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영화로, 지친 삶에 힐링을 주는 명작이다. 이 영화에서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강물과 젊은 시절의 브래드 피트도 볼 수 있다. 아카데미상(촬영상)을 받은 작품답게, 아름다운 대자연의 영상은 물론, 잔잔하지만 마음을 만지는 깊이 있는 대사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좋은 영화다.
가족을 잃은 처절한 슬픔 속에서도 그 모든 감정들을 흐르는 강물에 흘려보내며 또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소중한 가족의 가치를 가슴 뭉클하게 느끼게 한다.
“완전히 (completely)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라는 자식을 앞세운 영화 속 아버지의 말은 부모의 사랑을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기에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곤경에 처한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모를 수도 있고, 그들도 우리의 도움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사랑할 수 있다.
사랑과 이별과 죽음과 같이 인생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흐르는 강물처럼 계속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을 가장 의미 있게 살아가는 방법은 윤동주 시인의 말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리라. 우리의 삶은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너무 짧다.
올해는 <사단법인 해로>가 설립된 지 1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해로’보다 앞서 봉사하던 단체가 파산하여 그동안 하던 봉사의 일을 중단하게 된 상황에서, 세 명의 여성 봉사자가 그동안 돌보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사랑의 마음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시작한 작은 봉사가 벌써 10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어서 작은 카페에서 만나 창립 모임을 시작하였고 법인 등록지도 봉지은 대표의 집으로 하였다. 그러다 ‘기빙트리’라는 선교단체 사무실에 있는 독일 목사님 책상을 일주일에 몇 시간씩 빌려 어르신들을 상담하기 시작하였는데, 봉사가 많아지게 되자 독일 목사님이 그 자리를 해로에게 선뜻 양보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셔서 해로의 봉사는 ‘기빙트리’를 중심으로 올해 초까지 진행되었다.
기빙트리(Givingtree)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의미의 선교단체 연합회인데, 여러 선교단체가 공동으로 사용하기에 해로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처음에는 사전 예약한 어르신들의 상담과 노래 교실만 사용하여 다른 단체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무작정 방문하는 일이 많아져서 마치 전체 사무실이 해로의 것처럼 되어 다른 선교단체들이 불편을 겪기도 하였다.

해로의 봉사가 점점 활발해짐에 따라 사용 시간은 계속 늘어갔다. 일요일마다 존탁스카페가 사용하게 되었고,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노래 교실과 기타 교실이 정기적으로 사용하였다. 기빙 트리의 작은 공간은 해로를 찾아오시는 어르신들과 봉사자로 항상 북적여서 함께 사용하는 다른 단체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이제 새로운 장소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판단되어 오랫동안 기도해오고 있던 쉼터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해로가 설립된 지 10년 만에 올해 4월에 <해로하우스>라는 쉼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해로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 봉지은 대표를 중심으로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해로는 단체의 성장이나 봉사자들의 유익보다 어렵고 힘든 어르신들을 돕는 일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달려왔다.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열악한 봉사 환경에서도 처음 가졌던 마음이 변치 않고 지속적인 봉사를 해온 결과,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단체가 되었다.
그 결실로 <사단법인 해로>는 지난 10월 2일 제19회 세계한인의 날에 재외동포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 10년 동안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온 회원, 후원자, 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이룬 소중한 열매라 믿는다.
해로가 섬기는 환자가 100명이 넘지만, 봉사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상근봉사자들의 처우 문제 등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하지만 이런 환경 가운데서도 묵묵히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많은 분이 함께 섬기고 있기에 해로는 오늘도 봉사의 에너지가 넘치고 희망이 가득하다.
해로에서는 존탁스카페는 이번 주일에 추석을 하루 앞두고 추수감사주일 지키며, 풍성한 명절 음식으로 어르신들과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고, 화요일 인지능력 향상반에서도 송편도 직접 만들고 명절 음식으로 맛있는 식사도 했다. 또한 추석날에는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 가정을 찾아 명절 음식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해 드렸다.
도시락 봉사는 시니어 서포터즈 봉사자들이 모여서 추석 송편은 물론, 따뜻한 밥과 국, 불고기와 잡채, 여러 가지 전과 나물 등으로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도시락을 정성껏 만들었다. 작은 도시락이지만, 받으시는 분들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고마움과 따스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힘겨운 병상에서 한식이 그리운 분들과 외로운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었기를 바란다.
해로의 섬김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예수님의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어려운 분들을 찾아가 섬기는 해로가 되기를 다짐한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이라.”(요한1서 4:10)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30호 16면, 2025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