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토 감싼 네 개의 섬 이제 모두 명승 제117호

독도, 백령도, 마라도 그리고 가거도다. 독특한 지형과 경관을 자랑하는 이 네 개의 섬이 이제 모두 문화재가 되었다. 올해 신안 가거도 섬등반도가 명승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신안 가거도 섬등반도, 명승 제117호로 지정 우리 국토의 동서남북에는 끝섬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독도, 백령도, 마라도 그리고 가거도다. 독특한 지형과 경관을 자랑하는 이 네 개의 섬이 이제 모두 문화재가 되었다. 올해 신안 가거도 섬등반도가 명승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역사, 문화적 가치 높은 가거도

‘신안 가거도 섬등반도(新安 可居島 섬등半島)’가 명승 제117호로 지정되었다. 섬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신안 가거도’는 국토 최서남단이라는 지리적인 상징성이 있으며, 뛰어난 식생이 분포한 섬이다. 수많은 철새가 봄철과 가을철에 서해를 건너 이동하면서 중간기착지로 이용하고 있으며, 넓게 펼쳐진 후박나무 군락과 다양한 종류의 희귀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가거도에 관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등 고문헌과 「여지도서」, 「해동지도」, 「제주삼현도」 등 고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시대의 본래 지명은 가가도(加佳島)였으며, 다른 한자표기로 ‘加可島’(『승정원일기』 등)라는 기록도 보인다. ‘가거도’라는 지명은 「지도군 읍지」에서 최초로 등장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국제교역선이 지나다니던 길목에 자리해 통일신라시대부터 중국 무역의 중간기항지로 활용되어 왔으며, 전라남도 기념물 제130호 가거도 패총,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2호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 등이 남아 있어 역사·문화자원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가거도 북서쪽에 자리한 섬등반도는 섬 동쪽으로 뻗어 내린 반도형 지형으로서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암봉과 병풍처럼 펼쳐진 해식애(海蝕崖)*가 일대 장관을 이루며, 특히 낙조 경관이 아름다운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자연과 결합한 특별한 유산들

가거도

‘신안 가거도 섬등반도’의 명승 지정은 마지막 ‘끝섬’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는 국토의 동쪽 끝인 독도,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 최남단인 마라도와 함께 우리 국토를 감싸는 ‘끝섬’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독도는 신라 지증왕(500~514년) 이래 내려온 우리 영토로서 역사성과 더불어 자연과학적 학술가치가 매우 큰 섬으로 이미 1982년에 천연기념물 제336호 독도 해조류 번식지로 지정하여 보호해 왔다. 특히 독도는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동해안에서 바다제비·슴새·괭이갈매기의 대집단이 번식하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독도에는 독특한 식물이 자라고, 화산폭발로 형성된 섬으로 지질학적 가치 또한 크고 섬 주변의 바다생물이 다른 지역과 달리 매우 특수하므로 1999년 12월부터는 ‘독도 천연보호구역’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관리하고 있다.

백령도는 섬 북서쪽 포구인 두무진이 ‘옹진 백령도 두무진’이라는 명칭으로 명승 제8호에 지정되었다. 두무진은 “뾰족한 바위가 많아 생긴 모양이 장군머리와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두무진에는 병풍같이 깎아지른 해안절벽 아래 가지각색의 기암괴석이 솟아 있는데, 그중에는 조선 광해군 때 이대기가 『백령지』에서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한 선대바위도 있다.

마라도

한편 옹진 백령도 사곶 사빈(천연비행장)은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는 동서가 짧고 남북이 긴 타원형인데 난대성 해양 동식물이 가장 두드러지고 많은 한국 미기록종과 신종생물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이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 제423호에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섬들에 더해 가거도까지 명승으로 지정되면서, 우리 영해를 지키는 상징적인 4개의 ‘끝섬’이 모두 문화재가 되었다.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보존, 활용하며 우리 국토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해식애(海蝕崖):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에 의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

1200호 35면, 20년 1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