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원 박사와 둘러보는 문화와 문화 사이를 잇는 다양한 현장들 (24)

지난 7월 2일, 보훔 루르대학교 한국학과 강의실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소설가 최은영 작가가 찾아와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본 대학이 주최하고 번역문화원의 지원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내게 무해한 사람」에 수록된 단편소설 「고백」을 한 학기 동안 읽고 배운 학생들이 작가와 함께 전문을 낭독하며 문학과 삶, 언어에 대해 진솔하게 교류하는 자리였다.

한국어 음운음성학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한국어 발음 법칙과 문장의 억양, 리듬, 강세, 끊어 읽기, 감정 표현 등을 배우고 충분히 연습한 뒤, 낭독회를 통해 배운 것을 실천하고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한 권의 책, 한 편의 소설이 언어와 문화를 넘어 마음을 잇는 순간이었다. 그 특별한 하루를 함께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날의 생생한 경험을 전하고자 한다.

낭독 준비 과정에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알리야: “제가 첫 번째로 낭독하는 순서라, 발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어요. 속도도 너무 빠르지 않게, 듣는 분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조절하려고 노력했죠.”

: “한국어 원어민의 발음을 반복해서 들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하게 읽으려고 애썼어요.”

베이자: “제 역할에는 대사가 많았어요. 등장인물의 상처와 분노를 어떻게 목소리로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어느 단어에 힘을 실어야 할지 여러 번 시도해봤어요. 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감정이 조금씩 살아났죠.”

조세핀: “발음이 까다로운 단어들이 있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으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레아: “대사가 많은 파트라 억양과 목소리 톤을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인물들의 감정을 상상하며, 목소리에 감정을 담으려고 애썼죠.”

미셸: “읽는 속도와 발음에 집중했어요. 긴 문장에서는 어디서 멈추면 자연스러운지 표시해두고, 반복해서 연습했어요.”

에니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 어디서 끊고, 어떤 부분에 억양을 실어야 할지 감이 오니까요. 녹음해서 스스로 들어보고, 뭉개지거나 흐릿하게 읽는 부분을 고쳤어요. 오디오북도 들어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가입이 안 돼서 듣진 못했어요.”

특히 어렵게 느껴졌던 장면이나 대사, 그리고 극복 방법은?

카야: “커밍아웃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직접 겪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단어에 감정을 실어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엔 제 감정대로 읽어봤어요.”

베이자: “친구의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에서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윤 선생님과 파트너가 여러 번 읽어주면서 억양과 발음을 교정해줘서 큰 도움이 됐어요.”

미셸: “‘넌, 미주, 진희, 네가…’처럼 호명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목소리의 높낮이와 속도를 여러 번 바꿔보며 연습했어요. 친구들한테 피드백도 받았고요.”

크리스틴: “긴 문장에서 어디서 멈추고 억양을 줘야 할지 몰라서 힘들었어요. 선생님이 끊어 읽는 위치를 알려주셔서 표시해두고 반복하다 보니 점점 자연스러워졌어요.”

작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카야: “처음엔 발음에만 신경 썼는데, 반복해서 읽다 보니 진희가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하는 장면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걸 깨닫고 나니 훨씬 더 흥미로워졌죠.”

미셸: “제 파트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어서 앞뒤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담당 친구들에게도 물어봤어요. 전체 이야기를 알고 나니 낭독이 더 재미있어졌어요.”

크리스틴: “함께 번역하면서 단어의 뜻뿐 아니라, 어떤 감정으로 읽어야 할지도 이해하게 됐어요. 그래서 억양도 더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었죠.”

작가 앞에서 낭독한 소감은?

카야: “처음에는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됐어요. 작가님이 교실에 들어오시기 전까지 마음이 진정이 안 됐죠. 그런데 작가님이 수줍게 미소 지으시는 걸 보니 저도 조금은 안심이 됐어요. 다 읽고 나니 뿌듯함이 밀려왔어요.”

: “설렘과 떨림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작가님 앞에서 읽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정말 잘하고 싶었죠. 읽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붙었고, 끝나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베이자: “처음엔 긴장됐지만, 그 부담감이 오히려 더 열심히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어요. 맡은 장면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크리스틴: “저는 오히려 덜 긴장했어요. 여러 번 연습해서 어디서 멈추고,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다 준비했으니까요. 읽을 때 손이 약간 떨렸지만, 그건 오히려 집중해서였던 것 같아요.”

알리야: “첫 번째 순서라서 부담이 컸지만, 작가님의 친절한 반응을 보고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걸 기쁘게 봐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마음이 점점 편해졌어요.”

