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 (16)
독일에서 한국으로 반환된 한국문화재들 ③

독일에서 한국으로 반환된 한국문화재들 ③

그동안 한류를 통해 한국 문학, K-Ppo, K-Beauty, K-Drama 등 다양한 한국 문화가 독일에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2018년 기준 독일 내 한국 문화재는 총 1만876점. 일본,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우리 문화재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 더욱이 독일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 규모가 유럽 국가 중 최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예술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기만 한 현실이다.

실제로 독일 박물관은 엄청난 양의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문화재는 동아시아 미술품으로 광범위하게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및 중국 문화재에 밀려 학술적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국 문화재를 2000점 이상 소장하고 있는 베를린인류학박물관, 함부르크 Museum am Rothenbaum이 단 한 점의 한국 문화재도 전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렇듯 오랜 기간 한국 문화재는 그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보물 상태로 머물러 있다.

교포신문사에서는 특집연재 “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를 통해 독일 내 한국문화재의 현황을 소개하며, 재독한인들과 한국 정부의 “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자 한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반환된 한국문화재들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 반환

지난해 3월 19일 함부르크에서는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에 보관된 조선 시대 문인석 2점에 대한 반환식이 열렸다.

이날 반환식에서는 한국 측에서 신성철 함부르크 총영사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김홍동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독일 측에서는 바바라 플랑켄슈타이너 박물관장과 함부르크 주의 카르스텐 브로스다 문화장관 등이 참석했다.

16세기 말∼17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인석은 1983년 독일인이 인사동 골동품상에게서 구매한 뒤 이사용 컨테이너에 숨겨진 채 독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로텐바움박물관은 1987년 문인석을 구매했다.

박물관 측은 문인석의 소장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독일 반입의 불법성을 확인한 뒤, 자발적으로 연방정부 및 함부르크 주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반환을 결정했다.

문인석은 고려·조선시기 능묘 앞에 세우던 문관 모습의 석인상이다. 유몽인(1559~1623)의 <어우야담>은 “조상의 묘 앞에 석인상을 세우는 이유는 공양해서 바치는 음식에 도깨비나 귀신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개념을 정리했다. 지금도 주변의 무덤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석물이며, 일반인의 정원이나 심지어는 음식점의 앞마당에까지 옮겨놓고 있을 정도로 허투루 취급되기 일쑤다.

김홍동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은 “유네스코 협약(1970년)에 따라 ‘원산지에서 불법 반출됐다’는 사실을 끝까지 확인한 노력의 산물”이라면서 “따라서 문화재 자진반환의 모범적인 사례에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이 문인석 1쌍은 1983년 헬무트 페퍼라는 독일업자가 서울 인사동 골동상에서 구입하여 정상적인 통로를 거쳐 독일로 반출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것을 로텐바움 박물관측이 1987년 사들여 소장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 3년간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들이 이 박물관이 소장중인 한국문화재 2711점을 전수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수잔느 크뢰델 박물관 수석큐레이터 등이 문인석이 무덤을 수호하는 범상치않은 존재라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이때부터 로텐바움 박물관측은 문인석의 반입과정을 면밀히 확인했다.

그 결과 이 문인석 1쌍이 1983년 이사용 컨테이너에 숨겨져 독일로 불법 반출된 문화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물관측은 “문인석의 반출과정에 불법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자발적으로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측에 전달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로텐바움 박물관측은 “불법성이 인정되는만큼 반환절차를 밟을 것이니 한국측이 공식적인 반환요청서를 보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

바바라 플랑켄슈타이너 박물관장의 소감이 심금을 울렸다.

“이번 반환 사례는 문화재 불법반출이 오랫동안 사소한 범죄로 여겨져왔고, 우리 박물관 스스로도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대한민국에 귀중한 유물을 돌려주게 돼 기쁘다.”

유네스코 협약은 1970년 제1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을 지칭한다. 이 협약은 ‘(협약 당사국 사이에) 규정에 위반한 문화재의 반입·반출 또는 소유권 양도는 불법’(제3조)이며, ‘해당 문화재의 회수 및 반환에 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제7조)고 규정했다. 이 ‘1970년 유네스코 협약’은 문화재의 불법유통을 막는 국제규범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협약가입국의 자발적인 행위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그 효력은 제한적이다. 가장 큰 한계는 이 협약이 가입 이전의 문화재 불법반출이나 약탈 등의 사안에는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2007년 협약에 가입한 독일의 로텐바움 박물관은 ‘1970년 유네스코 협약’을 지킬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로텐바움박물관은 물론 함부르크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유물의 자발적인 반환에 적극 나서 끝내 성사시켰다.

척암 김도화 선생의 ‘척암선생문집책판’ 중 1장 귀환

을미의병 때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척암 김도화 선생의 ‘척암선생문집책판’ 중 1장이 지난해 3월, 독일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척암선생문집책판은 2015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 의 일부로, 중요한 문화재이나 총 1000여장의 책판 중 현재 20장만이 한국국학진흥원에 소장되어 있다.

지난해 4월 11일 공개된 한 장의 책판은 독일의 한 작은 경매에서 발견한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단이 지난 2월 이를 발견해 한국국학진흥원과 긴밀히 협의해 매입에 성공했다. 그전까지 이 책판은 오스트리아의 한 가족이 오래 전부터 소장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한국에서 오스트리아까지 건너가게 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환수한 척암섬생문집채판 1장은 권9의 23~24장에 해당한다.

2020년 10월 23일, 1192호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