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생활지원단에서는 사단법인 ‘해로’와 함께 동포 1세대에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강, 수발(Pflege)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더불어 전화 상담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노령기에 필요한 요양등급, 장애 등급 신청, 사전의료 의향서(Patientenverfügung), 예방적대리권(Vorsorgevollmacht)작성 등 보다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요양등급 평가는 ‘시험’이 아니라 ‘사회복지 제도와의 연결’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요양등급(Pflegegrad) 평가의 핵심이 “얼마나 아픈가”가 아니라 “얼마나 스스로 할 수 있는가(자립도)”라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점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평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까지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요양등급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여섯 가지 영역과 가중치
독일의 요양등급 평가는 Neues Begutachtungsassessment(NBA)라는 기준에 따라 일상생활 능력을 여섯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평가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영역들이 동일한 비중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동 능력은 10%, 인지 및 의사소통 능력 또는 행동 문제는 약 15%, 자기 관리 능력은 40%, 질병 치료 관리 능력은 20%, 일상생활 조직 능력은 15%의 비율로 반영됩니다. 이 가운데 식사, 세면, 옷 입기와 같은 자기 관리 능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핵심은 질병의 정도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가에 있습니다.
점수로 나뉘는 요양등급
평가 결과는 점수로 환산되어 요양등급이 결정됩니다.
12.5점 이상은 Pflegegrad 1, 27점 이상은 Pflegegrad 2, 47.5점 이상은 Pflegegrad 3, 70점 이상은 Pflegegrad 4, 90점 이상은 Pflegegrad 5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금 부족하다’는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기준 점수를 넘느냐 여부가 결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몇 점 차이로 등급이 결정되거나 탈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평가가 실제보다 낮게 나오는 이유
많은 어르신들이 평가 결과에 실망하는 이유는 건강 상태 자체보다는 표현 방식에 있습니다. 특히 한국 어르신들의 경우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와 스스로 해결하려는 생활 습관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태도는 일상에서는 미덕이지만 평가 상황에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혼자 한다’고 답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경우, 또는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답변은 평가자에게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주어 점수가 낮게 산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평가 기준의 핵심은 ‘부분적 도움’
요양등급 평가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은 ‘완전히 할 수 없어야만 인정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실제 평가 기준은 다릅니다.
일부 도움이 필요한 경우, 지시나 감독이 필요한 경우, 기억하지 못해 반복적인 안내가 필요한 경우에도 점수는 발생합니다. 즉, 완전한 의존 상태가 아니라 ‘부분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 역시 충분히 평가 대상이 됩니다.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요양등급을 받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평가 준비의 핵심 원칙
요양등급 평가 시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평가 당일의 상태가 아니라 평소 생활을 기준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긴장으로 인해 평소보다 상태가 좋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제 생활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둘째, 도움을 받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막연한 표현보다는 실제 상황과 위험 요소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시간과 부담을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할 수 있다’는 표현보다 얼마나 오래 걸리고 얼마나 어려운지를 함께 전달해야 평가에 반영됩니다. 넷째, 밤 시간의 상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야간 배뇨, 불안으로 인한 각성, 확인이 필요한 상황 등은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자주 누락됩니다. 다섯째, 가능하다면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인지 저하나 치매가 있는 경우 객관적인 설명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요양등급이 나오지 않거나 기대보다 낮은 등급이 나온 경우에는 일정 기간 내에 이의신청(Widerspruch)을 통해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실제 생활 상황을 보다 정확히 정리하고, 평가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며, 필요시 의료 자료를 추가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요양등급 평가는 ‘지원의 시작’
요양등급 평가는 필요한 지원을 연결받기 위한 과정입니다. 독일의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가능한 한 오래 자택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제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생활 상황이 정확하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평가 과정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축소하거나 감추는 것은 결과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많은 어르신들이 여전히 ‘아직 괜찮다’는 생각으로 도움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도움을 받는 것은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선택입니다.
요양등급 평가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과정이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통해 자신의 삶을 지켜가는 과정입니다. 현재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장기요양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1452호 24면, 2026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