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토·주권전시관’ 방문기

“한국이 멋대로 빼앗아” “반성해야”…’독도 망언’ 난무한 일 영토주권전시관

김진우 (경향신문 도쿄 특파원)

1월 21일 오전10시 도쿄 지요다구 도라노몬 미쓰이빌딩에서 일반 관람객을 받은 새 ‘영토·주권전시관’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본 정부와 우익 인사들의 망언과 억지가 난무했다. 이 전시관은 2년 전 인근 시세(市政)회관에서 문을 열었다가 규모를 7배나 넓혀 재개관했다.

전시관 앞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30여명이 줄을 섰다. 15명 정도는 단체예약 관람객이었다. 한 60대 여성은 “전시관이 커져서 멋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2월22일 시마네현에서 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도 참가한다.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했다. 60~70대가 대부분인 이들을 인솔한 무라타 하루키는 자신이 ‘다케시마를 지키는 모임 도쿄지부장’이라고 밝혔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자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영토로 표시한 일본 지도가 그려진 커다란 횡단막이 맞이했다. 1층은 관련 전시장 3개로 구획돼 있었다. 한가운데 자리한 독도관(약 120㎡) 출입구에는 커다란 글씨로 ‘다케시마, 1953년 여름부터 현재, 한국의 실력행사에 따른 불법 점거’라고 써있었다. 바로 뒤에는 2m50 정도 되는 강치(바다표범) 박제가 있었다. 친숙한 모습의 강치 캐릭터도 눈에 띄었다. 일본 아이들과 젊은층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영토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이는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데서도 드러났다. 출입구 옆 QR코드에 태블릿 PC를 가까이 대자 화면에 강치 캐릭터가 나타났다.

독도관 벽면에는 종이 패널이나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지금까지 독도 영유 경위는 물론, 한국 정부의 주장과 이에 대한 반박 내용을 기술했다. 단체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해주던 전시관측 직원은 “이전 전시관에 없던 반론을 써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자료들은 일본의 입맛에 맞는 것이었다. 과거 일본 정부가 1877년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과 관계없다는 것을 밝힌 ‘태정관 지령’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시관 측은 일본은 독도를 평화롭게 지배했는데 한국이 불법, 무단 점거했다는 인상을 주는 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역사를 개찬(改撰·자구를 고침)한다”는 적반하장식 주장까지 했다. 심지어 “한국이 독도를 점거하면서 독도 강치가 사실상 멸종했다”고 했다. 일제 시대 일본 측의 남획으로 강치 개체수가 급감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 직원은 “일본은 강치를 기름 재료로 썼지만, 한국은 식용으로 썼다. 강치를 사격 연습용으로도 사용했다”면서 한국의 잔혹성을 부각하는 주장까지 했다. 그는 “독도는 0.2ha밖에 안돼 큰 의미지만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섬, 일본의 주권 그자체”라고 했다.

단체 관람객에 대한 설명은 1시간10분 정도였다. 이 가운데 독도에 대해서만 40분을 할애했다. 그 사이에도 관람객들이 계속 들어왔다. 일본 최대의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회원으로, 우익 단체의 e메일 연락을 받고 요코하마에서 왔다는 70세 남성은 “위안부도 그렇고, 한국인은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라면서 “사실은 사실대로 말하고 다케시마는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전시관 측은 관람객을 위한 정기적인 설명 투어도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날 전시관을 둘러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도쿄올림픽을 6개월 앞두고 외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도심 한복판에 전시관을 만들었고,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외국인이나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메시지를 주입하는 게 제일 문제”라고 했다.

2020년 1월 31일, 1156호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