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회: “이 세상 소풍은 아름다워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라는 시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시가 되었다. 어릴 때의 소풍은 잠이 안 올 정도로 우리 마음을 들뜨게 했다. 김밥 한 줄에 칠성사이다 하나뿐인 소풍이지만, 얼마나 신나고 얼마나 기대가 되는 일이었던가!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의 삶을 마치 소풍처럼 여기며 살았고, 소풍은 아름다웠노라고 고백했다.

또 그는 ‘행복’이라는 시에서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라고 했다. 그는 비록 내세울 만큼 대단한 것을 가진 것이 없었지만, 행복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누리는 것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의 삶 전체는 행복의 연속이 아니라 고통의 연속이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가장 처절한 실패자라고도 할 수 있다. 동백림사건으로 6개월간 억울한 옥살이와 고문을 겪었고, 번듯한 직업이나 명예로운 직함도 없이 가난과 질병을 짊어지고 세상의 오해 속에서 평생을 살았다. 늘 막걸리를 끼고 살았고 결국 지병인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한순간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불행에 잠식당하지 않았다. 한번은 김동길 교수가 막걸리만 마시는 그에게 좋은 것도 마셔보라고 조니워커를 선물로 주었는데, 그것도 팔아 더 많은 막걸리를 사 마셨다는 일화도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천상병 시인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문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가장 투명한 답을 남기고 떠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고통을 저주로 해석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연단하시는 하나님의 손길로 받아들였다.

그는 이 땅에서 철저히 나그네로 살았다. 나그네는 이 땅에 영원히 살 집을 짓지 않는다. 짐을 최소화하고,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한다. 천상병에게 고통은 영원한 본향을 더욱 사모하게 만드는 촉매제였고 나침반이었다.

지난 일요일은 부활주일이었다. 해로의 존탁스카페에서도 부활주일 감사예배를 드렸다. 존탁스카페에 오시는 분들은 젊은 봉사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80세 전후의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이다.

우리 어르신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천상병 시인의 삶 못지않게 몇 권의 책으로 남길 수 있을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셨다. 어르신들과 말씀을 나누면서 우리도 천상병 시인처럼 돌아갈 곳이 있는 행복한 순례자임을 기억하자고 하였다. 부활절은 장차 돌아갈 본향에서 나의 부활을 기대하며 소풍과 같은 인생을 잘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날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집으로 돌아가시는 우리 어르신들의 환한 얼굴에서 기쁨과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삶은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치 1등 복권에 당첨된 거지가 아직 당첨금을 은행에서 받지 못하고 은행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이미 구원을 얻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천국 사이를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힘들어도 소풍처럼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존탁스카페에 나오시는 어르신들 모두 그런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부활절을 맞아 더욱 정성을 다해 준비한 진수성찬으로 점심 식사를 대접하였고, 예배 중에는 영의 양식을 먹는 성찬식도 함께 하였다. 아이들이 예쁘게 만든 부활절 달걀도 나누어 드렸다.

존탁스카페에서는 우리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하도록 애를 쓰고 있다. 정성을 다한 식사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예배의 말씀은 우리 어르신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존탁스카페를 방문하시는 분들마다 어디서도 먹기 힘든 맛있는 식사에 놀라고, 어르신들의 마음에서 우러난 뜨거운 찬양과 젊은이들 예배에 뒤지지 않게 활기찬 예배 분위기에 또 놀라워한다. 행복은 누리는 것이듯, 주신 것을 감사하며 누리는 것도 은혜다.

베를린 산책을 떠나요 (노래교실)

부활주일을 지난 화요일에 아직은 바람이 쌀쌀하지만, 우리 노래 교실 어르신들을 모시고 ‘베를린 산책’을 하였다. 베를린의 길거리마다 공공 예술품이 꽤 많은데, 모르고 지나쳐온 것이 많다.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출발하여 1시간 정도를 산책하면서 근처에 있는 공공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술전문가인 해로의 박노영 팀장이 이번에도 준비를 많이 하여 어르신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렸다. 분단과 전쟁의 역사 이야기와 작품들을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였다. 2차대전으로 파괴된 베들레헴교회 형상을 철제 프레임으로 만들어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게 하는 것을 보며,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한마음으로 빌었다.

또한 곳곳에 자유로운 영혼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보며, 베를린에서 60년 가까이 사셨어도, 구석구석에 아직도 가보지 못한 장소와 모르는 문화예술품이 많다고 하시며 놀라워하셨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많지만, 몰라서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많다. 소풍 가듯 산책하며 자연을 비롯한 더 많은 것들을 즐기며 감상하면 좋겠다.

해로와 존탁스카페는 우리 어르신들의 일상을 소풍으로 만들어드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해로에 오실 때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오시도록 식사와 예배, 각종 프로그램마다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고 돌아가시도록 준비하고 있다. 우리 어르신들이 해로에 나오시는 것이 소풍과 같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의 소풍이 즐겁고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54호 16면, 2026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