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0년 (44)
동서독 정당통합(7)

통일과정에서 동서독 정당체제의 변모 ⑦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 1990년 10월 3일 통일될 때까지의 독일통일 과정에서 동서독의 정당통합은 실질적으로 1990년 3월 동독 최초의 인민회의 자유선거에서 시작해 1990년 12월 통일 이후 첫 연방선거 기간에 이루어졌다.

동서독 정당의 통합 3

녹색당

동맹90/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은 1993년 5월 14일에서 16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되었던 통합전당대회에서 정식 연합정당으로 탄생하였다.

동맹90(Bündnis 90)은 1991년 9월 20일-21일 ‘평화와 인권단체’(Initiative Frieden und Menschenrechte, IFM), 민주주의 지금(Demokratie Jetzt), 신 포럼(Neues Forum)의 일부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들 세 집단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대한 윤리적인 접근방법, 가치표현, 중심적인 주제 등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때문에 1990년 가을 선거를 위해 신포럼, 민주주의 지금, 평 화와 인권단체 그리고 구 동독의 녹색당(Grünen)이 정당 명부 결합을 하였 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구동독에서의 녹색당은 의회주의적 생각을 명확히 하여 설립되어 정당조직도 신속하게 구성하였다. 그리고 주협회 다섯 개 중 네 개의 협회가 1990년 12월 2일 시행된 연방의원 선거 다음 날 서독 녹색당의 연방협회에 가입하였는데 이 시기를 선택한 것은 동독 협회를 서독에서 인수한다는 표현과 관련된 의미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1991년 9월 정당으로서의 동맹90이 설립된 이후 녹색당과 특히 동맹90의 경쟁적인 상황을 없애기 위한 구상의 일환으로 통합당 형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동맹90의 일부에서는 생태민주당과의 협력을 주장했다. 그러나 수적으로 열세한 동맹90이 당원수가 많은 녹색당과 통합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견들 간의 논의를 통해 결국 1992년 11월 23일 동맹90의 지도부 위원과 녹색당의 연방대표 사이에 연합합의서를 체결하였고, 1993년 1월 17일 승인되었다. 이후 5월 통합전당대회를 통해 정식연합정당이 되었다.

그러나 초기부터 당 내에는 노선갈등이 잠재해있었다. 이러한 노선 갈등은 서독을 비롯해 동독의 동맹90-녹색당에 남아있는 것으로 당을 시민운동으로 보는 입장과 정당으로 보는 입장 사이에서 야기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잠재적 갈등은 동맹90과 동독에 있는 녹색당 사이에서 그리고 서독 녹색당과 동독 녹색당 또는 동맹90 사이에서 발생하였다. 마지막으로 녹색당의 현실파와 근본주의파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 또한 존재했다.

사회주의통일당의 변화

1989년 동독에서 있었던 일련의 평화혁명의 여파로 10월 18일 사회주의통일당의 서기장이었던 호네커와 그의 측근 당 간부들이 물러났으며 12월 동독의 인민의회는 사회주의통일당의 지도적 역할을 규정한 헌법을 삭제하였고, 변호사 출신의 기지(Gregor Gysi)를 중심으로 새롭게 당 지도부를 선출하면서 당의 명칭을 사회주의통일당-민사당(SED-PDS)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이후 사회주의통일당을 삭제하고 민사당으로 당명을 다시금 변경해 1990년 3월 18일 국민의회선거에서 66개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기민련과 사민당에 이어 제3당이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과정에서 먼저 사회주의통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은 결코 사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음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엇보다 먼저 1989년 12월 16일 전당대회 토론회의 연설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연설문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동독에서의 사회주의는 불법적으로 실현된 스탈린주의로 인한 문제에 부딪쳤지만 그럼에도 동독사회는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동독에서의 사회적 업적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그러면서도 새로운 당의 강령은 무에서 창조될 수 없는 것으로 동독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고려에 있어 중요한 점이 바로 동독에서의 10월 평화혁명임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당의 강령과 정책은 노동자와 농부의 이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대변해야 하며 마르크스와 레닌의 이론을 통해 사람들의 실제적인 관심사가 충분히 반영되기 위해 더욱 현대화되어야 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은 1989년 12월 17일 결정된 사회주의통일당-민사당의 임시강령에 명확하게 표현되고 있다. 당의 이론적 기초는 마르크스주의로 이를 바탕으로 평화, 연대, 환경보호, 사회 정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적 다원주의를 추구하며 근본적인 목적은 동독의 신 인도적 민주사회주의이고 이윤 추구 경제, 착취와 행정적, 관료적 사회주의를 넘어서며 사회주의 법치국가로서의 동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당 강령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사회주의통일당-민사당의 강령에는 ‘당의 이론적 기초로서 마르크스주의로서 여타의 정신적, 정치적 동향의 모든 이론과 개념상의 동력을 창조적으로 활용한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그 대상을 지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후 1990년 2월 25일 당명을 민주사회당으로 변경한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당 강령에는 당의 이론적 기초에 대해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민주사회당의 당 강령은 크게 3가지 주제로 나눠지는데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계승하는 사람들이 직접 명시되어 있다. 또한 민주사회당은 중앙집권주의와 스탈린주의는 사회주의에 불명예를 안겨준 것으로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자본주의가 갖는 효율성과 세계 문명을 풍족하게 만드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평화, 환경보호, 그리고 사회적 정의를 보장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장경제사회, 약자를 위한 보호/원조 등 을 자신들의 목표로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1220호 31면, 2021년 5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