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된 연재 “이달의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미술관과 박물관 폐쇄가 해제되는 시기까지 잠정 중단합니다.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연재와 연관하여, 미술관 관람이 허용되는 시점까지, “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20세기의 회화 ③
이전 연재에서 살펴본 것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로 분류되는 화가들은 이전의 관습화된 화풍을 버리고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는데 집중했다. 19세기가 끝나고 20세기가 되자, 이러한 새로움을 시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피카소, 뒤샹 등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서 계속 확대, 발전되었고, 그 결과 유럽 현대 회화(모더니즘 회화)의 전성기를 만들게 된다.
특히 후기 인상주의는 이후 20세기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표현주의란 인간의 내면의 감정과 감각의 표현과 구성에 주목하는 경향으로. 사실상 후기 인상주의, 추상주의, 상징주의, 입체파 등 20세기 전반의 회화 사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이후의 회화 사조를 발생시대 순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야수파(fauvisme 1900 ~ 1909)
야수파(野獸派) 또는 포비즘(fauvism)은 20세기 초반의 모더니즘 예술에서 잠시 나타났던 미술 사조이다. 강렬한 표현과 색을 선호했다. 야수파의 흐름 자체는 1900년 경에 시작되어 1910년 이후까지 지속되기는 했으나, 실제 야수파 운동은 1905년부터 1907년까지 약 3년 동안 세 차례의 전시회를 갖는 데 그쳤으며 결속력도 약했다.
기법상의 특징은 강한 붓질과 과감한 원색 처리, 그리고 대상에 대한 고도의 간략화와 추상화이다. 눈에 보이는 색채가 아닌 마음에 느껴지는 색채를 밝고 거침없이 표현했다. 이지적인 큐비즘과는 달리 감정을 중시한다. 표현주의의 한 형태로도 볼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폴 고갱(Paul Gauguin), 폴 세잔(Paul Cézanne) 등의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며 주도적 인물로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앙드레 드랭(André Derain), 모리스 드 블라맹크(Maurice de Vlaminck)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적인 단체나 조직을 구성하지 않았고 선언서나 통일된 미학도 갖기 않았다. 대체로 마티스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비공식적 모임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양식의 의미에서는 1900년경부터 1910년 이후까지 대체로 거친 붓질, 강렬한 색채, 다소 단순하고 추상적인 형태를 보이는 작품을 가리킨다.
야수파 회화의 특징
야수파는 9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미술활동이었지만 20세기 현대미술의 신호탄과 같은 주요사조로써 평가된다. 야수파를 시작으로 화가의 주관이 색채로 표출되는, 즉 관념적 사상이 색채로써 표출될 수 있는 색채의 추상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야수파의 화가들은 하늘과 바다는 푸른색, 나무가 울창한 산은 초록색이라는 색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써 개성 강한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은 아프리카와 같은 3세계 미술의 성향인 원시주의(Primitivism)에 영향을 받아 더욱 과감하고 강렬하게 색채를 왜곡해나갔다.
여기에 더해진 생략된 묘사와 허술한 표현 그리고 성의없어 보이는 붓질의 흔적이 더해진 야수파의 작품은 당시비평가들에게 ‘추한그림 ’그리고 ‘미치광이의 반란’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들은 야수파의 작품들을 야수적이라고 비꼬았는데, 이렇게 ‘야수파’의 미술적 사조에 가담된 화가들을 ‘야수들’이라 조롱하는 가운데 ‘야수파’라는 새로운 사조가 탄생하게된 것이다.
야수파의 대표작가 앙리 마티스
마티스는 드랭과 함께 야수파 그룹을 이끌었던 프랑스의 화가로, 그는 주관적인 색채와 선명한 원색, 자유로운 형태를 통해 사실적인 재현이 아닌 자율적인 회화성을 추구했다. 이러한 그들의 과격한 실험성은 당시 보수적이었던 관제 살롱, 이른바 봄 살롱에서는 환영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야수파 그룹은 이에 대항해 진보적인 성향의 살롱 도톤느(Salon d’Automne: 가을 살롱)를 개최해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은 특히 비난 받았는데, 거친 선과 전형적이지 않은 색으로 그려진 여인 얼굴은 처음 발표되었을 때 가히 충격적인 그림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도전적이었던 마티스의 대표작들은 선명하고 짙은 색채와 두터운 형태감을 자랑한다. 그림이 걸린 공간 전체를 잡아먹을 듯 강력한 존재감을 표출하며 보는 이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마티스는 인물, 정물, 풍경 같은 전통적인 소재들을 그렸지만 그 표현 방식은 결코 전통적이지 않았다. 마치 스케치북 위에 색종이를 거칠게 뜯어 붙인 것 같다. 뚜렷한 외곽선으로 그려진 대상은 세부적인 묘사가 절제되어 있어 추상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원근감이나 양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화면은 오롯이 생동하는 선과 강렬한 색으로 넘쳐흐른다.
힘이 느껴지는 과감한 선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색채를 통해 마티스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생동하는 에너지’였다. 그의 대표작 <춤>을 예로 들면, 그는 단순히 춤을 추는 사람들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물결치는 듯한 곡선과 대비되는 색채를 사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춤을 출 때의 흥겨움과 율동감, 에너지를 느끼게 하였다.
이렇듯 마티스는 강렬하고 대담한 색채와 섬세한 선으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힌다.
1219호 28면, 2021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