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귀띔: 천 년을 가라 한들 멀다 했으랴 (11)

Dipl.-Ing. WONKYO 연구소장

더불린 (Dublin)의 넬슨 (Nelson) 제독 기념탑 폭파

영국 트라팔가 오코넬( Trafalgar O’Connell) 거리에 있는 넬슨 (Nelson) 제독 기념탑은 중요한 랜드마크(Wahrzeichen) 이다.

넬슨제독 기념탑은 1808년에 스페인 남서쪽에 있는 트라팔가 (Trafalga) 전투에서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나폴레옹을 스페인과 연합하여 물리치고 숨진 영국제독 호레이쇼 넬슨 (Horatio Nelson) 제독을 기리기 위해 도시 한 가운데에 34m 높이로 우뚝 솟게 세운 멋진 탑이었다.

트라팔가 광장은 내셔날 갈러리 앞마당에 위치해 있으며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서 빠리의 콩코르 광장이나 서울의 광화문 광장처럼 여행에서 꼭 들러 보아야 할 정도로 유명한 장소이다.

이 넬슨 동상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세워진 동상(1809) 보다 34년 늦게 세워졌다.

영국의 위대한 영웅 넬슨 제독 동상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스파이어(Spire) 광장에 첫 번째로 세워졌다. 아일랜드가 영국 지배하에 있던 시대에 세워진 넬슨 동상은 독립한 이후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해방된 이후에도 서울 한복판에 일본의 이또 히로부미(이등박문)의 동상이 서있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하겠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인들 그 동상을 없애려고 하지 않았겠는가.

넬슨제독 동상을 받치고 있는 기둥 속에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서 동상 발밑에까지 올라 갈 수 있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에도 계단이 있어서 횃불을 들고 있는 곳까지 걸어올라 갈 수 있는 것과 같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동상에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서 동상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동상이 없다. 서양의 동상에 비해 작게 세워진 서울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에도 이순신 장군 동상속에도 걸어서 올라 갈 수 있는 계단은 없다

우리나라는 36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만 아일랜드는 무려 800년 동안이나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이씨 조선 500년을 더하고 오늘 날까지를 더한다 하더라도 630년인데 무려 800년 동안 식민생활을 했다니 놀랍다.

엄밀히 보면 넬슨제독은 영국의 영웅이지 아일랜드의 영웅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는 불란서와 동맹국이었다. 동맹국의 영웅 나폴레옹을 물리친 넬슨 제독의 동상은 아일랜드 국민에게는 치욕스러운 과거의 유산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결국 1966년 3월에 있었던 테러사건 때 넬슨 제독 탑은 파괴되었다.

아일랜드 공화국 군조직(IRA)에 속해 있던 라이앰 섯클리프 (Liam Sutcliffe)의 생각도 영국의 영웅 넬슨 제독 동상이 계속해서 아일랜드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나라의 치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넬슨 제독 동상을 폭파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동상 전망대로 올라가는 마지막 입장시간을 기다린 후에 숨어 들어가 폭발물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가 체포된 후에 진술에서 밝혀진 이야기이지만 첫 번째 폭발물 설치할 때에 관리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갔다고 했다. 폭발물이 들어 있는 자신의 가방 속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옷가지가 들어 있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서였다. 그는 체포된 이후에 동상 폭발을 위해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간 것을 평생에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1966년 3월 1일 설치한 첫 번째 폭탄은 터지지 않아서 실패했다. 일주일이 지난 3월 7일, 두 번째로 숨어 들어가 설치한 폭발물은 넬슨 동상을 파괴하는 데에 충분했다.

IRA는 1947년에 조직된 무장단체로서 2005년에 해산된 테러단체이지만 해체되기 전에 넬슨제독 동상부터 없애버린 것이다.

폭파와 동시에 동상의 파편조각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지만 다행히도 부상자는 없었다. 넬슨제독 동상 탑은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조각으로 파손되었기에 복원하지 않기로 했음은 물론 군대까지 동원해서 축대에 남아 있던 석대마저 완전히 폭파시켜 버렸다.

남은 석대를 마저 없애기 위해 폭파시킬 때에 떨어져 나간 파편들이 처음 동상을 폭파시킬 때보다 더 많은 파편들이 날아갔다고 하는 것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영국을 얼마나 싫어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사건이다.

아일랜드 국민으로서는 자기 나라를 지배하고 동맹국인 불란서의 영웅 나폴레옹마저 패배시켰다고 세운 동상이 꼴도 보기 싫었을 것이다.

땅에 떨어진 넬슨제독의 흉상이 누군가에 의해 한동안 사라져 찾지 못하고 있었지만 얼마 후 반납되었으며 현재 더불린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영국에서 넬슨 제독이 영웅이라면 우리 나라에는 이순신 장군이 있다. 넬슨제독은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해군 영웅으로 추대되고 있지만 이순신 장군은 세계 해전 역사에 영원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스페인의 트라팔가 해전은 불란서 칼레(Calais)해전, 그리스의 살라미스 (Salamis) 해전, 대한민국의 한산도 대첩과 세계4대 해전중의 하나로 해전사에 기록되어 있다.


교포신문은 6월부터 1년간 정원교선생의 “천 년을 가라 한들 멀다 했으랴” 글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가 독자들의 인문학적 지평을 넓혀줄 것을 확신하며 독자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1423호 22면, 2025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