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협의회는 9월 5일 베를린 미테 구청으로부터 평화의소녀상 “아리”에 대한 철거 명령(Abrissschreiben)을 통보 받았습니다. 철거 기한은 2025년 10월 7일로 지정되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우선적으로 3,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행정적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테 구청은 평화의 소녀상을 현 위치에서 밀어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테 구의회(BVV)는 여러 차례 현 위치 존속을 결의했으며, 시민사회 또한 소녀상이 베를린 모아빗 지역의 공공장소에 영구히 남아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구청은 대외적으로는 소녀상을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장기적으로 예술작품을 위협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14일, 베를린 미테 구청은 코리아협의회와의 간담회에 앞서 이미 소녀상 ‘아리’를 민간 주택조합 소유 부지로 이전하는 해결책을 찾았다는 허위 보도를 배포해, 많은 언론이 잘못된 뉴스에 선동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리의 주택조합 사유지 이전 안건’은 어디까지나 주택조합이 연대 차원에서 비상시에 제안한 임시 대책일 뿐이었으며, 주택조합과 코리아협의회 모두 일관되게 소녀상의 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구청은 대체 부지가 현재 위치와 동등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평화의소녀상은 공공 공간에서야만 정치적•예술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사유지는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제안된 대체 부지에서는 정치적 집회와 시위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소녀상을 둘러싼 연대 운동의 가시성과 사회적 기능을 심각하게 약화시킵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는 최근에서야 공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범죄이기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소녀상을 공공 부지에서 사유지로 떠넘기는 행위는 정치와 공권력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칠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재가해가 됩니다. 따라서 코리아협의회는 이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미테 구청은 새로 제정한 방침을 통해, 공모 절차 없이 설치된 예술작품은 공공장소에서 최대 2년까지만 허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는 평화의소녀상뿐 아니라 다른 시민사회 예술작품에도 위협이 되며, 모든 예술가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기위해 2년이상 설치가 불가능 하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예술의 자유와 기억문화를 뿌리째 흔드는 조치입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아리”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용기를 기리고 전시 성폭력 문제를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드러내는 살아 있는 기억운동의 상징입니다. 공공장소는 불편하더라도 비판적 기억을 담아야 하며, 이를 밀어내는 것은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들을 상징적으로 침묵시키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아리”는 반드시 공공장소에 남아야 합니다. 그래야 피해자들의 기억이 사회 속에서 가시화되고,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미테 구청은 이러한 의미를 외면한 채 부당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코리아협의회는 9월 말 베를린 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코리아협의회는 독일 한인사회와 독일 사회 모두가 “아리”의 의미를 함께 지켜주기를 바라며, 이를 위한 다양한 행사와 행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별무리 페스티벌
일시: 9월 27일, 토요일. 14:00–17:00
장소: 평화의소녀상 “아리” (Friedensstatue, Bremer Str. 41, 10551 Berlin)
프로그램: 퍼포먼스, 설치 작품, 집단 스토리텔링
별무리 페스티벌은 2023년부터 이어져 온 지역 축제로, BIPoC FLINTA* (BIPoC FLINTA는 흑인•원주민•유색인종(BIPoC)과 여성, 레즈비언, 인터섹스, 논바이너리, 트랜스, 아젠더(FLINTA)를 포괄하는 표현) 커뮤니티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공공 공간에서 만나 교류하며 예술적 표현을 나누는 장입니다. 특히 베를린 소녀상 ‘아리’의 설치 기념일인 9월 28일 즈음에 맞춰 개최되어 왔으며, 법적으로 소녀상의 존치가 9월 28일까지 허용된 만큼 올해는 그 의미가 한층 더 특별합니다.
성폭력은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 아리는 공적인 자리에 남아야 한다 (평화의 소녀상 ‚아리‘ 철거 반대 집회와 반대 행진).
아리 철거 반대 집회
일시: 9월 28일, 일요일, 15:00-17:00
장소: 평화의소녀상 “아리” (Bremer Str. 41, 10551 Berlin)
아리 철거 반대 행진 (Marsch zum Rathaus Tiergarten)
일시: 2025년 10월 7일(화), 16:30 – 18:00
16:30 소녀상 “아리” 앞 집회 시작
17:00 행진 출발
18:00 티어가르텐 구청 앞 도착
경로: 평화의소녀상 “아리”에서 출발 (Friedensstatue, Bremer Str. 41, 10551 Berlin) → Wilhelmstraße 경유 → 티어가르텐 구청 (Matilde-Jacobs-Platz) 도착
아리의 마지막 공식일에 연대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민사회가 이를 함께 기억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사를 안내합니다.
9월 28일에는 평화의 소녀상 ‘아리’의 설치를 기념하며, 멕시코 반(反)페미사이드 운동과 연대하는 ‘상그레 데 미 상크레(피, 나의 피)’ 붉은 그물짜기 행동을 소녀상 ‘아리’가 자리한 공간에서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과 단체,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연대와 네트워크를 상징하는 공동의 액션을 펼칠 예정입니다.
또한, 코리아협의회는 철거 명령일인 2025년 10월 7일에 맞추어, 평화의소녀상 “아리”의 존속을 알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행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아리“에서 출발해 티어가르텐 구청까지 목소리를 이어가는 상징적인 행진으로, 철거 위협에 맞서 시민사회의 연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참가자들은 함께 모여 구호를 외치고, 음악과 발언으로 집회를 마무리합니다. 행사 준비를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플래카드 제작 모임도 예정되어 있으며, 별도의 체크리스트와 공동 작업 문서를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기사제공: 코레아협의회( Korea Verband)
1427호 14면, 2025년 9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