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 원장의 건강상식
독일 생활을 하면서 감기나 두통 같은 사소한 증상이 생겼을 때, 한국처럼 편의점에서 쉽게 약을 구할 수 없어 당황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독일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약국(Apotheke)이 약의 판매를 전담하고 있으며, 약사는 단순한 판매원을 넘어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면 낯선 환경에서도 건강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독일 약국의 특징과 이용 방법, 그리고 가정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비약 추천까지, 독일의 약국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독일에서 약국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녹색 십자가나 빨간색 ‘A’ 표시가 있는 건물이 보인다면 바로 약국입니다. 이 표시는 국가 공인 약국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약품을 취급한다는 의미입니다.
독일의 약국은 한국과 달리 모든 의약품을 다루는 것이 원칙이며, 약사(Apotheker)는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약물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약을 추천하고 복용법을 설명해 줍니다. 따라서 가벼운 증상에는 약사에게 직접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추천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독일의 의약품은 크게 처방약(verschreibungspflichtige Medikamente)과 일반약(rezeptfreie Medikamente)으로 나뉩니다. 처방약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Rezept 혹은 Verordnung)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는 약입니다. 공보험 가입자의 처방전은 보통 빨간색 종이로 되어 있으며, 약국에 제출하면 소정의 본인 부담금(Zuzahlung)만 내고 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사보험 가입자의 처방전은 보통 파란색으로 되어 있고, 약값을 먼저 지불한 후 보험사에 청구하여 환급받는 방식입니다.
일반약(rezeptfreie Medikamente)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약입니다.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 등 비교적 경미한 증상에 사용되는 약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편의점처럼 일반 마트나 드럭스토어에서 판매하지 않고 오직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약사의 상담을 통해 안전하고 올바르게 약을 복용하도록 하기 위한 독일 의료 시스템의 특징입니다.
독일 가정에 꼭 필요한 상비약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통증과 발열(Schmerzen und Fieber)에 대비한 약으로 이부프로펜(Ibuprofen)과 파라세타몰(Paracetamol)을 추천합니다. 이 두 약은 두통, 치통, 근육통, 생리통 등 다양한 통증에 효과적이며, 특히 파라세타몰은 해열 효과가 뛰어나 감기로 인한 발열에 자주 사용됩니다. 약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자신에게 맞는 약을 추천받는 것이 좋습니다.
감기와 독감(Erkältung und Grippe) 증상이 있을 때 유용한 약들도 있습니다. 기침이 심하다면 기침약(Hustensaft), 목이 아플 때는 인후염 완화제(Halstabletten), 코막힘이 심할 때는 코막힘 스프레이(Nasenspray)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 약국에서는 감기 증상을 완화하는 여러 성분이 복합된 콤비 제제(Kombipräparate)도 흔하게 판매됩니다. 하지만 약을 고를 때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여러 종류를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소화기 문제(Magen-Darm-Probleme)에 대비한 상비약도 필요합니다. 소화 불량이나 속 쓰림이 있을 때는 제산제(Antazida)를, 설사 증상이 있을 때는 지사제(Durchfallmittel)를 복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 약사들은 이러한 증상에 대해 약물 외에 생활 습관 개선이나 식단 조절 같은 조언도 함께 해주므로, 복용 전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약국 영업 시간이 끝난 후 약이 급하게 필요할 때는 응급 약국(Notdienst-Apotheke)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는 24시간 운영되는 당번 약국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약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각 약국 문에는 그날 당직을 서는 약국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으며, 인터넷(apotheken.de 등)이나 전화 22 8 33번을 통해서도 가까운 응급 약국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응급 약국 이용 시에는 소정의 추가 요금(Notdienstgebühr)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최근 독일에서는 종이 처방전 대신 전자 처방전(E-Rezept)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의사가 처방전을 전산으로 발행하면, 환자는 스마트폰 앱이나 건강보험 카드를 통해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처방전 분실 위험을 줄이고 약국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줍니다. 특히 온라인 약국에서 처방약을 구매할 때 우편 발송이라는 불편함을 해소해 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있습니다.
독일 약국은 단순한 의약품 판매처가 아니라 건강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입니다. 약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추천받은 약의 복용법과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독일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