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중요성:
독도는 민족 의식 형성의 용광로

김봉우(독도본부 의장)

국가는 영토와 국민과 주권으로 이루어진 유기체이다. 이중에서도 영토가 가장 기본이다. 땅만 있으면 사람은 모이게 마련이고 질서는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토는 개인이건 집단이건 민족이건 그 누구에게건 생존을 위한 일차적인 자산이다.

오늘 위기를 겪고 있는 독도는 과연 우리 겨레에게 무엇인가. 우리는 진지하게 독도와 우리 겨레와의 관계를 묻고 검토해야 한다. 독도는 우리에게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

세계는 지금 격변을 겪고 있다. 꼭 우리만 겪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우리 민족의식은 매우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오랜 역사과정의 수많은 고난 속에서 형성되어 온 민족공동체 의식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강대국이 경제 위기 탈출용으로 만들어 낸 거대한 세계화 담론의 공세 탓이다. 제국주의적 속성을 가진 강대국들이 만들어낸 이론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기제들이 강하게 한국을 침습해 오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중소민족 해체를 위하여 만든 생산품들을 마치 대단한 선진 이론인양 전파하는 국내의 소위 전문가들과 언론의 보도도 민족의식 소멸과 민족의식 소멸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지금까지 우리는 외세의 강력한 개입으로 강토와 민족이 분단된 채 계속 내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민족적 가치와 지향점이 철저하게 부정당해 온 점이다. 같은 민족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민족적인 가치는 무엇이건 매우 위험하게 인식하여 배척하는 풍토가 조성된다. 요즘 와서 우리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아끼려는 흐름이 미약하게나마 생겨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민족의식 소멸의 또 다른 이유는 오랜 세월 전통적 금기사항으로 내려오던 북방 세계에 대한 도전과 접근이 한국 전쟁이후 완벽하게 차단되어 사방이 감옥처럼 폐쇄된 상황에서, 갇혀 있는 우리끼리 지역사이에, 계급사이에, 종교 사이에, 성별 사이에, 학벌 사이에, 직업 사이에 온갖 집단 사이에 적대적 전쟁을 다면적으로 치러온 탓도 있다.

철저하게 닫혀 있는 환경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면 민족 구성원끼리 생존을 위하여 싸울 수밖에 없으니 이웃집과 급우가 바로 나의 경쟁자요 바로 나의 적대자라는 의식이 강하게 뿌리 박힐 수밖에 없다. 우리끼리의 격심한 경쟁과 적대관계에서 살아 남아야 하니 같은 민족을 경계하고 배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세계가 전혀 상상조차 되지 않는 꽉 막혀 있는 환경에서 현실의 경쟁상대를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하려면 심판자인 강대국의 침략적인 논리, 문화, 제도, 경제, 종교를 나의 무기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민족적 가치나 공동체 정서는 빨리 지워버리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만들어진 민족 증오사상은 폐쇄된 구조의 산물이고 이런 폐쇄구조는 결국 외세의 지배와 간섭에서 온 것이니 우리에게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강요 해 온 외세 간섭 구조를 깨지 않으면 민족을 소멸시키려는 적대 세력의 도전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좁고 폐쇄된 환경에서만 살다보면 같은 공간에서 부딪치며 사는 사람들이 원수처럼 느껴진다. 그들만 없어지면 내 몫이 커질 것 같지만 경쟁 상대가 사라짐과 동시에 나도 없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아무리 밉고 싫어도 우리는 한 단위의 민족이고 우리의 운명은 한 덩어리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민족으로서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데 함께 사는데 꼭 있어야 할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서와 역사적인 유대감은 그동안 벌인 대결 과정에서 모두 탕진, 소멸되어 버렸다. 이제 무엇으로 어떻게 우리 민족 사이에 다시 함께 아끼면서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살려 낼 것인가. 지금 현재로서는 이것을 만들 수 있는 어떤 재료도 없다.

민족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려면 우리가 같은 운명으로 묶여 있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깨우침을 주면서 민족이 모두 나서서 함께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 주제를 설정해야 한다. 내세울 주제의 첫 조건은 우리 민족사이에 서로 적대적으로 마주서서 싸우고 있거나 싸웠던 소재가 아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적대적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면 그 양쪽을 한마음으로 묶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묶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분쟁만 더 크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민족 사이에 다툴 소지가 있는 주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다음으로 민족의식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선택할 주제의 조건은 민족 구성원 모두가 매우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 번째로 우리 민족이라면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어야 한다.

네 번째로 만약 그 흐름에 함께 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소재는 민족 안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밖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대외 관계를 의식해야 우리가 하나의 민족이라는 인식이 분명해 지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고루 갖춘 위에 민족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야 남한 내부의 여러 세력과 북한 동포와 해외동포까지 한마음으로 그 문제를 안고 통곡하고 씨름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등장했던 주요한 민족적 과제는 모두 정치적 대결과 투쟁의 대상으로 전락해 빛이 바래 버렸다. 우리 민족을 살려 낼 그런 보석 같은 무기가 과연 남아 있는가.

그런 분쟁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있는 유일한 예외적인 보배. 남한, 북한, 해외 동포 모두가 함께 사랑하고 안타까워하는 문제가 바로 독도 영유권 위기이다. 우리 민족이라면 그 누구도 거부하지 않고 반드시 함께 나설 독도 영유권 위기 해결을 위한 전투에서 남, 북, 해외 동포가 함께 손잡고 노력하고 애쓰는 과정을 통하여 그동안 배척하고 버렸던 민족정신과 문화가 다시 살아 꽃을 피울 것이다. 독도가 위기에 빠진 과정은 민족적인 요소를 죽이는 과정이었으므로.

지금 남한, 북한, 해외동포들이 모두 독도를 사랑하고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바로 독도가 겪어온 수난의 자취 때문이다. 그런 수난의 자취가 바로 우리 민족의 역정이며 국민 개인 개인의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독도가 바로 우리 겨레의 처지를 대변해 왔기 때문에 독도라는 말만 들어도 우리 민족 모두의 가슴이 저며 오는 것이다.

2020년 6월 5일, 1173호 3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