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 30년(56)

독일통일 후 독일 전정부는 민주주의 교육과 사회주의 교육을 통합하는 역사적인 과업을 안게 되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독일은 교육통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독일의 교육이 갖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국가발전과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동서독 교육통합(7) – 통일후 동서독 교육통합 4

초중등교육 분야 통합

교육과정 통합

통일 후 동서독 교육과정 통합은 서독의 교육과정을 구동독지역에 적용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구동독지역의 교육과정은 폐지되거나 변경되거나 신규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겪게 되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군사 교과’가 제일 먼저 개혁대상이 되었다. ‘군사 교과’는 1990학년도부터 폐지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이데올로기 교과인 ‘국가시민 교과’ 역시 폐지되고, 해당 교사의 재량 아래 수업계획안을 편성해 가르치도록 하였다. 이 교과는 나중에 ‘사회 교과’로 대체되었다.

1990년 3월 1일 ‘사회 교과 기본계획안’이 만들어지고, 1990/1991학년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하였다. 정치교육 시간에 정치, 사회적 주제와 더불어 철학, 심리, 윤리적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교과서는 동독 교과 서 대신 서독 교과서가 사용되었다.

1990/1991학년도부터 외국어 교육도 변하였다. 그동안 제1외국어로서 필수 교과였던 러시아어가 더 이상 제1외국어가 아니고, 영어, 프랑스어와 함께 필수선택 과목으로 바뀌었다. 1990/1991년에는 5학년 학생들의 90%가 영어를 제1외국어로 선택하였다. 제1외국어가 러시아어에서 영어로 바뀌면서 영어 교사가 부족하게 되었다. 급한 대로 러시아어 교사를 재교육시켜 영어 교 사로 활용하였다.

구동독에서는 교육에서 노동을 매우 중시하였다. 이론과 실천이 연계되고 학습과 노동이 연계되는 교육을 ‘폴리테크닉 수업(polytechnischer Unterricht)’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동독의 초중등학교는 ‘폴리테크닉 학교’로 불리었다.

폴리테크닉 수업은 사회주의경제를 뒷받침하는 교육이었기 때문에, 이는 통일 이후 비판을 받게 된다. 동독 교육과정의 주요 특징이었던 종합기술(polytechnisch) 수업원칙의 존속 또는 폐지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금 당장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맞추어 내용상의 변화는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폴리테크닉 교육 형식은 잠 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으로 변화를 맞게 된 다. ‘사회주의 생산 입문’ 이라는 교과는 ‘기술·경제 교과’로 대체되었다.

동독 교육부는 급격한 사회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교과를 도입하기도 하였다. 1990년 3월 ‘개인 생활(Gestaltung des persoenlichen Lebens)’ 이라는 교육과정 기본계획안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또한 서독과 같이 ‘종교수업’ 교과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어, 종교와 윤리 과목 이 정식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구동독 교육과정이 통일 전후 변화된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동독의 교과는 존속, 폐지, 변경, 추가의 과정을 거쳐 변화되었는데, 이념으로 부터 자유로운 교과는 존속되었고, 이념 교과는 폐지 또는 변경되었고, 영어와 종교 교과는 신규로 도입되었다.

교과서 사용과 관련해서는, 통일 이후에도 잠정적으로 구동독 시대의 교과서를 사용하였다. 특별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색채가 없는 수학과 같은 과목에서는 옛날 교과서를 당분간 사용하도록 허락하였다. 그러나 이념성이 강한 교과목, 즉 국어, 역사, 사회에서는 잠정적인 혹은 추가적인 교재를 사용하였다. 역사 교과에서는 서독의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영어와 같이 새로 생긴 교과의 경우는 바로 서독의 교과서를 사용하였다.

통일 이후 구동독지역 학교를 위한 교육과정 기본계획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를 위해 서독의 교육전문가와 구동독의 교사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였다. 잠정적 교육과정 기본계획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과목에 따라 구동독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시행한 경우도 있고, 구서독의 교육과정을 도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고려 사항으로 제시되었다.

첫째, 구동독지역의 교사와 학생들은 오랫동안 사회주의체제 아래서 교육받고, 성장하고, 생활하며, 사회주의적 가치체계와 행동방식에 젖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학교 교육내용에서도 사회주의적 가치관 주입교육이 강조되었으며, 교육방법도 획일적이어서 학생들의 개성이 상실되고 독창성과 창의성이 무시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교사 역시 주어진 틀에서 가르치고 생활하여, 독자적인 수업계획안을 만들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셋째, 외국어 교육이 전반적으로 미약하다는 점이다. 구동독에서는 러시아어만 외국어로 학습하였다. 따라서 언어 교육을 강조하는 구서독의 교육 과정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취약한 실정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 발할 때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직업교육 역시 취약 분야이다. 직업교육이 공업계 중심으로 이루어 져 서비스산업 직업교육이 미약했고, 교과 내용에서도 상업, 회계 등의 과목이 없었다.

다섯째, 현대 국제화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구동독 학생 들은 현대사회의 다원화된 사회구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유럽연합 등 국제관계에서 고립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유시장경제 의 기본 원리를 교육하는 것이 예상 외로 어려웠고, 새로운 사회구조에 적응 하고 민주적인 갈등극복에 관한 효율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통일 이후 신연방지역(구동독지역) 각 주는 서독의 도움을 받아 교육과정 기본계획안을 마련하였다. 신연방주에서 개발한 교육과정은 구동독의 교육과정과는 많이 달랐고, 구서독과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무엇보다 교 사의 교육적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었다. 새 로운 교육과정은 ‘상당한 수준의 개방성과 교육학적·교수학적·방법적 자율 공간’을 제공하였다.

1232호 31면, 2021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