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새해에는 배짱으로 살아봅시다”

‘국민 의사’라고 불렸던 이시형 박사가 40여 년 전에 쓴 베스트 셀러 책으로,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책이 있다. 타인의 시선이나 마음의 족쇄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마음껏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여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책이다. 이

책은 체면과 조급증, 열등감 등에 빠져 사는 한국인들에게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태도로 살도록 큰 도전을 주었다. 그는 특별히 한국인 특유의 문화인 체면이라는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남에게 ‘안돼’라고 말하는 것을 미안해 하지 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하였다. 또 ‘남보다 못한 나’를 보지 말고 ‘남과 다른 나’를 생각하면서 적당히 남의 시선을 무덤덤하게 넘겨버리라고 하였다.

남의 눈을 의식하여 체면이라는 명분을 좇아 살다 보면, 내실보다는 형식이라는 껍데기만 남게 되고, 자존심과 위신만을 내세우면 정작 자신은 병들어 곪아가게 된다. 다소 뻔뻔하기도 하고 때론 처신이 가벼워 보여도,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체로 삶에 대한 만족도와 자존감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것만 고쳐도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배짱은 허세나 자만심이 아니다. 배짱은 용기이다. 체면의 노예가 되어 실속 없이 살아가는 것은 배짱이 아니다. 또 배짱은 항상 강한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는 아는 척하지 말고, 모르면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 배짱이다. 때로는 융통성 있게 소신을 굽히기도 하고, 때로는 질 줄도 아는 것이 배짱이다. 상대방에게 비굴하거나 무례하지 않으면서 내가 편하면 된다. 이것이 배짱이고 지혜이다.

올해 해로에서는 우리 어르신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들을 담대하게 스스로 말하고 도움을 받도록 하는 일을 더욱 많이 강조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어르신들이 배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해로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도 체면 때문에, 자신의 병을 감추고 치료받지 않으려는 분들이 더러 있다. 또 가족들의 병을 다른 사람들이 모르도록 쉬쉬하면서 집에서만 지내시기도 한다. 그러다가 뒤늦게 문제가 발생하여 더욱 크게 고생하는 일도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얻게 되는 암과 치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은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노화에 따른 결과로 오는 것이므로 일부러 숨길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해로와 같은 전문 봉사단체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문제나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배짱이다.

해로 상근봉사자들의 화이팅!

어떤 분들은 해로나 이웃들에게 도움받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시는 ‘미안 과잉증’을 가진 분들도 있다. 그러나 해로와 같은 봉사단체는 파독 어르신들을 비롯한 환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다. 도움을 받는다고 자존심을 상할 일은 아니다. 부자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나, 건강한 사람들이 아픈 이들을 돌보는 것은 공동체적인 의무다. 따라서 도움이나 섬김을 받는 것에도 용기와 배짱도 필요하다.

파독 어르신들이 고령화되면서 홀로 사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 어르신들은 젊었을 때와 힘과 집중력이 약해져서 살림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 정돈하는 것이 잘 안되는 분들이 아주 많다. 혼자 살지만 살림은 여러 식구가 살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많다. 대부분 다음에 쓸 일이 있을 거라고 남겨 둔 것들이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쓸 일이 생기지 않아도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몇 년 동안 쓰지 않은 살림은 앞으로도 쓸 일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많다. 만일 쓸 일이 생기면 그때는 빌려 쓰면 된다. 그러니 불필요한 짐을 수시로 조금씩 정리하는 것이 좋다. 필요한 이들에게 나눔을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살림을 버리고 줄이는 것에도 배짱이 필요하다.

우리 어르신들에게만 배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해로의 봉사자들, 특히 상근 봉사자들에게도 배짱이 필요하다. 배짱은 용기다. 너무 많은 사람과 일을 고려하다 보면 봉사의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우리 해로가 어르신들을 더 잘 섬기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해로하우스에 나오셔서 도움을 받아야 할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교통편으로 작은 승합차를 도입하여 운행하는 것과 혼자 살기 어려운 분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시니어 그룹홈을 만들려는 봉사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로에 넉넉함이란 늘 없다. 따라서 조금은 부족하고 힘이 들더라도 우리에게 적당한 때와 여건이 주어지면 배짱을 가지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배짱에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배짱을 부려야 할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나님은 준비된 사람을 사용하신다고 믿는다. 예수님께서도 망대를 세우려면 자기가 가진 것으로 망대를 준공할 수 있는지 계산하라고 하셨다(눅14:28). 우리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필요한 재정도 꾸준히 마련해야 하고, 관련 자료와 네트워크를 자세히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을 때, 우리는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도전하려고 한다.

배짱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지혜로운 실천이며 행동이다. 2026년에 해로는 배짱을 가지고 어느 때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섬기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함께 기도의 손을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여호수아 1:9)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42호 16면, 2026년 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