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창립 53주년을 맞으며

강정희 (재독 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시인)

2026년 4월 5일, 오늘은 부활절이자 교회 창립 53주년 기념 주일이다. 다른 때와는 달리 14. 00시 예배 시간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언제나처럼 자동차를 교회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5분 정도, 교회를 향해 가는 발걸음은 사뿐사뿐하다. 주위의 어느 주택보다 훌륭한 대궐 같은 예배당의 반짝반짝 빛나는 새로 올린 청기와 지붕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뒤셀도르프 한인교회의 성도임이 자랑스럽고 긍지를 느끼게 한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박용환 담임목사님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53년 전 창립 구성원이신 천명윤 장로님의 기도에는 그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상기시키기도 하셨고 이미 고인이 되신 교우들과 함께 누리지 못하는 지금의 이 행복을 애석해하셨다.

”예수님은 2000년 전에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부활 승리하신 분으로 십자가의 부활로 살아계십니다. 여러분! 명심하십시오. 우리의 시선이 무덤 밖을 보아야 합니다. 또한 이 교회를 부활의 증인으로 세우시고 53년 긴긴 세월 동안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박용환 담임 목사님의 설교는 감동으로 와 닿았다.

언제나 잔잔하고 아름다운 예배의 꽃인 성가대의 ‘부활의 영광’ 찬양은 무척 은혜로웠다. 모처럼의 성찬식에는 어린아이들도 참여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마침, 팔순을 맞이하신 이정숙 권사님과 강용희 장로님을 축하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임세혁 집사님 천상의 목소리로 불러주신 축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예배를 마친 후 이층 친교 실에 차려진 풍성한 부활절 성찬은 성도님들이 정성껏 만들어온 음식으로 그 어느 곳에서 보기 힘든 잔칫상이 아닌가 싶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였고 고급 식당의 맛을 능가했다.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고 우리에게 십자가는 핏방울도 살점도 아닌 사랑이 아닐까?

오늘은 부모님의 곁을 떠나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식들과 1세, 2세, 3세가 함께하여 더 큰 의미 있는 풍성한 예배의 자리였다. 오랜만에 만난 자식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주님은 정작 53년 전에 이곳에 뒤셀도르프 한인교회를 세우시고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부어 주셨다. 과분한 예배당을 우리에게 주셨고 느지막이 빈틈없으신 주의 종 박용환 담임 목사님과 사랑하는 박소현 사모님, 예준이를 우리 곁으로 보내주셨다. 어디 그것뿐이랴? 능력 있고 노른자 같은 분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여러 보물이 옹기종기, 도담도담 착한 눈빛으로 모여 사는 공동체가 아닌가 싶다.

몸뚱이가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지문이 닳도록 일하며 힘겨움을 이겨낸 우리는 이제 느슨해진 속옷의 고무줄처럼 힘을 잃고 노안이던 병이 든 친구처럼 껴안고 살아야 할 나이가 되었다.

사랑은 나누는 것이라면 행복은 합하는 것이리라. 주어진 나날에 감사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고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화를 누리며 해처럼 밝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성령의 감동을 마음에 듬뿍 담고 열린 가슴으로 오손도손 나누며 몇 끼니를 걸러도 배가 부를 풍성하고 맛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엔 탐스러운 뭉게구름이 아름답게 피어난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독일 땅 만 리에서 헤매는 우리에게
사명도 뜻도 묻지 않으시고 예지하신
이곳에 한인교회를 우뚝 세우셨습니다.

야위고 묵은 근심, 모두 다 갈앉히고
말없이 틀을 깨며 등짐을 벗어놓고
모서리 갉아 문지르며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나님의 집에서 위로받고 소통하며
노을 젖은 얼굴로 퇴고 되지 않은 맘으로
오롯이 주님만 섬기는 통로 되게 하소서

우리에게 남은 시각 얼마나 될는지요.
정성과 관심으로 포근한 등받이로
누적된 마음 흔들어 우아하게 녹이며

주님이 세운 교회 색깔을 내려놓고
지켜주고 치켜주며 아름드리 결실로
사랑이 넘쳐흐르는 공동체 되게 하소서

1454호 11면, 2026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