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0년 (37)

동서독 문화통합(7)

통일독일의 문화통합 작업은 분단에 따른 동서독 간의 문화적 이질화 현상을 되돌리는 작업임과 동시에 통일국가로서의 새로운 문화공동체적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었는바, 독일의 제도적 통합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1년 안 에 이루어졌지만, 문화적, 심리적 통일에는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독일통일 과정에서 문화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통일의 당위성과 필연성을 제공하는 동인(動因)이었으며, 통일을 촉진하는 촉매제로서도 기능을 하였다. 통일 이후에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심리적 통일을 강화하는 주요한 기회이자 수단으로서도 문화통합이 기능을 하였다.

통일 이후의 문화정책

독일의 연방제 체제하에서 문화정책은 연방주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문화를 담당하는 부처나 청 단위의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총리실에 차관급의 문화담당관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통일 이후 연방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문화를 전담하는 부처가 신설되지는 않았지만, 연방정부는 신연방지역의 문화예술 지원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구동독지역 에 새롭게 구축된 신연방주들이 지역 문화예술의 구조전환과 구축 업무를 담당할 역량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연방정부는 통일조약을 근거로 구 동독지역의 문화정책에 개입할 수 있었다.

통일 초기의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문제가 해결될 전망을 보이기 시작한 1990년대 말 신연방주들의 각 지역에는 향토박물관 건립 붐이 일었다. 1990년 대 말 브란덴부르크주에만 200여 개의 새로운 박물관이 세워졌다. 향토박물 관들은 대부분 동독의 일상과 문화의 전시를 통해 억압적인 체제와 살아온 일상적인 경험 간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소유권문제

독일통일 과정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야기한 것이 소유권문제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문화영역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통일조약 에는 소련군 점령기에 이루어진 조치, 특히 소유권 박탈에 대한 결정은 통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효하다고 명시되었지만, 1994년에 도입된 보상 및 대 체보상법을 통해 이 규정이 조금 완화되어서 적어도 동산의 반환이 가능해 졌다.

그러나 예술품, 특히 귀족 제후들이 소장하였던 예술품 반환의 경우, 역사적,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분단 이전 동독지역에 살던 지배세력인 귀족 제후들이 소유하였던 예술품이 분명히 국유재산으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개인소유 재산으로 부터 확실히 분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이후 1994년 에 도입된 보상 및 대체보상법을 근거로 귀족 제후가들과 재산권 분리계약 체결에 관해 협상이 이루어졌다. 작센-바이마르 및 아이제나흐 백작, 작센-고 타 백작 그리고 베티니어 제후 등의 집안과 진행된 협상이 그런 사례였다. 이를 통해 합의가 이루어졌고 문화예술품을 위한 재단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동독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국가가 조직적으로 행한 문화예술품에 대한 소유권 박탈 문제는 거의 해결되지 못했다.

동독 외무부는 알렉산더 샬 크 골로코프스키가 책임자로 있던 상업협력본부(KoKo)를 통해 문화예술품, 골동품을 외국에 판매해서 외화벌이를 했다. 판매된 물건은 동독의 박물관 과 개인으로부터 강탈한 것들이었다. 이러한 문화예술품의 반환은 아직까지 도 해결되지 못한 과제이며, 2015년에 설립된 독일 문화예술품상실센터를 통 해 지속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작센안할트주의 사례를 보면 2011년 12월 31일까지 93,389개의 문화예술품이 원소유자에게 반환되었다. 그중 대부분은 예술품 한 개가 아니라 성에 있던 소장품, 영지의 아카이브 등과 같이 소장품의 전체 단위였다. 2011년까지 55개의 개인소장 아카이브가 원소유자에게 반환되었다. 그중 50개의 아카이브는 대여계약을 체결하여, 소유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문서국의 아 카이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문화외교

독일통일 이후 독일 연방의회에서는 문화민족으로서 독일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연방 외무부의 문화외교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외무부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구 유럽의 체제 전환 국가들과 소련연방의 후속국가들은 자연스럽게 연방 외무부의 문화외 교를 위한 파트너가 될 것이며, 분단으로 인해 실현될 수 없었던 것들을 점차 채워 나가는 것이 문화외교의 핵심목표라고 답했다.

신연방주 재건을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문화외교의 재정은 가능한 절약할 수밖에 없지만 문화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통일독일의 위상과 비중을 높이고 강화 한다는 최종적인 목표는 이미 확고히 세워졌다고 하였다. 그를 위해 시행되어 야 할 중요한 과제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연방 외무부의 문화외교정책에 신연방주들의 참여

– 급격하게 증가한 독일어 교육의 수요에 대한 대처 및 동독에서는 이루 어지지 않았던 동유럽에 거주하는 독일 동포의 지원

– 외국에서 독일의 이미지 변화 및 그와 관련된 두려움과 염려에 대한 적 절한 대응

– 문화교류를 통해 동유럽 사회에서 진행되는 개혁과정의 지원

–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유럽통합 과정에서 문화정책적인 요소 확립

이런 문화외교의 틀에서 이루어지는 독일의 공공외교는 아주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독일을 보는 시각이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위험한 국가가 아닌 안정되고 평화적인 유럽의 지도적인 국가로 변화된 것은 독일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문화외교와 무관하지 않다.


교포신문사는 2020년 독일통일 30주년을 맞아, 독일의 분단, 분단의 고착화, 통일과정, 통일 후 사회통합과정을 연재를 통해 살펴보며, 분단으로부터 통일을 거쳐 오늘날까지의 독일을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1213호 31면, 2021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