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독도 되찾자”
…선 넘어버린 일본

지난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신생당인 ‘NHK에서 국민을 지키는 당’ 소속 마루야마 호다카(丸山穗高·35) 중의원 의원은 한국 의원들의 독도 방문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전쟁으로 되찾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도 정말로 협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냐”면서 “한반도 유사시에 우리(일본) 고유의 영토에 자위대가 출동해 불법 점거자를 쫓아내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배제해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과 우원식·박찬대·이용득 의원, 무소속 손금주·이용주 의원 등 국회의원 6명은 지난달 31일 독도를 방문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규탄했다.

마루야마 의원은 “우리(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가 불법 점거자들에게 점거돼 있는 데다 상대측(한국)이 저런 상황(한국 의원들의 독도 방문)”이라며 “각종 유사시에 자위대를 파견해 불법점거자를 배제하는 것 이외에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라고 강조했다.

마루야마 의원의 ‘전쟁’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러시아와의 영토 갈등 지역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쟁을 해서라도 되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마루야마 의원은 당시 보수 야당 일본유신회 소속이었지만 이 발언으로 당에서 제명됐고, 이후 신생 정당 ‘NHK에서 국민을 지키는 당’에 입당했다. 일본 중의원은 당시 발언에 대해 규탄 결의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당시 일본에 정치권에서는 마루야마에 대해 비판이 많았다.

문제는 마루야마 의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일본 내 우익을 중심으로 유사시 자위대를 파견해 독도를 빼앗자는 주장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참아 전쟁이란 단어까지는 입에 못 올렸는데 마루야마 의원이 포문을 열어준 셈이 된 다.

따라서 일본이 독도에 대한 발언이 점차 세질 뿐만 아니라 2020년 이후 일본이 개헌에 성공하면, 독도에서 우리 군과 자위대 아니, 일본군과의 우발적 충돌도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독도에서 한일간의 해상 대치가 있었다. 당시 우리 정부가 독도 주변에서 해양조사를 하자, 일본은 해양순시선을 파견해 방해를 했다. 한일간의 최악의 관계였다. 공교롭게도 그때 관방장관이 바로 아베 신조였다. 그가 해양순시선 파견을 지시한 것이다.

그런데 아베가 한일 양국이 독도에서 해상대치를 하던 2006년 당시 총격적이 일어날뻔 했다고 주장했다. 바로 9년전 발언이다. 약 10여 전 아베 총리의 말이 다시 주목 받는 것은 일본의 독도 야욕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10일 당시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는 도쿄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일본이 2006년 7월 한국 해양연구원 소속의 해양조사선이 독도 주변을 조사하는 데 대해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보내 중단을 요구했을 때 주변 해역에는 한국측 해군 함정이 파견돼 있었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 되자 우리나라 외교 관계자는 “당시 해군 군함이 아니라 해양경찰청 경비정이 주변 해역에 배치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측은 어떻게든 독도 문제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의도였고, 우리는 일본측 순시선과 물리적 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위협사격을 지시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노 전대통령이 어떠한 각오였는지는 13년 전인 2006년 4월 25일 특별담화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명 연설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고 독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일본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어떤 비용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없다”며 “일본이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고 그에 근거한 권리를 주장하는 한, 한일 간의 우호관계는 결코 바로 설 수가 없다” 등 단호한 말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비판했다.

어찌 됐던, 노 전대통령의 단호한 독도수호 의지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이번, 마루야마 의원의 ‘독도 전쟁’ 발언은 일본 내 우익 세력들에게 독도 발언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번 쿠릴열도 전쟁 발언과 달리 하루가 지난 다음날 일본 언론에서는 야루야마 의원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보도는 거의 없었고 아사히신문 정도가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정도로 보도했을 뿐이다.

더욱이 2006 독도에 해상 보안청 순시선 파견을 지시한 아베 신조가 지금은 총리가 되었으니 일본이 앞으로 독도에 대해 어떠한 도발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방보다 국익이 앞선다” 이 말이 2019년 우리가 처한 국제정세를 잘 요약한 한 마디다.

전쟁해 찾자망언 놓고 일본 정부, 독도엔 침묵·쿠릴엔 부적절

일본 정부가 ‘전쟁으로 독도를 되찾자’는 자국 국회의원의 도발적 망언에 대해 논평을 피하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같은 의원이 지난 5월 일본이 ‘북방영토’라 부르는 남쿠릴열도 4개 섬을 두고 비슷한 망언을 했을 때 “진정 유감”이라며 서둘러 러시아 달래기에 나섰던 것과 달리 독도에 대한 망언은 방조한다는 인상을 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월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소속 마루야마 호다카(丸山穗高·35) 중의원 의원이 지난달 31일 독도를 “전쟁으로 되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라고 트위터에 쓴 것에 관해 “개개 의원의 발언에 정부가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의 이날 발언은 마루야마 의원이 지난 5월 쿠릴 4개 섬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쟁을 해서라도 되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 했을 때 했던 반응과는 딴판이다. 쿠릴 4개 섬은 러일 간 영토 갈등 지역으로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이 발언이 알려진 지난 5월 1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진정으로 유감이다, 정부의 입장과 전혀 다르다”며 “외교 협상에 따라 ‘북방영토’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도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마루야마 의원을 재차 비판하며 러시아 달래기에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