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해로 (Kultursensible Altenhilfe HeRo e.V.)

49: ‘땅에 있는 작은 천국을 향하여

천국과 지옥에도 식사 때가 되면 맛있는 음식이 담긴 큰 그릇이 하늘에서 똑같이 내려온다고 한다. 그런데 천국에 사는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인데, 지옥에 사는 사람은 앙상한 뼈만 남아 있고 늘 다투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왜 그런가 하고 살펴보니, 천국과 지옥의 젓가락은 매우 길었다. 천국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 먹여주면서 식사를 하는데, 지옥은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어떻게든 자기만 먹으려고 하다 보니 먹을 수도 없고 먼저 먹겠다고 서로 싸운다고 한다. 그런 젓가락으로는 절대 자기가 먹을 수는 없고, 내가 남을 먹여주고 나도 남이 먹여줘야만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지어낸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천국과 지옥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준다.

천국 같은 세상은 사랑과 배려와 섬김이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그곳에는 항상 평화와 기쁨이 있다. 그러나 지옥 같은 세상은 욕심과 이기심만 있어서 다툼과 갈등이 있고 미움과 분노만 있을 뿐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만드신 에덴동산은 죽음과 고통, 아픔과 눈물이 없는 완전한 낙원이었다.

그러나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고 범죄하여 낙원을 잃어버렸다. 그 이후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었고, 생로병사의 인생을 힘들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기 때문에 우리가 잃어버린 하나님의 나라를 우리에게 다시 회복시켜 주려고 하셨다.

하나님이 보내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며 살아가도록 기도하라고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은 가장 완전한 기도이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10). 주기도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셨다. 믿는 사람들은 죽어서 천국에 가지만, 이 땅에서도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다. 우리는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답게 살아야 할 특권과 의무가 있다. 그런데 많은 교회와 신자들이 이 땅에서 만들어 가야 하는 천국에는 관심이 없고, 이 땅에서 부자가 되고 건강하게 사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는 사단법인 해로의 지원을 받으며 이번 3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SontagsCafé가 오픈한 지 3주가 지났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에 문을 여는데, 지금까지 매주 12명 내외의 어르신들이 오셔서 5명의 봉사자가 정성껏 준비한 맛있는 식사를 하시고, 식사 후에는 다과를 들면서 친교를 나누고, 이어서 2시부터는 생명의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을 먹는 시간을 갖고 2시 30분경에 모든 순서를 마치고 있다.

SontagsCafé는 이 땅에서 만들어 가는 작은 천국이 되기를 꿈꾸며 시작하였다. “서로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섬김과 배려가 있는 공동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오시는 분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따뜻하게 환대하고 위로하고 섬기는 모임이 되려고 한다. 특별히 어렵던 시절에 독일 땅에 와서 많은 고생을 하신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의 노고와 헌신에 대한 감사로 시작하였기에 어르신들은 누구나 오셔도 환영하고 있다.

SontagsCafé카페는 무료로 운영되지만, 맛과 영양이 최고인 점심이 풍성하게 제공된다. 지금까지 대접한 메뉴는 잡채밥, 비빔밥, 카레밥이 제공되었고, 이번 주에는 평양식 닭온반이 준비되고 있다. 첫 주에 오셨다가 둘째 주에는 못 오신 K 이모님은 첫 주에 드셨던 잡채밥이 너무 맛이 있어서, 이번 주 SontagsCafé의 식사 시간에 나오는 비빔밥은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셨다고 한다.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서 형제자매와 같이 정겨운 이야기도 나누면서 드시는 즐거운 식사이니 어찌 맛있지 않겠는가! 식후에는 차와 Kuchen을 드리고 과일로 개운하게 입가심을 하니 완벽한 식사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해로의 봉지은 대표를 비롯한 젊은 봉사자들이 자원하여 기쁨으로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어서 분위기도 포근하고 따뜻하기까지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SontagsCafé가 사랑으로 섬기는 작은 천국이 되려고 하니까, 참석하는 분들의 마음에 저절로 감사가 넘쳐난다. SontagsCafé에 오시는 몇몇 분이 감사한 마음으로 자원하여 헌금을 하셔서, 이 귀한 헌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기도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위해 후원하기로 하였다.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은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으신 적이 있었고, 피난민이 되기도 하였으며, 여러 나라의 원조를 받은 경험이 있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일 같지 않게 생각하셨다. SontagsCafé가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려움을 당한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에게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이들을 돕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셨다. 참석한 모든 분이 그동안 모인 헌금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는 것에 기뻐하며 박수로 동의해 주셨다.

SontagsCafé는 우리 어르신들을 더 잘 섬기려는 마음을 품고, 어르신들이 함께 식사도 하고 친교도 나누는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꿈꾸며 기도해온 결과로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늙어서는 밥심으로 산다고 하는데,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경우 매일의 식사를 대충 때우시는 분들이 많다.

SontagsCafé는 이런 섬김이 일요일에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장소만 마련된다면, 주중에도 한국의 경로당과 같은 사랑의 쉼터를 열어서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와 함께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운영하려는 더욱 큰 꿈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 더 나은 섬김을 위해 좋은 장소를 주시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주 믿는 형제들 사랑의 사귐은 천국의 교제 같으니 참 좋은 친교라”(찬송가 221장)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260호 16면, 2022년 3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