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비바람이 몰아치는 11월 하순의 어느 화요일, 오후 2시, 대낮인데도 밖이 캄캄했습니다. 13살의 소년 토미는 두꺼운 목도리를 두르며, 안방을 향하여 큰 소리로 <아빠, 준비되셨어요?> 그 지역의 갈보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인 아버지가 <아들아, 아무래도 날씨 때문에 오늘은 쉬어야 할 것 같구나!>
토미는 평소와 다른 아버지의 모습에 의외라고 생각하며, <아빠, 허지만, 비가 오는 날에도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하여 알 필요가 있잖아요! 저는 오늘 돌릴 전도지를 이미 가방에 넣었어요.> <아들아, 이런 날씨에는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를 않을꺼야, 오늘은 쉬어야 할 것 같다!> 아버지의 대답에 실망한 토미가 <아빠, 오늘 저 혼자 다녀와도 돼요?> 아버지는 잠시 망서리다가 <토미야, 조심해서 다녀 오너라. 길거리에 사람이 없으면 바로 돌아 오거라.> 토미는 전도지 가방을 어깨에 메고 빗속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토미는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도지를 나누어 주며,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구원을 받으세요. 예수 그리스도 한분만이 유일하신 구원자 이십니다. 예수 믿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마을의 여러 거리를 쉴 새 없이 걷고, 뛰었습니다. 150여장의 전도지를 준비해서 나왔는데, 어느덧 다 돌리고, 이제 딱, 마지막 한 장이 남았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거리는 이제 완전히 인적이 끊겼습니다. 그때 토미는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15m 가량 떨어져 있는 집 앞으로 가서 그 집의 개인 우체통에 마지막 남은 전도지를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그 옆에 작은 초인종의 스위치가 보였습니다. 토미는 벨을 눌렀습니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다시 눌렀습니다. 역시 반응이 없었습니다. 토미는 할 수 없이 개인 우편함에 넣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인가 모를 그 무언가가 그를 막았습니다.
소년 토미는 <예수님, 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주님을 부르며 벨을 다시 눌렀지만, 여전히 응답은 없었습니다. 이제 조금 전 보다 더 세찬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소년 토미는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도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소년 토미는 포기하지 않고 손이 아플 정도로 세차게 다시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습니다. 이때, 마침내 문이 천천히 열렸습니다.
매우 슬프고 지친 표정의 한 여성이 나왔습니다. <소년아, 왜? 그러지, 무엇을 도와줄까?> 빛나는 눈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옷이 흠뻑 빗물에 젖은 소년 토미가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제가 화나게 해드렸다면 대단히 미안합니다만, 그러나 하나님께서 아주머니를 사랑하셔서 제게 강권하셔서 여기 이 전도지를 드리라고 하셔서 가져 왔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전도지를 받으며, <고마워 소년아, 너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충만하시길 바랄께요. 안녕히 계셔요>
토미는 마지막 남은 한장까지 다 돌렸다는 것에 너무나 마음에 뿌듯함이 찾아 왔습니다. 그러나 웬지 모르게 마지막 남은 한 장의 전도지를 받는 그 아주머니의 슬픈 모습이 너무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마음 속으로 자꾸 기도가 나왔습니다. <예수님, 그 아주머니에게 기쁨이 생기도록 도와 주세요.>

주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설교를 마친 후, <여러분 중에 혹시 간증하기를 원하시는 분 있습니까?> 그때 뒷줄 좌석에서 조심스럽게 한 부인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한 번도 이 갈보리 교회에 와 본적이 없어서 나를 아는 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제 남편은 얼마 전에 저를 혼자 남겨두고 죽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유난히 비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죽으려고 했습니다. 사실, 남편이 떠나고 그런생 각이 여러 번 들긴 했었지만, 그날은 결행에 옮기기로 마음먹고 의자와 밧줄을 준비하여 집 다락방으로 올라 갔습니다.
저는 밧줄의 한쪽 끝을 지붕의 서까래에 묶고 의자위로 올라가서 밧줄의 다른 쪽 끝을 내 목에 감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의자에 서서 너무 외롭고 상심한 채로 의자에서 막 몸을 던지려고 할 때였습니다. 우리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깐 기다리면 아마도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세차게 들렸어요.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궁금했어요. 누구일까?…… 저는 제 목에서 밧줄을 풀고 천천히 문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누구인가 계속 문을 두드렸어요. 제가 문을 열었을 때 제 앞에 빛나는 천사 같은 한 소년이 서 있었습니다. 비를 흠뻑 맞은 채로 눈부신 미소를 짓고 서 있는 그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오래전에 메말라 죽어버린 제 마음을 되살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천사같은 소년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주머니를 사랑하신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어린 소년 천사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를 남긴 채 비바람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저는 문을 닫고 소년 천사가 주고 간 전도지의 모든 글자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즉시 다락방으로 올라가 밧줄과 의자를 치웠습니다. 아! 이제 저는 더 이상 불행하지 않습니다.
오늘 주일 아침 저는 행복한 하나님의 딸로 갈보리 교회 성도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나는 오늘 그 작은 하나님의 천사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려고 오늘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그 소년 천사는 나의 목숨을 구해 주었고, 그가 주고 간 전도지는 나에게 생명의 메세지가 되어, 죽음을 이기고 승리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녀의 간증에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울었습니다. 목사님은 천천히 설교단에서 내려와 제일 앞자리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작은 천사인 아들 토미를 끌어안았습니다. 소년이 전하려고 했었던 마지막 전도지 한장이 한 여인의 생명을 살린 것입니다. 여인이 천천히 다가와 빛나는 소년 천사 토미를 얼싸 안았습니다. 그때, 갈보리 교회당의 종탑의 종이 힘찬 소리를 냈습니다. 댕그렁, 댕그렁, 댕그렁……..
오늘 소개드리는 소박미 아동은 서울 노원구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동 가정은 정부지원(생계급여)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였지만 최근 조건부 수급자로 경감되어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자활근로 신청을 하였습니다.

2025년 현재 소박미 아동은 14세로 중학교 2학년 여자 아동입니다. 학업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스로 용돈을 모아 학습지를 구매하는 등 이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었던 모습들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교우 관계도 원만하여 거주지 인근 도서관, 스터티카페 등을 이용하는 모습들도 증가하였습니다. 아버지를 지극히 생각하는 효심이 깊은 딸로서 친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 하는 등, 항상 칭찬을 듣는 기특한 아동입니다.
교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는 소 박미 아동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 해 철 선교사 드림.
1438호 34면, 2025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