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귀띔, 천 년을 가라 한들 멀다 했으랴 (20)

Dipl.-Ing. WONKYO INSTITUTE

1991년 9월, 약 45세로 추정되는 남자 빙하 미라(Gletschermumie) 가 이탈리아 지역 알프스의 욋쯔탈(Ötztal) 또는 티젠욕호 (Tisenjoch) 빙하 미라가 발견되기까지 약 52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대한민국의 고조선이 BC 2333년에 건국된 것으로 보고 있으니 그는 신석기시대의 모계사회가 지배하고 있던 시기에 살았던 사람이다.

정확하게는 빙하 미라가 발견된 곳이 이태리와 불란서 두 나라 국경 사이에 있는 풑타 디 피날레 (Punta di Finale) 라는 해발 3210 메타의 고산지대였다. 빙하 미라가 발견된 장소가 이탈리아와 불란서 국경의 애매한 지역이다 보니 두 나라는 서로 자기 나라에서 발견된 미라이니 우리가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에 한동안 국경 측정을 다시 하는 소동을 벌여야 했었고 그 결과 이탈리아 땅으로 판정되었다.

티젠욕호 (Tiesenjoch) 에서 발견된 이 빙하 미라는 유럽 신석기시대 농경민 초기 때 살았던 사람으로 세계에서 발견된 미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무엇을 하려고 그곳에 갔는지,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왜 그곳에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등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빙하 미라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하나하나씩 그 비밀스러운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독일 멧트만 (Mettmann) 인근의 네안델탈(Neandeltal) 에서 약 4만 년전에 살았던 인류 원류인을 네안델탈인이라고 부르듯이 욋쯔탈에서 발견된 빙하 미라를 욋쯔탈인이라고 부른다.

필자가 한국과 한창 무역사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을 때 손님으로 오신 사장님을 세계에서 원류인이 발견된 곳이 4곳밖에 없기도 하고 또 필자가 사는 곳과 인근이기도 해서 원류인 발견된 이곳 네안델탈 박물관으로 안내했었다.

박물관 입구에는 실물 크기의 원류인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하필이면 한국에서 오신 손님과 얼굴이 매우 흡사했다.

“여기 이 동상을 치우고 사장님이 서 계신다면 살아 있는 원류인을 보는 것 같아서 네안델탈 박물관 광고가 더 잘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빙하 미라 욋쯔탈인이 발견된 이후 10년이 지난 2001년부터 빙하미라 시신에 대한 부검이 시작되었다. 이때 X-Ray 검사에서 발견된 오른쪽 어께에 화살촉에 부상을 입은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누군가와 싸우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했거나 아니면 도망치던 과정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12년에는 빙하 미라의 전체 유전자 해독과 생물학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빙하 미라는 갈색 눈에 갈색 머리와 혈액형이 0 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빙하미라는 지중해의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과 불란서 콜시카 섬에 살고 있는 일부 지역 주민과 게오게니아와 러시아 일부 지역주민들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키는 150cm이며 사망 당시의 나이는 40세 후반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의 사체와 함께 발견된 소지품에는 침과 약재버섯, 화살, 도끼, 부싯돌 등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 당시 부족장이었거나 의사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욋찌(Ötzi) 또는 티젠욕호 (Tisenjoch) 사람이라고 불리는 빙하 미라는 1991년 우연하게 발견되었다. “욋찌” 라고도 하고 “티젠욕호” 사람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그가 그 티젠욕호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며 시신이 어느 나라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독일인 부부 헬뭇(Helmut) 과 에리카 시몬(Erika Simon) 은 유난히도 따스하던 가을날에 욋찌탈을 산책을 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이 길 저 길로 한참을 오르내리던 끝에 겨우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아 낸 후 길을 따라 내려가던 도중에 절반 정도 얼음이 녹아 있는 곳에서 사람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은 시신이 발견된 장소만 확인하고 마을로 내려간 즉시 경찰에 신고부터 했다.

조사과정에서 빙하미라가 상당히 오랫동안 빙하 속에 묻혀 있었던 시신으로 밝혀졌으나 선사시대(Prehistory, 기원전 600만-700만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먼저 밝혀졌다.

세계적으로 오래된 미라 무덤이 많은 나라가 이집트이다.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된 미이라중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는 사카라(Saqqara) 지역에서 발굴된 4300년전의 헤카세페스(Hecasepes) 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4300년전에 만들어진 미라는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되었고, 이탈리아의 욋쯔탈에서 발견된 5200년전의 미라는 산책객에 의해 발견되었다. 욋쯔탈에서 발견된 미라가 이집트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미라보다 1200년이나 더 이전에 살았던 사람이다.

전자는 방부제 처리후 금박으로 싸여 있어서 온전하게 발굴할 수 있었고, 후자는 만년설 속에 냉동된 상태로 있었기에 완전한 상태로 발견될 수 있었다.

알프스의 빙하는 지구의 온난화로 계속해서 녹아 내리고 있다. 1980년대에만 해도 하얗게 덮혀 있던 빙하가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이 있다.

이렇게 빙하가 녹아내리게 된다면 언제 또다시 빙하 미라가 발견될 지 모를 일이다.

빙하 미라를 처음 발견한 독일 부부는 이탈리아 볼짜노시에 최초의 발견자로서 욋쯔의 가치 중 1/4에 해당하는 금액 (Finderlohn) 을 지불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보쩬(Bozen) 주에서 협상없이 175.000 유로를 지불해 주었다.

욋찌 빙하 미라는 현재 이탈리아 볼짜노(Bolzano)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 보존되어 있다.

1432호 22면, 2025년 10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