 동독지역의 도시개발 등이 주를 이루었다. 슈뢰더 총리는 슈바니츠의 특임관에 많은 신임과 지원을 하여 슈바니츠는 총리 주재 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었으며 총리의 재정적 지원도 많이 받았다.

특히 슈바니츠는 1999년 내각에 통일 각료위원회를 창설하여 신연방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조직으로 활용하였으며 정부 각 부처 간의 협력, 조정 역할을 하였다. 또한 연방의회의 구 동독지역 재건 상임위원회는 신연방주 건설과 관련된 부처 간 영역을 넘어서는 주제를 의회에서 다루기 위해 1998년부터 업무를 시작하였다.

2002년 구 동독지역 재건 특임관 제도는 만프레드 슈톨페(Manfred Stolpe) 연방 교통건설주택부 장관(Bundesministerim für Verkehr, Bauund Wohnungswesen)에게로 이관되었다.

그 이유로 구 동독지역 재건 특임관의 주요 임무가 거의 해결된 상태라고 연방정부가 판단하여 그 기능을 총리실에서 건설교통부로 인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슈톨페는 연방정부의 구 동독지역 재건 특임관실을 총리실에 두지 말고 전문 부처에 두기를 슈뢰더 총리에게 제안하였다. 재무부, 환경부, 노동부 등 각자 전문영역과 재원 그리고 조직을 갖고 있는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내각회의에서 총리실 소속의 구 동독지역 재건 특임관에게는 신연방주 관련사안을 관철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구 동독지역 재건특임관을 부처의 장관이 담당하도록 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것도 실권이 있고 재원을 움직일 수 있는 부처의 장관이어야만 한다고 하였다.

그럴 경우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부처는 연방정부의 재정을 담당하는 재무부 또는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였다. 건설교통부는 인프라 구축과 관련하여 진행되어야 할 단순히 도로건설 뿐만 아니라 도시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관장하였으며, 각 분야마다 하위조직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특임관의 소속부처 이관은 장, 단점이 공존하였는데 장점으로는 교통건설부 장관이 특임관을 겸직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부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와 반해서 단점으로는 교통건설부 한 개의 부처에 속하기 때문에 여러 부처의 경계를 넘는 주제를 취급할 때 총리실에 있을 때처럼 조정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다.

1185호 31면, 2020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