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31)
독일의 정당(1)

독일의 정당(1)

독일은 ‘정당국가’라고 칭해질 정도로 정당의 법적·정치적 위상이 높은 국가이다. 이러한 정당의 높은 위상은 독일 민주주의와 나치즘의 역사, 그리고 선거와 국가체제 등 제도적 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낳은 결과이다. 세계에서 정당정치의 모범으로 칭송받는 독일정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먼저 독일 기본법상의 정당과 정당의 역사를 살펴보고, 연방의회에 진출한 각 정당을 살펴본다.

패전 이후 민주적 정당 복원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 이후 독일의 중요한 과제는 국가사회주의라는 전체주의적 정당운동에 의하여 파괴된 민주적 정당국가를 복원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민주적 정당국가의 전제가 되는 국민의 자발적인 조직체인 복수의 정당들은 12년 동안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재조직될 수 있었다.

독일의 대표적인 대중정당인 사민당(SPD)은 이미 1948년에 서독에서의 당원수가 90만에 이르렀고, 상대적으로 느슨한 조직을 지녔던 기민련(CDU)도 비슷한 시기에 약 40만의 당원을 거느리게 되었다. 이들 정당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재건 또는 창당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제국과 바이마르공화국을 거치면서 형성되었던 뿌리깊은 지지기반이 재결속되었기 때문이었다.

전후의 새로운 변화는 정당들이 기존의 지지기반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과 정책의 변화를 통하여 이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에서 나타났다. 1945년부터 각 주별로 창당된 기민련(CDU)의 등장은 국민정당으로의 전환이라는 이러한 움직임의 출발이었다.

기민련은 바이마르공화국까지 가톨릭과 개신교로 분리되어 있던 기독교정치세력의 연합을 의미하였다. 기민련은 기존 가톨릭중앙당의 지지기반을 재흡수하는 동시에 점차 개신교지역으로 지지기반을 넓혀가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국민정당을 지향하던 기민련의 정치적 성공은 사민당에게도 자극이 되었다. 50년대를 통해 점차 조직과 정강정책에서 기존의 방향을 수정하던 사민당은 1959년 고데스베르크 강령(Godesberger Programm)을 채택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국민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독일 기본법은 새로운 독일이 나치 독일과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정신 위에 만들어졌으며, 기본법은 강력한 대통령을 두기보다 의회를 운영하는 각 정당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하면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이 선거를 하는 대신 정치인들이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모두 정치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기본법 제67조는 “연방의회는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오직 연방의회가 의원 다수의 동의를 통해 새로운 총리를 지명했을 때만 행사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제79조는 기본법의 가장 핵심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를 통해 독일 정치에서는 각 정당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법령을 중심으로 독일 정당에 대해 살펴본다.

독일 기본법에 표현된 정당

정당의 지위는 기본법 21조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지형성에 협력한다.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다. 당내 규정은 민주적 기본입장에 합치해야한다. 정당은 재산의 출처와 사용과 자산을 공개해야한다.

그 목적과 지지자의 태도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하는 정당은 헌법에 위배된다. 한 정당이 헌법 위반 여부의 문제는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한다.“

정당법상 정의

정당법에 의하면 정당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 정당은 지속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연방 또는 주에서 정치적 의사형성에 영향을 받아, 국민의 신임을 받아 연방의회나 주의회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결사체이다. 정당은 전체적 강령과 실제적 운영이 부합해야 한다. 특히 조직의 환경과 안정성, 당원의 수, 공개적인 활동들이 정당의 목적을 실현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당원은 개인만이 가능하다.

(2) 6년 이상 주의회 또는 연방의회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결사체는 정당으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린다.

(3) 다음과 같은 정치 결사체는 정당이 아니다.

1. 당원 또는 대표기구의 성원의 다수가 외국인인 경우

2. 결사체의 소재지 또는 사무국이 이 법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 밖에 있는 경우

정당은 선관위에 당헌, 강령과 대표기구의 성원의 이름을 등록해야한다. 관련 정보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현재 등록된 정당 정보 PDF은 온라인상에서 열람할 수 있다. 독일에서 공식적인 정당업무의 시작은 창당 총회부터 시작된다.

정당의 임무

정당의 임무는 다양하면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독일 정당법 1조에는 정당의 임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정당은 모든 공공분야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동참하며, 이를 통해 여론형성에 영향을 주고, 정치교육을 고무심화시키며, 시민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지원하며, 공직을 맡을 수 있도록 능력있는 시민을 길러내고, 후보자 공천을 통해 연방과 주, 지방선거에 참여하며, 정책적 개발로 의회와 정부에 영향을 주고, 국가의사 형성과정에서 자신들이 세운 목표를 실현하며, 국민과 국가기관 사이를 지속적이고 역동적으로 이어준다.”

정당의 재정

독일 정당은 기부금과 당원의 당비, 기타 수익외에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

독일의 경우 정당재정의 1/4은 당원이 내는 당비로 충당한다. 정당에 대한 기부금은 정당 재정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독일의 경우 개인과 법인 모두 금액의 제한없이 정당에 기부금을 낼 수 있다. 독일 정당 재정에서 가장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 것은 국가의 재정지원이다. 연방의회나 유럽 의회선거에서 0.5%이상 득표하거나 주의회 선거에서 1.0% 득표한 정당에는 국고보조금이 지급된다.


교포신문사는 독자들의 독일이해를 돕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등에 관해 ‘독일을 이해하자’라는 연재란을 신설하였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1203호 29면, 2021년 1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