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허리가 삐끗했을 때: 정형외과 예약이 힘들다면?

김종휘 원장의 건강상식

이비인후과 의사가 웬 허리 통증 이야기냐고요?

독일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 보면 전공과 상관없이 지인들이나 환자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 중 하나가 바로 “원장님, 무거운 짐을 들다가 허리가 삐끗했는데 정형외과 예약이 3주 뒤래요. 당장 아파 죽겠는데 어떡하죠?”라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처럼 집 앞 정형외과에 걸어가서 바로 물리치료를 받고 주사를 맞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갑작스러운 요통(Hexenschuss 혹은 Lumbago)이 찾아오면 동포분들은 막막함을 느낍니다.

오늘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아닌, 독일에 사는 의사 동료로서 급성 요통이 왔을 때 정형외과 예약 없이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응급 처방전’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독일어로 ‘마녀의 일격(Hexenschuss)’이라고 불리는 급성 요통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갑자기 자세를 바꿀 때 허리 근육과 인대가 순간적으로 긴장하여 발생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통증의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아프면 근육이 더 긴장하고, 긴장하면 더 아픈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많은 한국 분들이 “진통제는 몸에 안 좋다”며 끙끙 앓으며 참으시는데, 이는 미덕이 아니라 병을 키우는 일입니다. 집에 있는 소염진통제(Ibuprofen이나 Diclofenac)를 설명서 용량대로 복용하여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통증이 줄어야 근육이 이완되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온찜질’과 ‘냉찜질’의 선택입니다. 다친 직후 붓고 열이 난다면 냉찜질이 좋지만, 대부분의 급성 요통이나 만성적인 뻐근함에는 따뜻한 온찜질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독일 드럭스토어(예를 들면 DM 혹은Rossmann)나 약국에서 파는 핫팩(Wärmepflaster)을 허리에 붙이거나,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여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의자 위에 다리를 올리고 누워 허리의 압력을 줄여주는 ‘계단식 자세(Stufenlagerung)’를 취하면 척추가 펴지면서 통증이 한결 줄어듭니다.

세 번째, “절대 침대에만 누워있지 마세요.” 과거에는 허리가 아프면 며칠간 꼼짝 않고 누워있는 것을 권장했지만, 최신 의학 지견은 다릅니다. 통증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살살 걷고 움직여야 혈액 순환이 되고 회복이 빠릅니다. 하루 이틀 정도의 안정은 필요하지만, 너무 오래 누워있으면 오히려 허리 근육이 약해져 회복을 더디게 합니다.

정형외과 예약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일의 가정의학과(Hausarzt)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십시오. 하우스아츠트는 단순히 감기만 보는 곳이 아닙니다. 급성 요통 환자에게 강력한 진통제 주사를 놓아줄 수도 있고, 근이완제를 처방하거나 병가(Arbeitsunfähigkeitsbescheinigung 혹은 AU)를 써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리치료(Physiotherapie) 처방전을 써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굳이 전문의를 만나지 않아도 가정의학과 처방전으로 물리치료실에 가서 도수치료나 마사지, 운동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증상이 너무 심각하여 전문의 진료가 시급하다고 판단되면, 가정의학과 주치의가 ‘긴급 코드(독일어로 Vermittlungscode)’를 발급해 주어 116 117 서비스를 통해 정형외과 예약을 빠르게 잡아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체 없이 응급실(Notaufnahme)로 가야 하는 ‘레드 플래그(Red Flag)’ 증상도 있습니다.

허리만 아픈 게 아니라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가 힘들거나, 대소변을 보는데 감각이 없거나 조절이 안 되는 경우(마미증후군), 그리고 엉덩이 주변의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디스크가 신경을 심각하게 누르고 있는 응급 상황입니다. 이때는 예약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셔야 영구적인 마비 후유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평소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자세’가 생명입니다.

독일의 겨울은 길고 춥기 때문에 몸을 웅크리게 되어 허리 통증이 더 잦습니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깊숙이 넣고, 물건을 들 때는 허리가 아닌 무릎을 굽혀서 다리 힘으로 들어 올리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유튜브에 있는 ‘맥켄지 운동’과 같은 신전 운동을 꾸준히 따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요통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기 같은 질환입니다. 정형외과 예약이 안 된다고 발만 동동 구르지 마시고, 가정의학과를 찾아 1차적인 도움을 받으세요. 그리고 적절한 진통제 복용과 찜질, 가벼운 움직임으로 스스로를 돌본다면, 마녀의 일격도 생각보다 빨리 물리칠 수 있습니다.

타지에서 아프면 서럽지만, 아는 만큼 빠르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교포신문사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자 김종휘원장의 건강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김종휘원장은 베를린의 의학대학 Charité에서 의학과 졸업 및 의학박사 학위취득을 하였고, 독일 이비인후과 전문의이며, 현재는 프랑크푸르트 HNO Privatpraxis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www.hnopraxis-frankfurt.de

1452호 25면, 2026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