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해로

68회: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새해에 독자 여러분 모두의 가정과 일터에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새해는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이다. 물론 음력설이 되어야 띠가 바뀌지만, 일찌감치 새해의 동물을 불러내 덕담을 한다.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검은 토끼는 건강함을 상징한다. 봄비를 맞으며 파릇하게 자라는 묘목과 같이 싱그럽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내며 복된 열매가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토끼는 거북이와의 경주에 대한 이솝이야기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동물이다. 토끼는 지능도 높고 순하지만, 겁이 많다. 그래서 친해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토끼는 호기심이 많아서 거북이와의 경주 도중에 낮잠도 자는 엉뚱한 행동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새해를 맞으며 많은 기대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는데, 지나친 의욕으로 너무 달리다가 토끼와 같이 중간에 멈추어 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나라는 110여년 전에 일본에 전쟁도 못 해보고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빼앗겼다. 그 뒤로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으면서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세계에서 꼴찌였던 나라가 지금은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선진국이 되었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난을 많이 겪은 나라지만, 위기가 오면 단결하는 국민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일본에게 지배를 받았지만, 3.1운동의 “독립선언문”을 통해 정신적으로 일본을 훨씬 뛰어넘었던 선배들의 놀라운 애국정신이 있었다.

한국전쟁 후유증으로 매우 가난하고 혼탁한 때에,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새마을 운동” 정신이 있었기에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다시 일어서는 힘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다른 나라 근로자들이 포기하고 돌아간 독일의 탄광에서 뜨거운 지열을 견뎌내며 땀 흘려 일한 광산근로자들과, 몸집이 큰 독일 환자들을 작은 몸으로 허리 아픈 것도 참으며 돌보았던 간호요원들의 강인한 정신력이 있었기에 오늘과 같이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도무지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경제 대국 일본을 이제 우리가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발표되는 많은 경제적 지표가 이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것이 가능하도록 우리 국민들이 할 일은, 편 가르기와 진영논리의 우물에서 벗어나 더 높은 위치에서 더 멀리 바라보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가지고 하나가 되어 앞으로 나가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단법인 해로의 시작은 참으로 미약하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환자들을 꼬드겨 유산을 빼앗으려 한다는 험한 이야기에서부터 여러 가지 오해의 말들로 봉사활동이 속도를 내기 어려운 때도 있었다.

하지만 묵묵히 한 방향만 바라보고 왔기에, 지금은 그런 오해의 말들을 하셨던 분들도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고 오히려 돕는 분들이 되고 있다. 해로가 최근 어르신들을 섬기면서 많이 발전하였지만, 아직은 우리 어르신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는 정도로 봉사자나 재정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비록 규모가 작고 일손이 모자라 어렵지만, 누구에게도 비난받지 않을 정도로 가장 투명하고 모범적인 봉사단체임을 자부하고 있다.

괴테가 말했듯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속도는 더뎌도 방향이 옳으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줄 믿는다.

우리 어르신들이 독일에 오래 사셨어도 독일 의료체계 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왜냐하면 젊은 날에 익숙하고 유창했던 독일어는 어눌해졌고, 독일인들도 어려워하는 각종 사회복지 혜택과 서류 절차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해로에서는 동포 1세대 어르신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장기요양등급(Pflegegrad)과 장애등급 신청을 돕고, 건강관리와 돌봄(Pflege)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도 드리며, 더불어 전화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해로의 활동을 모르는 분들이 아주 많이 계신다.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더 나은 모습으로 살 수 있음에도, 몰라서 도움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해로의 활동들을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교포신문에서 지면을 할애해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알리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새해를 맞이하며 해로에서는 새로운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섬기려는 많은 계획들을 구상하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작년보다 더 많이 해로의 봉사활동을 강화하고 홍보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새해를 맞아 해로의 활동들을 알리고 필요한 정보도 드리기 위해 세 번째 소식지를 발간하였다. 해로와 같이 작은 단체에서 소식지를 발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서, 현재는 분기 1회 정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주 발행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매월 발행하며 더 많은 정보와 소식들을 배달하며 소통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해로 소식지는 일차적으로 해로의 회원들에게만 발송해드리고 있다. 소식지를 정기적으로 받아 보기를 원하는 분들은 해로에 연락을 주시기 바란다.

“새해에도 해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찾아가 사랑으로 섬기겠습니다.

해로가 다음 세대들과 함께 어르신들을 섬기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자여, 그대의 영혼이 건강한 것처럼 그대의 모든 일이 잘 되고 몸도 건강하기를 기도합니다.”
(요한삼서 1:2)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298호 16면, 2023년 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