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해로 – 116회: “절망의 바람에 희망의 연을 날리자”

Bayer의 Aspirin(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원료로 하여 개발되었다고 한다. Bayer에서 아스피린의 원료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의 버드나무를 조사했는데 한국의 버드나무가 약효가 가장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묘목을 가져다가 독일 땅에서 키워 나중에 약효를 검사했더니 한국에서 자란 나무에 비해 약효가 훨씬 떨어져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한국 토양과 기후에서 자란 버드나무라야 제대로 약효가 나오는 것을 깨닫고 한국산 버드나무 잎을 수입하여 아스피린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독일에서 자라는 쑥에는 쑥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배와 사과를 비롯한 각종 과일과 농산물도 우리나라의 것이 단연코 맛이 좋다. 한국은 선택받은(chosen) 특별한 나라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정점으로 K-Culture의 우수성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 문화의 발전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전한 원동력은 한글 덕분에 가능했다고 한다.

한글은 창제의 독창성과 과학적인 면도 물론 뛰어나지만,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언어라고 평가받는다. 한글은 글자를 쉽게 조합하거나 축약할 수도 있고, 어떤 글자든지 똑같은 음으로 읽고 빠르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전달의 정확성에 있어서 아주 우수하다. 게다가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입력하는 속도가 다른 언어에 비해 무려 7배나 빠르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한글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치른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선진 국가로 발전하고, 외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우수한 두뇌와 엄청난 교육열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근면 성실한 DNA가 오늘날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부족해도 그것을 최대로 활용하여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마침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지 않았는가? 우리에게는 ‘할 수 있다!’ 정신(Can Do Spirit)이 우리에게 있기에,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

최근 갑작스런 비상계엄과 탄핵의 폭풍우를 만나 대한민국 전체가 힘든 항해를 하고 있다. 정치의 불안정에서 비롯된 안팎의 거센 풍파 가운데서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이 가중되고 있다. 잘 나가던 방위산업 분야도 국내 정세 혼란의 거센 파도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과거에서 교훈을 얻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IMF 위기 때도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금 모으기 운동’까지 하며 잘 극복했다. 우리 민족은 위기를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절망의 바람도 잘 활용하면 오히려 희망의 연을 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지금의 어려움 때문에 낙망하지 말고, 오히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옛 것에서 지혜를 얻는 문화산책

해로에서는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를 열기 위해 장소를 계약하였지만, 준비가 자꾸 늦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늘어가는 치매 환자와 돌봄이 필요한 요양보호 환자들을 섬기기 위해 빨리 준비하려고 했지만, 집이 비워지지 않아서 리모델링 공사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집을 비워주지 못하는 집주인 어르신들의 미안한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조만간 비워질 것이기에 긴 호흡으로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이 우리의 시간표가 아닌 하나님의 시간표대로 된다는 것을 믿기에 때문이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가장 좋은 때, 가장 좋은 것으로 주실 줄 믿는다. 기다리는 시간이 조급하다고 우리의 해야 할 일을 쉴 수는 없다. 그리 오래되지 않을 기다림의 시간 동안, 환자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인 “HeRo Haus”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는 인력과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다른 주간보호센터도 방문하여 다양한 정보도 얻고 더 잘 섬길 수 있는 다양한 공부도 하려고 한다.

또한 일차적으로 장소가 확보되면, 어르신들이 오셔서 편하게 쉬고 안전하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리모델링을 하려고 한다. 각종 가구와 집기에서부터 바닥과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이용하시는 환자분들이 불편함이 없게 준비하려고 한다.

나아가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을 섬기는데 힘들지 않도록 봉사자의 동선을 고려하여 주방과 가구도 새롭게 준비하려고 한다. 조금 늦어지는 것이 오히려 어르신들을 위해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까지 우리 해로가 하는 일이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인력도 재정도 부족한 가운데서, 맨몸으로 뛰면서 최선을 다해서 달려왔다. 앞으로 쉼터를 준비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정도 넉넉하지 않아 계속 도움의 손길을 기도하고 있다. 해로의 섬김을 어렵게 하는 절망의 바람이 불어온다고 해도 전진할 것이다,

우리는 2025년 한 해 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만나도 그것을 오히려 더 나은 섬김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해로는 절망의 바람에 희망의 연을 띄우며 새롭게 도전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이사야 40:31)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94호 18면, 2025년 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