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생활지원단과 사단법인 해로가 함께하는 건강 지원 정보

교포신문생활지원단에서는 사단법인 ‘해로’와 함께 동포 1세대에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강, 수발(Pflege)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더불어 전화 상담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노령기에 필요한 요양등급, 장애 등급 신청, 사전의료 의향서(Patientenverfügung), 예방적대리권(Vorsorgevollmacht)작성 등 보다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지난 연재에서는 독일의 노년기 주거•돌봄 모델을 재가(Ambulant)부터 Pflegeheim까지의 스펙트럼 안에서 살펴보고, 그중에서도 Pflege-Wohngemeinschaft(WG)가 갖는 구조적 가능성을 정리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WG가 실제로 어떤 재정•제도적 틀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한인 사회가 한국어 기반 공동체 주거를 현실화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Pflege-WG의 재정 구조: “한 번에 내는 비용은 없습니다

Pflege-Wohngemeinschaft의 가장 큰 특징은 비용이 하나의 ‘입소비’로 묶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Pflegeheim과 달리 주거•돌봄•일상 지원 비용이 각각 분리되어 구성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WG 입주자의 비용 구조는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① 임대료(Miete)

개별 방과 공동공간에 대한 임대료로, 일반 주거와 동일하게 Mietvertrag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요양보험(SGB XI)의 지원 대상은 아니며, 개인 소득이나 연금을 통해 부담하게 됩니다.

② 돌봄 비용(Pflegekosten)

Pflegegrad에 따라 장기요양보험(Pflegekasse)에서

§36 SGB XI(Pflegesachleistungen) 또는 §38a SGB XI(추가 지원 규정)에 근거하여 일부 지원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는 Pflegedienst와 체결한 Pflegevertrag에 따른 비용입니다.

③ 공동 운영비 및 일상 지원비(Betreuungs- und Haushaltskosten)

24시간 상주 인력, 공동 식사 준비, 청소, 야간 대기 등 WG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항목은 보험 급여로 전액 충당되지 않으며, 입주자 개인 부담 또는 Sozialamt의 보충 지원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이와 같은 비용 분리 구조는 제도적으로는 투명하지만, 가족이나 당사자가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특징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2. Sozialamt의 역할: 요양등급이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 때
연금과 Pflegekasse 지원만으로 생활비와 돌봄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

독일 사회보장법(SGB XII)에 따라 Sozialamt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이때 Sozialamt는 Hilfe zur Pflege 또는 Grundsicherung im Alter의 형태로 지원 여부를 검토합니다. 중요한 점은 Pflege-Wohngemeinschaft 역시 이러한 지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러한 지원은 자동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소득•자산 상황, 임대 계약의 적정성, 돌봄 계약의 구조적 분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Berlin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는 임대 계약과 Pflegevertrag가 명확히 분리된 WG 구조를 Sozialamt가 행정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입주자의 거주권과 돌봄 제공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한국어 기반 WG”는 여전히 드문가

제도적으로 보면 한국어 기반 Pflege-WG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현실적 장벽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 초기 공간 확보 및 리모델링에 따른 비용 부담

• 24시간 돌봄 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운영 구조

• Pflegekasse, Sozialamt, Bezirksamt 등과의 지속적인 행정 소통

• 가족 참여 범위와 책임에 대한 합의의 어려움

무엇보다 단순한 ‘요양 형태’가 아니라 일상과 돌봄이 결합된 생활 공동체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언어, 음식, 종교, 삶의 리듬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 경우 제도가 갖추어져 있더라도 입주자의 삶의 질은 쉽게 저하될 수 있습니다.

4. 한인 사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

한국어 기반 Pflege-WG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 임대•돌봄•행정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운영 주체

• 가족과 당사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합의 구조

• 단순한 언어 지원을 넘어 문화적 배경과 생활 리듬을 고려한 돌봄 접근

이는 특정 집단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문제라기보다,

고령 이주민의 삶의 질과 존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로 이어집니다.

맺으며

노년기의 주거는 더 이상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언어로, 어떤 관계 안에서, 어떤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노년기의 주거와 돌봄을 ‘언젠가의 문제’가 아닌 지금 우리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시간에는 제도와 공간을 넘어, 사람과 관계를 중심에 둔 돌봄의 공동체가 한인 사회 안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1440호 24면, 2025년 12월 26일