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한인회, 한국가곡의 선율로 2025년 감동의 송년회를 채우다.

ㅡ 이국땅에서의 정서교감

뮌헨. 12월 3일, 뮌헨 시내에 위치한 MOVIMENTO MÜNCHEN 이벤트홀에서 뮌헨한인회(회장 김정수)가 처음으로 주최한 송년회 ‘한국가곡의 밤’ 행사가 열렸다.

평일에 진행된 행사였기에 아쉽게도 50여 명 남짓의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음악가들의 퍼포먼스와 관객들의 호응은 500여 명이 모인 어느 콘서트 분위기 못지않게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행사는 한인회 김정수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함께 차분히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통해 들려오는 한국 가곡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기를 당부했다.

실질적인 프로그램 기획은 올해 1월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음악회를 진두지휘했던 여명진 한인회 문화부장님이 맡았고, 당시 함께 참여했던 몇몇 성악가들도 이번 행사에 다시 참여해 주었다.

불려진 가곡들은 ‘연’, ‘꽃’, ‘삶’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테마에서는 남촌, 내 마음 깊은 곳에, 향수 등, ‘꽃’ 테마에서는 꽃구름 속에, 나 하나 꽃피어 등이 노래되었으며, 마지막 ‘삶’ 테마에서는 청산에 살으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귀에 익은 가곡들이 공연되었다. 그 가사와 곡조는 이민자들의 향수를 달래기에 충분했다.

정성껏 인쇄된 가사를 넘기며 더 깊은 공감과 흥얼거림이 새어 나오기도 했고,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가사에는 독일어 번역도 함께 적혀 있어 몇몇 독일 관객들은 그 분위기에 좀 더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노래 한 곡 한 곡에 반주자와 성악가들은 온 마음을 다해 임했고,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는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박수는 끊이지 않았고, 성악가들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앵콜곡으로 ‘고향의 봄’을 들려주었다.

성악가, 반주자, 관객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원곡과 경쾌하게 편곡된 버전으로 이어지는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노래가 완전히 끝났을 때는 독일 관객을 포함한 몇몇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환호했고, 회장님의 인삿말대로 한국 가곡의 매력에 흠뻑 빠져 단지 한 해뿐 아니라 이민 땅에서의 각자의 세월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여겨졌다. 정말 가슴 뭉클하고 의미 있는 송년회 밤이었고, 가곡의 밤이었으며, 독일 땅에서의 특별한 밤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한인회 임원이자 뮌헨의 유일한 한인마트 대표이신 유부숙 사장님이 정성껏 기부한 떡과 다과, 음료를 나누며 서로 연말 인사와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따뜻한 시간이 이어졌다.

공연을 지휘한 여 감독님은 ‘고향의 봄’을 부를 때 울컥했다고 하며, 연말, 떠나온 곳에 대한 걱정·근심·그리움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그리움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뜻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왼쪽부터 이희준, 여명진, 한지영, 신은경, 김현진, 한규원

테너 이희준님은 한국어로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와 감동을 전했고, 테너 한규원님은 타향에서 느끼는 그리움과 외로움이 노래를 통해 위로와 기쁨이 되기를 바라며 공연에 임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서 먼 길을 오신 메조소프라노 김현진님은 관객들이 가사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울컥했고, 함께 정서를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소프라노 신은경님은 우리의 언어로 표현하고 느끼는 귀한 시간이었다며, 이 시간만큼은 관객들이 그리움을 따뜻하게 소화하고 삶을 재충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한지영님은 보이지 않는 긴장 속에 살아가는 외국 생활에서 고향의 음악을 연주할 기회가 흔치 않기에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흥얼거리던 가곡들을 연주곡으로 준비하며 문득문득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해 준비 기간 내내 행복했다고 전했다.

공연 참여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내 나라, 우리의 언어로 노래할 수 있어 기쁘고 편안했으며 감동이 벅찼다’고 말했다.

뮌헨에서 50년을 살아온 75세 김돌선 어머니는 감동의 눈물이 난다며, 이국땅에서 처음으로 완벽한 화음의 한국 가곡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고, 후세들이 이런 곡들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문화적 행사가 더욱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고 하셨다.

이곳에서 주재원 아내로 약 2년 거주 중인 50대 정지민 씨는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노래를 들을 수 있어 매우 편안했고, 가사에 복받쳐 오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40대, 거주 8년 차인 전성철 씨는 같은 언어의 노래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시간이었다며, 한국인으로서 하나 되는 응집과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이러한 문화 행사가 교민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모를 따라온 7살 소유 어린이는 가곡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듣기 좋았고 다음에도 또 듣고 싶다고 부끄러워하며 의견을 전했다. 한국인 남자친구를 따라온 클라라(Clara)씨는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며, 한국인의 목소리를 통해 환상적인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다고, 피아노와 한국어 가사의 조합이 놀랍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인회 송년회를 처음 기획하며 특별히 한국가곡으로 송년의 밤을 꾸미고자 한 한인회 회장님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인회는 한인회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뮌헨에 사는 모든 한인들의 이익과 권리를 돕고 대변하고자 늘 열려 있는 행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연말이면 캐롤 등 외국 노래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국땅에서는 특히 듣기 어려운 한국 가곡을 전문 음악가의 목소리로 들려드리고 서로의 정서 교감에 의미를 두고 기획했는데,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행사는 재외동포청의 재정적 지원으로 가능했다며, 내년에도 지원을 신청해 한국 악기 연주 등 더 다양하고 질 높은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는 뮌헨에 사는 한인들의 연대와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송년의 밤 행사는 뮌헨 한인사회의 따뜻한 어우러짐이었고, 우리의 노래인 가곡으로 채워진 밤이라 더욱 의미 깊은 행사였으며, 성공적인 송년회의 초석을 놓은 자리임에 틀림없다.

이은아 기자

1438호 11면, 2025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