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0년 (43)

동서독 정당통합(4)

통일과정에서 동서독 정당체제의 변모 ④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 1990년 10월 3일 통일될 때까지의 독일통일 과정에서 동서독의 정당통합은 실질적으로 1990년 3월 동독 최초의 인민회의 자유선거에서 시작해 1990년 12월 통일 이후 첫 연방선거 기간에 이루어졌다.

정당연합과 인민의회 선거

지난 호에 소개한 동독의 정당들은 1990년 3월 18일 동독의 인민의회 선거에서 향후 동독의 새로운 정치 환경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자신들과 비슷한 정치적 노선, 목적을 갖고 있는 정당, 사회단체와 선거연합을 결성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특히 서독의 정당들은 동독에 파트너를 찾거나 자매정당을 설립하여, 물질적, 인적으로 동독선거에 직접 개입하였다.

기민당

1989년 11월 동독 기민당의 대표가 된 드 메지에르는 서독의 기민당과 함께 독일에서 기독민주주의 정당을 건설하고자 하였다. 서독 기민당의 경우 연방차원보다는 주 차원에서 동독 내 다양한 조직들과 회동을 통해 동독 자매정당인 동독 기민당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서독 기민당의 수뇌부는 자매정당과의 협력이 선거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동독 기민당을 자매 정당으로 인정하게 된다. 이는 동독 내 새로 등장한 정치단체들이 서독 기민당의 보수적 정치성향 을 비판하는 점과 더불어 동독 기민당이 당내 개혁을 추진한 것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동독 사민당

서독에서는 동독 사민당이 대중적 지지 없이 건설된다는 비판 등으로 인해 동독 사민당과의 관계 설정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환영 인사를 파견하지 않았고 창당 대회가 개최된 이틀 후에야 서독 사민당의 당 대표가 동독 사민당이 동독의 도덕적 발전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연대사를 발표하는 수준에서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연방차원에서는 서독으로 망명한 저항운동단체 인사들을 중심으로, 주 차원에서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을 중심으로 동독 사민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계 개선에 물고가 트인 계기는 바로 동독 사회주의통일당이 동독 사민당과 명확한 구분을 밝힌 이후라 할 수 있다.

동독 사민당이 안정적 정당조직을 갖춘 것은 빌리 브란트(Willy Brandt)와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tt)의 노력을 통해 가능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990년 1월 동독 사민당이 당명 을 서독과 동일하게 바꿈으로써 동서독의 사민당 관계에 진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자유민주당

서독의 자민당은 동독 사회 내 자유주의 세력 모두를 연계해 서독 자민당을 중심으로 통합하고자 시도하였다.

이에 1989년 11월 동독의 자민당과 서독 자민당의 정당 대표 회담이 결렬된 이후 동독에서 경쟁정당으로 1990년 2월 4일 동독-자유민주당(DDR-FDP)의 출현과 독일포럼당(Deutsche Forum Partei, DFP)의 창당을 주도하고 막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동독 자민당의 지도부를 압박하였다.

결국 동독에서의 자유주의 세력들인 동독-자유민주당(DDR-FDP), 동독 자민당(LDP) 그리고 독일포럼당(DFP)은 1990년 2월 11일 독일에서 통합된 자유 주의 정당 건설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유민주동맹(Bund freier Demokratien, BFD)이라는 선거연합체를 결성하였다.

사회주의통일당

사회주의통일당은 정당 해체가 아닌 정당의 개혁을 목표로 사회주의통일 당-민주사회주의당(SED-PDS)으로 당명을 변경하였다. 이후 1990년 1월 정당 자체의 개혁을 목표로 하면서 당명을 민주사회당으로 변경하였고 단독으로 선거에 참여하였다. 이들은 당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주의통일당의 후계정당으로 민주화 노력은 지지하지만 서독으로의 무조건적인 통합에는 반대하는 기존 공산당원 등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녹색당

서독의 녹색당은 통일정국에서 정치사안보다는 환경, 인권, 평화와 관련 된 문제를 가지고 동독 시민단체들과 대화를 전개하면서 이들의 견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조화를 모색하였다. 따라서 많은 단체들이 녹색당과 합류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동독 내에서 서독 녹색당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던 단체들인 신포 럼, 민주주의 지금, 평화, 인권발의(Initiative Frieden und Menschenrechte, IFM) 등과 동독 녹색당은 정강 논의의 강화와 새로운 정책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서독 녹색당은 다른 정당들과 달리 동독의 인민의회 선거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즉 서독 녹색당은 동독의 정치단체들의 자주성에 근거한 선거를 원칙으로 하여 내용적 개입을 피한 채, 간접지원 방침을 고수하였다. 결국 신포럼, 민주주의 지금 및 평화인권 발의는 녹색당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동맹 90을 통해 독자적인 선거참여를 결정하였다.


교포신문사는 2020년 독일통일 30주년을 맞아, 독일의 분단, 분단의 고착화, 통일과정, 통일 후 사회통합과정을 연재를 통해 살펴보며, 분단으로부터 통일을 거쳐 오늘날까지의 독일을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1217호 32면, 2021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