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독도가 일본 영토 아닌 적 없다”는 일본 교과서

내년부터 사용될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한번도 일본 영토가 아닌 적이 없다’는 취지의 표현이 등장하는 등 관련 서술이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잔뜩 냉각된 상황에서 악재가 하나 더 얹혔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1년부터 4년 동안 사용할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3월 24일 일제히 발표했다.

일본문교출판은 사회과 역사교과서에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가 한번도 타국의 영토인 적이 없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한다”고 적었다. 일본 정부는 “고유의 영토”라는 뜻이 한번도 일본 영토가 아닌 적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왔는데, 이를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또한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을 위해 독도 강치(바다사자) 사냥 사진을 시각물로 사용한 사례도 늘었다. 일본은 일본 어민들이 예전부터 독도에서 강치 사냥을 했던 사실을 일본 독도 영유권의 근거라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일본문교출판, 교육출판이 강치 사냥을 하는 어민 사진을 새로 실었다. 도쿄서적과 제국서원은 직전인 2015년 검정본부터 강치 사진을 실었다.

채택률이 가장 높은 도쿄서적의 역사교과서에는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발효되기 직전 한국은 공해상에 일방적으로 경계선을 긋고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를 한국 쪽에 넣고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구절을 넣었다. 이 외에도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 7종 가운데 4종에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공민 및 지리교과서 10종에는 “불법 점거” 주장이 100% 들어가 있다.

또한 도쿄서적의 사회과 공민교과서에는 “일본이 (한국의) 독도 불법 점거에 항의하는 한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맡겨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1954년, 1962년, 2008년 등 3차례에 걸쳐 제안했지만, 한국이 거부하고 있다”는 기술을 2015년 검정본에 이어 이번에도 실었다.

일본 중학생은 사회과 역사, 공민, 지리 과목에서 반복적으로 ‘일본은 독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한국이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있다’고 배우게 되는 셈이다.

중학교 교과서의 독도 관련 서술 분량이 2015년보다 급격히 늘지는 않았다. 아베 신조 정부 들어서 초·중·고 교과서 개악 작업이 한차례씩 이미 완료됐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문교출판은 ‘배상 문제와 역사 인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1965년 일-한 청구권협정에서 국가와 개인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일본은 한국에 경제원조를 했다”고 2015년에 이어 서술했다. 일본 정부도 개인 청구권 존재 자체는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서술은 없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총 19개 교과서 가운데 일본의 ‘고유 영토’로 명기된 영토는 북방영토(쿠릴열도의 일본명)가 18개, 독도가 16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15개였다. 일본은 러시아와 북방영토를 두고 영토 갈등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를 두고 분쟁 중이다.

마이니치는 영토 교육을 중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의향이 사회 교과서에 강하게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나카지마 데쓰히코(中嶋哲彦) 나고야(名古屋) 대학원 교육행정학 교수는 ”교과서는 정부의 언론 수단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검정을 통과한 사회 교과서 가운데 야마카와(山川) 출판 교과서는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부활시켰다고 산케이 신문이 전했다.

야마카와(山川) 출판 중학교 교과서에는 ”전쟁지에 설치된 위안 시설에는 조선, 중국, 필리핀 등에서 여성이 모여(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기술이 명기됐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는 이번 교과서 개정에 대해 “한-일 관계에는 악재다. 한-일 청구권협정이 서술됐는데, 일본이 역사나 영토 문제에 대해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독도도 처음엔 ‘영토 분쟁이 있었다’ 정도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한국을 불법 국가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한상신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어 “이번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미화하고 그 과정에서 자행된 강제동원 수탈과 일본군 위안부 등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독도 부당기술 일본 교과서 강력 항의일본 대사 초치

정부는 3월 24일 일본 문부과학상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데 대해 “일본 정부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 축소, 누락 기술하고 부당한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의 즉각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관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했다. 이어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양국 국민, 특히 젊은 세대의 역사 인식 심화가 중요하다고 선언한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비롯해 1993년 고노 담화, 1982년 미야자와 담화의 정신으로 돌아가 역사의 교훈을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세대의 교육에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로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사진: 내년부터 사용될 일본 ‘교육출판’의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 중 일부.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독도 강치 사냥 사진은 2015년 검정본에는 없었으나 이번에 새로 실렸다.

2020년 3월 27일, 1164호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