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을 넘게 살았다고 하면, 장수했다고 말합니다. 저는 80년을 살았으니 앞으로 20년만 채우면 백살이 됩니다. 20년은 눈 깜빡 할 순간에 지나가 버리는 것이 요즈음의 세월입니다.
얼마 전 어느 지인이 저를 방문해서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목사님은 80년을 살아오시면서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었지만, 오늘 교포신문의 지면을 통해 제 나름대로의 답을 드릴까 합니다.
먼저 어느 젊은이가 겪은 실화 한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올해 29살 된 최호섭이라는 총각입니다. 그날도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그만 시속 80Km로 달리는 차와 부딪쳐 중상을 입었습니다. 나는 응급실에 실려 갔고, 기적적으로 생명만은 건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의식이 돌아왔으나 나는 깊은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양쪽 눈의 시력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소경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면서 난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아홉살 밖에 되지 않는 어린 여자 아이와 한 방을 쓰게 된 것입니다.
<아저씨, 아저씨는 여기 왜 왔어?> <야, 꼬마야, 아저씨 귀찮으니까 저리 가서 놀아> <아저씨 왜 그랗게 눈에 붕대를 감고 있어? 꼭, 미이라 같다.> <야! 이 꼬마야 정말 너 저리가서 안 놀래.> 그 꼬마와 나는 같은 301호실을 쓰고 있는 병실 환자 였습니다.
< 아저씨 나는 정혜야, 오 정혜! 친구가 없어서 심심 했는데 아저씨가 온거라고.> 그 말을 하고 꼬마는 토라진 듯이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아저씨…그런데 아저씬 왜 그렇게 한숨만 푹 푹 쉬어….> <정혜라고 했지. 정혜야, 너도 하루아침에 세상이 캄캄해 졌다고 생각해 보아라. 너는 세상을 볼 수 있지만, 아저씨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항상 캄캄한 어둠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한숨을 내 쉬는 거란다.> 나는 마음을 다소 진정하고 처음으로 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는 꼬마에게 나의 심정을 들려 주었습니다.
<넌 무슨병 때문에 여기 있는건데?>, <음….그건 비밀…., 나도 잘 몰라.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한 달 뒤면 더 이상 병원에 올 필요가 없데. 한 달 뒤면 나를 보고 싶어도 못 보니까 한숨만 쉬지 말고 나랑 놀아줘. 응…..아저씨….>
나는 정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꼬마 소녀 정혜와 이야기를 하고난 후면, 알 수없는 평안 같은 것이 찾아 왔습니다. 점점 꼬마 정혜와 나는 병원에서 소문난 커플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정혜는 저녁마다 나의 눈이 되어 함께 산책을 했고, 아홉 살 꼬마 아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어휘를 사용해서 주변 풍경들을 설명 해 주었습니다.
<근데 정혜는 꿈이 뭐야?>, <음…. .나 아저씨랑 결혼하는 거….>, <에이….정혜는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 아저씨가 그렇게 잘 생겼어?>, <아니….디게 못 생겼어…… 꼭, 괴물 같애….히히히>.
그러나 정혜와의 헤어짐은 의외로 빨리 찾아 왔습니다. 그로부터 2주 후 나는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정혜는 울면서 <아저씨, 나 퇴원할 때 되면 꼭 와야 돼 알았지? 자….악속>. 우리는 새끼 손각락을 걸면서 약속을 하며 헤어졌습니다.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난 후, 나의 헨드폰이 울렸습니다. <최호섭씨?>, <예, 제가 최호섭입니다.> <축하 합니다. 정말, 축하 합니다. 안구 기증이 들어 왔어요!>, 진짜에요? 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 정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나는 이식수술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꿈에도 그리던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너무도 감사한 나머지 병원 측에 감사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기증자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그러던 중, 나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증자는 다름 아닌 꼬마 정혜였습니다.
그녀는 백혈병 말기암 환자였고, 내가 퇴원하고 일주일 뒤가 정혜의 수술 날 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수소문해서 정혜의 부모님을 찾아 갔습니다. <우리 정혜가 많이 좋아 했어요. 정혜가 수술하는 날 많이 찾았는데…..>정혜의 어머니는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우리 정혜가 저 세상에 가면 자기 눈을 꼭, 아저씨에게 주고 싶다고…..> <그리고 이 편지 꼭 아저씨에게 전해 달라고……>
아홉살짜리 꼬마 아니, 아홉살짜리 천사가 또박 또박 적은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아저씨, 나 정혜야, 나 곧 수술실에 들어간다. 옛날에 옆 침대 언니도 거기에서 하늘나라로 갔는데 정혜도 어떻게 될는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저씨 내가 만일 하는 나라에 가게 되면 나 아저씨 눈 할께. 그래서 영원히 아저씨랑 같이 살께. 아저씨랑 지금 결혼은 못하니까. 나의 눈에는 두 줄기의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윗글은 실화 입니다.>
정혜는 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하늘로 떠났지만, 그가 이 세상에 남긴 감동의 파장은 큰 파도가 되어 온 세상을 출렁이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인이 저에게 질문했었던 대답으로 <삶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이며, 그 사랑의 감동을 서로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사랑을 우리 인간에게 몸소 실천하며 가르쳐 주신분이 바로 당신을 구원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 이십니다. 그분은 2천 여년 전에 당신을 영원히 살려 주시기 위해서 안구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 전체를 당신에게 주셨습니다. 당신은 바로 그 성령 하나님의 사랑의 감동을 당신의 삶 속에 받아 들여야 합니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현실 속에서, 소박하고, 겸손하게 내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삶, 이것이 창조주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삶입니다. 존경하는 교민 여러분, 서로 사랑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삶의 기적 입니다. 그 기적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바로 오늘도 살아계신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강태원 아동은 제주시에 위치한 아동 양육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태원 아동은 자기를 낳아준 친모와 동거하는 남자에게 지속적인 정서학대, 신체학대를 당하였습니다. 아동의 친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는 상황으로 동거남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태원 아동은 2024년 현재 중학교 3학년 입니다. 아동의 취미는 레고 불록놀이, 헨드폰게임, 축구, 스케이트 타기 등이며, 다양한 신체 활동을 좋아하는 아동입니다. 성격이 온순하여 동생들을 예뻐하고 잘 돌보아 주는 착한 심성을 가진 아동입니다. 아동의 장래 희망은 엄마의 남자 친구 없이 엄마와 함께 사는 것입니다.
태원 아동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교민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을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 해 철 선교사 드림.
1378호 34면, 2024년 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