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민 아동을 소개 합니다

Peter의 가족은 며칠 째 소낙비처럼 퍼 부어대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수 십년 동안 모든 생활의 기반이 담겨 있는 키이우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앞집도, 옆집도 모두 폭격에 맞아 난장판이 되어버린 그 한가운데에, Peter의 집만이 거짓말처럼 성성한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제밤 부터 다시 쏟아 붓는 미사일 공격에 언제 가족의 생명이 날아가 버릴지 알 수 없습니다. 방공호 속에 있다고는 하지만, 폭격으로 방공호 위로 건물의 잔해가 무너져 내린다면, 꼭, 빠져 나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잠간씩 밖의 동정을 살피러 올라가 보던 중, 2시간 전부터 자신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낮선 빨간색의 승용차 한대가 서 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면서 자꾸만 그 자동차에 눈길이 멈추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이웃이 다 피난을 떠나버리고 자신의 가족만 덩그렇게 남은 상태에서, 언제 러시아 군이 탱크를 몰고 들이 닦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감에 한시도 지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시동도 제대로 걸리지 않는 고물차 한대 밖에 없을 뿐 아니라, 그것마저, 휘발유가 동이 난 채 서 있은 지 오래 입니다. 한참이 지난 후 Peter는 다시 바깥의 동정을 살피러 방공호를 빠져 나갔습니다. 아직도 멀지 않은 곳에 빨강 자동차는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Peter는 자신도 모르게 그 빨간 자동차 쪽으로 최대한 몸을 낮추어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 자동차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열쇠가 그대로 꽃혀 있었고, 웬일인지, 기름도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대기 중인 차량처럼 말입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가족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차를 훔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것 저것 짐을 챙기면서 2시간을 더 지체했지만, 빨간 차는 요지부동 그림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Peter의 가족은 훔친 빨간 색 자동차를 타고, 키이우에서 남서쪽으로 200Km 떨어진 빈니차를 향하여 차를 몰았습니다. 가까운 친척이 그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 입니다. 무사히 키이우를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Peter는 차를 몰고 가는 내내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가 차를 훔친 탓에 누군가 키이우를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여기저기를 뒤져 보다가 조수석 앞 글로브박스에서 차주의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를 찾아 낼 수 있었습니다. 신호가 가자마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미안 합니다. 내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당신 차를 훔쳤어요. Peter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차를 훔쳤음을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그러자 차 주인으로 보이는 상대방은 뜻밖에도, <예수님, 제 기도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게는 자동차가 4대가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그 중 한 대인 지프차로 이미 탈출 했습니다.> 라고 먼저 안심 시킨 후, <너머지 3대의 자동차는 기름을 채우고, 열쇠를 꽂은 채로 각각 다른 장소에 세워 두었습니다. 글로브박스에는 내 전화번호를 남겼고요. 나머지 3대의 차량들에서도 모두 연락이 왔어요. 곧, 평화가 올거에요. 몸조심 하세요.>

차 주인은 누구인가 차를 훔쳐가 주기를 예수님께 간절히 기도 드렸던 것입니다. 차를 훔쳐 전쟁터를 탈출해서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남아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바랬던 것입니다.

이 사연은 우크라이나의 전직 외교관인 올랙산드로 셰르바씨가 지난 5월2일 빨간 차량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세상에 알려 졌습니다. 차를 훔친 사람이 누구인지, 차량 주인은 또 누구인지 , 그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는지, 아무것도 확인 되지는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끔찍한 학살과 죽음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름모를 우크라이나 차 주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희망을 품게 합니다.

인간은 어리 석어서 21세기에도 죽고 죽이는 전쟁을 계속 하지만, 그런 절망 속에서도 세상에는 누구라도 사람이라면 반드시 살아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작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한 사람, 한 가족의 생명이라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지옥 같은 도시 곳곳에 기름을 가득 채운 자동차들을 세워둔 그 우크라이나 시민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인류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Peter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대로 행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 드립니다.

오늘 소개 드리는 이호민 아동은, 경상남도에 소재한 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 <학대>로 시설에 입소하였으며, 경직된 오습에 왜소한 체격으로 말수도 적었었지만, 점차 속소 내 다른 형들과 어울리면서, 친분을 쌓아가고 유대 관계가 형성이 되어, 현재의 시설에서 안정적 상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른 아동들과 대화 및 교류가 이루어 져, 잘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호민 아동은 2022년도 현재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아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습 서비스를 통하여, 부족했던 기초학습을 많이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생활 중 아동은, 수학과목에 우수한 성적을 보이며, 장난 끼가 다소 많지만, 학교생활에 성실하고 교우 관계도 좋은 편입니다. 아동은 아직 어려서 자신의 장래 꿈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축구 선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 생활도 무난하고, 또 시설 내에서도 별 탈없이 원만하게 적응하고 있어, 이대로만 잘 양육 된다면, 장래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 합니다.

교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는 호민 아동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교민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 해 철 선교사 드림.

1272호 34면, 2022년 6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