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 /85

유럽 문명의 기원 그리스신화 (2)

유럽 문화를 관통하고 있는 두 가지 줄기 헬레니즘과 유대이즘, 즉 고대 그리스 신화는 성경과 함께 서양의 문화를 읽어내는 코드이자 일반인들에게 서양문화의 모태를 설명해 주고 있는 교과서라 할 수가 있다.

이렇듯 서양문화의 원류인 그리스 신화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상상의 세계로, 시공을 초월하는 삶의 보편적 진리와 인간의 희로애락을 촘촘하게 엮어나간 대서사시이다. 이는 유럽인의 정신적 바탕을 이루는 서양 문화의 원천으로 문학과 미술, 연극 등 수많은 예술작품의 창작 소재로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도 그리스 신화의 이해는 유럽 역사와 문화 이해에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은 ‘유럽문명의 기원 그리스신화’ 를 통해 그리스신화의 탄생 배경, 올림푸스 12신의 등장, 그리고 서양문화 속에 스며든 그리스신화의 그림자를 살펴보도록 한다.

제우스와 올림푸스 12신의 탄생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최초로 ‘무한한 공간’ 인 카오스가 생기고, 뒤를 이어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 와 모든 물질을 서로 결합, 생성하게 하는 정신적인 힘인 에로스(Eors)가 생겨났다.

가이아는 모든 세계의 근원으로, 우선 우라노스(Uranos 하늘의 신)와 폰토스(Pontos 바다의 신)를 낳고, 우라노스와 결혼하여 12명의 티탄(Titan) 과 퀴클롭스(Kyklops), 헤카톤케이레스(Hecatoncheires)를 낳았다.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하늘과 땅이 정비되자 가이아는 우라노스에게 모든 권력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우라노스는 가이아가 낳은 무시무시한 자식들의 모습이 보기 싫어, 빛이 닿지 않는 가이아 몸 속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Tartaros)에 가두었다. 가이아는 덩치 큰 자식들이 자신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바람에 괴롭게 되었다.

가이아는 티탄신들 중 가장 강력한 존재인 크로노스(Kronos) 를 앞세워 우라노스에 맞서기로 했다. 가이아는 ‘스키테’ 라는 거대한 낫을 크로노스에게 주었는데, 크로노스는 이 낫으로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로 던졌다. 우라노스에게 권력을 주었던 가이아는 이렇게 하여 그를 다시 권좌에서 내쫓았다. 이후로 우주 최초의 부부였던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영원히 갈라서게 된 것이다. 이제 하늘과 땅은 멀리 떨어지게 되어 더 이상 섞이는 일이 없게 되었다.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 : 티탄 과 제우스 (Titan vs Zeus)

우주의 권력을 장악하게 된 크로노스는 자신의 형제들인 티탄족들은 모두 구출했지만, 보기 흉한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레스들은 그대로 땅 밑에 가두어놓았다. 이것을 섭섭하게 여긴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자신의 아들에 의해 쫓겨날 것이라는 저주를 했다. 불안해진 크로노스는 그의 아내 레아에게서 자식이 태어나면 모두 삼켜버렸다. 그들은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이다.

마지막 아들인 제우스가 태어났을 때 레아는 돌을 자신의 옷에 싸서 아기라고 속여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크로노스는 레아의 속임수에 넘어가 돌을 삼켜버렸다. 제우스는 숲속 님프들의 손에서 자랐고 성장한 뒤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대항했고, 먼저 크로노스가 삼켜버린 다섯 형제자매들을 모두 토해내게 했다. 그들은 죽지 않는 신들이라서 모두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

크로노스에게 구출된 그들은 제우스를 지도자로 삼고 티탄족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올림포스의 제우스와 형제들은 티탄족의 감옥에 갇혀있던 키클롭스들과 동맹을 맺었다. 이들 키클롭스들은 훌륭한 대장장이 들이었는데, 제우스에게는 번개를, 포세이돈(Poseidon)에게는 삼지창 트라이아나(Triaina)를, 하데스(Hades)에게는 머리에 쓰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게 되는 황금투구 퀴네에(Kynee) 를 무기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티탄족들과 올림포스신들과의 전쟁을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라고 한다.

이 전쟁은 9년 만에 제우스의 승리로 끝남으로써,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티탄족을 정복한 후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는 제비를 뽑아 세계를 나누어 다스리기로 했다. 그 결과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다스리게 되었다.

제우스의 권력투쟁1 : 기간테스와 의 전쟁

새로운 승리자 제우스는 티탄신들을 땅속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다. 이러한 제우스의 처리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긴 가이아는 기간테스들을 낳아 제우스에게 복수하려 하였다. 기간테스들은 큰 몸집에 힘이 세고 사나운 종족으로, 올림포스신들에게 도전하여 격렬한 전쟁을 벌였다.

치열한 전쟁은 오랫동안 계속됐다. 올림포스 신들은 용감히 싸웠지만 기간테스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올림포스 신들만으로는 이 전쟁을 이길 수 없었다.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만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신탁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헤라클레스가 이 전쟁에 개입하게 되었고, 결국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전쟁은 끝이 났다.

제우스의 권력투쟁 2: 튀폰과의 전쟁

제우스가 기간테스까지 물리치자 가이아는 자신의 뱃속 깊숙한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와 어울려 막내아들 ‘튀폰(Typhon)’을 낳았다. 튀폰은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뱀이었는데 힘과 몸짓은 당할 자가 없었다. 키는 기간테스보다도 커서 일어서면 머리가 별에 부딪히고 손을 뻗으면 하늘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닿았다.

그러나, 제우스가 튀폰의 공격까지 막아내자 그의 권좌는 더 이상 위협받지 않게 되었고, 우주에는 질서 있는 안정이 잡히기 시작했다.

티탄족과의 전쟁이 끝나자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인간을 창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프로메테우스는 대지에서 흙을 조금 떼어내어 물로 반죽하여 인간을 신의 형상과 같이 만들었다. 그는 인간에게 직립자세를 주었으므로 다른 동물은 다 얼굴을 밑으로 향하고 지상을 바라보는데, 인간만은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1260호 23면, 2022년 3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