친구들의 낭독을 들으며 인상 깊었던 점, 영감을 받은 친구나 장면은?

카야: “다들 긴장했을 텐데도 차분하게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친구들 사이의 대화 장면이 실제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들려서 신기했어요.”

: “모두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느껴졌어요. 어떤 친구는 억양을, 또 어떤 친구는 감정을 정말 잘 살려서 저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아: “각자의 발음이나 억양, 속도에서 개성이 살아 있었어요. 감정을 담아 읽는 친구들 덕분에 글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죠.”

미셸: “모두가 유창하게 읽어서 깜짝 놀랐어요. 특히 베이자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여자아이들 간의 대화를 감정적으로 잘 표현해서 제 차례를 잊을 뻔했어요.”

사라: “직접 낭독하지 않고 참관만 했지만, 학생들이 얼마나 작품을 존중하고, 완벽하게 읽으려 긴장하면서도 서로 도우며 연습하는지 보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목소리만으로도 이야기와 감정이 전해졌어요. 모두가 함께 멋진 무대를 만들어낸 것 같아 자랑스러웠어요.”

알리야: “우리가 다 긴장했지만 각자 맡은 부분을 정말 잘 읽었어요. 더 긴장한 사람도 있었겠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모두 자기 역할을 잘 해냈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자랑스러워요.”

낭독회는 어떤 의미였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카야: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데, ‘쇼코의 미소’도 읽어봤거든요. 그런 작가님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특별한 순간이었어요. 작가님이 우리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주신 것도 감사했고, 사인받고 사진 찍을 때는 정말 꿈같았어요.”

: “이번 낭독회 덕분에 한국어와 한국 문학이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우리가 낭독할 때 작가님이 웃으시고 감동하신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걸 작가님이 진심으로 기쁘게 봐주셨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뿌듯했어요.”

작가와의 질의응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이나 답변은?

카야: “작가님이 본인이 쓰신 책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들 같기 때문에 특별히 더 좋아하는 책을 가릴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게 인상 깊었어요.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레아: “책의 결말에 대한 질문에, 작가님이 미리 결말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집필하신다고 말씀하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자유로움이 정말 멋졌어요.”

미셸: “사진으로 봤을 때는 밝고 외향적인 분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성적이고 감정 표현이 서툴다고 하셔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어요.”

에니세: “작가님이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로 ‘미주’를 꼽으시면서, 젊었을 때 더 배려심 있고 공감하며 살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말씀하셨어요. 작가님의 경험과 고민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이런 문학 행사나 낭독회에 참여하고 싶은가? 참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카야: “이런 낭독회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언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작가님도 독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조세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다양한 장르나 책을 찾는 것도 즐거워요. 다음에도 낭독자로, 혹은 청중으로라도 꼭 참여하고 싶어요.

미셸: “이번 낭독회 덕분에 친구들과 작은 독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다 같이 1~2쪽씩 읽으면서 한국어 발음도 연습하고, 사람들 앞에서 읽는 연습도 하고 있어요. 누구든 이런 활동을 해보면 좋겠어요.”

크리스틴: “처음에는 책 읽기가 한국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번역하고, 발음 연습하고, 내용을 이해하면서 연습하다 보니 점점 자연스럽게 읽게 됐어요.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한국어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요.”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독서, 글쓰기, 언어 학습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은가?

카야: “앞으로는 처음 보는 책을 읽을 때도 더 자신감 있게, 발음도 더 또렷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번 경험 덕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더 진지하게 몰입하고 싶어졌어요. 한국 문학도 더 많이 읽고, 글을 쓸 때 감정과 디테일을 더 담아보고 싶어요. 말할 때 억양이나 멈춤도 신경 쓰게 될 것 같아요.”

조세핀: “더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겼어요. 앞으로 더 유창하게 읽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미셸: “한국어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아직 다 이해하긴 어렵지만, 조금씩 배워가면서 언젠가는 저만의 작은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요.”

에니세: “그동안은 조용히 읽는 연습만 했는데, 이번에 소리 내서 읽어보니 발음 연습에 정말 도움이 됐어요. 앞으로 혼자 공부할 때도 소리 내어 읽을 거예요. 발음도 좋아지고, 말할 때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학은 단순히 활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 편의 소설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타고 살아 움직이며,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었다. 최은영 작가와의 만남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한국어 책 낭독 연습을 뛰어넘는 경험이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각자의 목소리로 수(십)차례 ‘고백’을 읽어가며,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웠다.

이 특별한 교류의 시간이 학생들에게 앞으로도 용기와 영감의 씨앗이 되길,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최은영 작가의 문학을 통해 다채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1418호 14면, 2025년 7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