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51)

교포신문사는 독자들의 독일이해를 돕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 등에 관해 ‘독일을 이해하자’라는 연재란을 신설하였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독일의 법제도(9): 독일의 입법절차① ****

독일의 입법제도 개관

독일의 입법과정은 연방정부(Bundesregierung), 연방의회(Bundestag), 연방상원(Bundesrat)의 상호 협력하에 이루어지는 매우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방의회는 연방의 중심기관이며, 연방의회는 법률을 제정하는 권한 외에 예산의 확정권을 가지면서 연방행정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연방상원은 주(Land)가 연방의 입법이나 행정에 협력하기 위한 기관이다. 연방상원은 주정부의 구성원으로 구성되며 주정부가 임면한다. 연방상원의 권한으로는 법률의 발안권, 연방의회가 의결한 법률에 대한 동의권 및 이의제출권, 연방대통령이 입법의 긴급사태를 선포하는 경우의 동의권과 법률을 성립시키는 권한이 인정된다.

그러나 독일에는 연방의회와 연방상원으로 하나의 입법부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연방의회도 연방상원도 각각 독립된 연방의 최고기관인 것이다. 법제상 연방상원은 이른바 양원제의회의 제2원으로서 위치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연방의 입법과정에서 연방상원의 협력은 불가결하다. 즉, 독일에서는 연방의 법률은 연방의회에서 의결되나 법률이 최종적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연방상원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

또한 연방정부는 연방의회에 법률안을 제출하기 전에 그 법안을 연방참의원에 송부하여 그 의견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입법에 관한 연방참의원의 역할을 보는 경우 연방참의원은 실질적으로 제2원(Zweite Kammer)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독일의회의 입법절차는 본회의 중심주의인 영국과 상임위원회 중심주의인 미국의 절충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법안심의는 영국의회와 마찬가지로 3독회제를 채용하며, 법안의 위원회심사는 미국의 경우와 같이 상임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행하며 입법과정의 핵심적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독일에 있어서 위원회심사는 영국의 경우와 달리 법안마다 설치되는 실질적 특별위원회에서 법안심의를 행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그 심사의 범위도 본회의의 의사에 구속되는 것도 아니다. 이 점은 연방의회에 있어서 법안의 위원회회부는 영국처럼 제2독회 종료후가 아니라, 제1독회 종료후인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연방정부의 입법절차의 개혁

기본법상 사회적 법치국가의 원칙을 선언하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운영하여 온 독일에서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보다 중요한 가치로 설정하고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는 이를 보완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따라서 영미를 중심으로 대두된 신공공관리이론(New Public Management)에 입각한 행정개혁이나 민영화 등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야에서의 개혁정책에 대하여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사민당이 집권하면서 공공부문의 급격한 팽창으로 인한 재정적 비효율성과 법률 및 행정의 확장으로 인한 법률의 홍수현상과 관료주의화를 타파하기 위한 행정개혁을 본격적으로 단행하였다.

그리하여 1978년부터 각 주정부에서는 법령 및 행정의 간소화작업이 진행되었고, 1983년 보수당인 기민당으로의 정권교체 이후에는 연방차원에서 법령과 행정의 간소화를 위한 독립위원회를 설치하여 독일행정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법률 및 법규명령․행정규칙의 간소화작업을 추진하였다. 또한 국가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평가, 민영화의 가능성 및 시민지향적인 행정과 공공행정에서의 서비스적인 요인이 강조되었다.

그 후 1990년 이후부터는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발생한 동독의 인프라정비의 부담과 EU통합에 따른 역내자유화의 두가지 과제를 배경으로 공기업화, 민영화 등을 통한 정부역할의 축소와 규제완화, 행정내부조직의 합리화, 시장과 경쟁매카니즘의 도입을 통한 행정능률의 향상, 공공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선택기회의 확대 등 대규모의 행정개혁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행정개혁은 독일의 공공행정 업무수행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주정부의 차원에서 먼저 진행되고 연방차원으로 확대되었다. 통일 이후부터 연방차원에서 단행된 주요한 행정개혁은 항공관제, 철도 및 우편의 민영화로 대표되는 조직개혁, 규제완화와 신속화, 각종 재정지출삭감과 공무원제도의 개혁 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입법개혁과 관련하여 1995년부터 연방차원에서의 행정개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능률적인 국가(Schlanker Staat)”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연방행정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였다.

연방정부는 1995년 9월에 행정부서로부터 독립한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회로서 “능률적인 국가심의회(Sachverständigenrat Schlanker Staat)”를 설치하고, 개혁방안을 검토하여 시민과 아울러 구체적인 제언을 실행에 옮기는 작업을 실시하여, 동심의회는 1997년 10월 6일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여 그 활동을 종료하였다.

동 심의회가 검토하여 정부에 건의한 행정개혁의 내용으로는,
①입법작업에 관한 심사목록표(입법개혁),
②집중적이며 보충성에 적합한 입법에 의하여 강한 유럽의 지향(EU관련입법의 개혁),
③행정의 현대화를 지향한 연방 및 주의 공통목표(행정현대화),
④국가사무의 삭감,
⑤국가의 모든 차원에서의 민간화의 추구,
⑥행정규칙의 삭감, 규격의 폐지,
⑦법령의 간소화에 의한 품질개선(환경법전 -통일적인 사업인가),
⑧사적 자기책임의 강화(환경감사와 환경영역이외의 그 적용가능성),
⑨필요한 만큼의 통계와 가능한 최소한의 부담,
⑩관료행정으로부터 서비스기업으로의 탈피,
⑪직원과 함께 현대행정의 지향,
⑫행정현대화의 중요한 구성부분으로서의 재정제도개선,
⑬미래지향적이며 효과적인 행정을 위한 정보기술 및 뉴미디어의 이용,
⑭계획책정, 인허가 절차의 신속화,
⑮능률적인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으로서의 효과적인 사법행정
등 15개 분야이다.

1223호 29면, 2021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